이탈리아, 반도체·전장 협력의 교차점
이재용 회장은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한·이탈리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다. 이는 지난 2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이후 약 4개월 만의 재방문이다. 이탈리아는 단순한 경제사절단 참석 무대를 넘어 삼성전자의 다층 전략이 수렴하는 지점이다.
반도체 협력의 새로운 기회
삼성전자는 이탈리아계 반도체 기업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의 협력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확산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양사는 첨단 파운드리와 메모리,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의 파운드리 경쟁력이 ST마이크로의 차량용 반도체 수요와 만나면서 상호보완적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탈리아에 포진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협력 대상이다. 페라리와 마세라티, 스텔란티스 같은 프리미엄 완성차 제조사들은 전동화 시대의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디지털 콕핏, 프리미엄 오디오 분야에서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페라리의 전기 스포츠카 '루체'에 OLED 패널 4종을 단독 공급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 추세를 보여주는 사례다. 디스플레이 협력에서 시작된 관계가 전장, 반도체, 오디오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현장경영 강화의 배경, 글로벌 경쟁 심화
이재용 회장의 적극적 해외활동은 우연이 아니다. 올해 들어 그의 발걸음은 글로벌 전략의 변화를 반영한다.
1월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경제사절단에 참여해 시안과 쑤저우의 생산·패키징 공장을 점검했고, 미국 워싱턴DC에서는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만났다. 3월 독일 방문 때는 메르세데스-벤츠 경영진과 전장·반도체 협력안을 논의했으며, 4월 인도·베트남 순방에서는 현지 생산·연구개발(R&D) 기지를 확인했다. 5월에는 대만의 미디어텍을 방문해 파운드리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답을 찾는 경영 철학
이 같은 일정들을 이으면 하나의 그림이 그려진다. 메모리반도체에서 파운드리, 차량용 반도체와 전장에 이르기까지 삼성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이 글로벌 주요 파트너들과의 직접 접촉 속에서 재정렬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용 회장이 직접 국경을 넘는 이유는 AI 시대로 진입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판도가 급속히 변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와 지능화, 반도체 기술 경쟁의 고도화 속에서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신뢰를 쌓는 현장경영이 곧 기업의 생존 전략이 된 셈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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