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만난 두 사람, 침묵으로 일관
서울고법 가사1부(부장판사 이상주)는 15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 환송심 두 번째 조정기일을 열었다. 2년 2개월 만에 법정에서 대면한 두 사람은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다물었다.
조정기일 종료 후 나타난 노 관장은 합의 가능성, 타협선, 심경 등 모든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최 회장은 "조정이 잘 성립돼서 빨리 끝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만 말한 뒤 1차 조정 이후 입장 변화에 대한 설명은 거부하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조정 결과에 대해서도 양쪽 모두 입을 열지 않았다.
변론 절차 재개
대법원이 뒤집어 놓은 판단
이 소송이 복잡해진 까닭은 대법원의 판단 때문이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해 10월 노 관장의 재산분할 청구를 파기하면서 충격을 던졌다. 대법원은 2심에서 노 관장의 재산 기여로 인정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불법 자금으로 규정했다. 그 위에 노 관장이 SK 주식 가치 형성에 직접적으로 기여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2심 판결과는 정반대다. 2심은 부부 공동 재산 4조 원 중 35%인 1조 3808억1700만 원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비자금의 법적 성질을 바꿈으로써 이 판단의 근거를 흔들었다.
1심과 2심이 보여준 엇갈린 판단
소송 과정에서 법원들의 판단은 극명히 달랐다. 1심은 최 회장이 위자료 1억 원과 665억 원의 재산을 분할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최 회장이 1조 3808억1700만 원(35%)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도록 늘렸고, 위자료도 20억 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이 같은 차이가 벌어진 건 재산 기여도를 보는 관점 때문이었다. 2심은 노 관장의 부부생활 기여도는 물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까지 재산 형성에 기여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비자금의 성질을 문제 삼았다.
두 사람은 1988년 노태우 대통령 취임식 해 청와대 영빈관에서 결혼했다. 현직 대통령의 딸과 재벌 2세의 만남은 '세기의 결혼'으로 불렸다. 하지만 혼인은 오래 지탱하지 못했다.
2015년 최 회장이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의 사이에서 혼외자를 낳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에 이르렀다. 최 회장은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했으나, 노 관장의 반대로 합의 이혼에 실패했다. 2018년 2월 정식 소송을 제기했고, 이듬해 12월 노 관장이 재산분할을 요구하는 맞소송으로 맞섰다.
다시 시작된 법정 싸움
앞으로의 변론에서 쟁점은 명확하다. 대법원 판단에도 불구하고 재산분할 규모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노 관장의 기여도를 어느 수준에서 평가할 것인가 하는 문제들이 남아 있다. 변론을 거쳐 새로운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이 소송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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