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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500조 시대 명암<中>] 저수익에 갇혀 있는 노후생활

점유율 경쟁 속 사후관리는 외면…연금사업자가 진정한 파트너 돼야

성기환 CP

2026-05-27 09:01:16

5070 일자리 박람회. [사진=연합뉴스]

5070 일자리 박람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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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성기환 CP] "마케팅할 때는 쿠폰, 포인트로 적극 홍보하더니 가입 후 관리는 완전히 달랐어요. 투자 설명서도 복잡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안전한 예금에만 묶어뒀습니다."

한 퇴직연금 가입자의 말처럼 대다수 가입자들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시장에는 이미 수익률을 극대화할 제도적 대안이 존재한다. 생애주기펀드(TDF)는 13.7%, 디폴트옵션 적극형은 14.9%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이는 시장 평균 6.47%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그럼에도 절대 다수의 가입자가 저수익 상품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택 피로감'-'정보 비대칭'…소비자가 직면한 심리적 장벽
금융투자협회와 학계 분석에 따르면 복잡한 금융시장에서 스스로 자산 배분을 결정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상당하다. 개별 소비자가 수십 개 펀드 상품 중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고르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심리학 연구는 선택 옵션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선택을 회피하거나 기존 선택을 유지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이 가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73%가 "펀드 상품의 특징과 위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또한 35%는 "금융회사로부터 상품 추천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는 선택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가장 안전해 보이는' 정기예금을 기본 선택지로 유지하게 되는 악순환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한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한 가입자의 초과 수익은 연 13~14%대인 반면 이들이 지불한 수수료는 전체 수익의 10~15%에 달한다. 고수익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 가입자들은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결과 저수익 상품에 머물러 있는 가입자들과의 자산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업권 간 영토 전쟁 속 사후 관리는 외면…금융사 이중행태

지난 2024년 10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이후 금융업권의 경쟁 방식이 극명하게 갈렸다. 증권업계는 고수익 상품으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친 반면 은행·보험업계는 안정성을 강조하는 방어 전략을 취했다. 이에 증권사 점유율은 2023년 22.7%에서 2025년 26.2%로 상승했으며 은행은 여전히 52.0%를 차지하지만 가입자 만족도는 뒤처지고 있다.

문제는 금융회사들이 상품 판매에만 집중하고 가입 후 진정한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입 유치 경쟁에는 열성이지만 가입자의 수익률 개선을 위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높은 수익률과 낮은 수익률 사이의 격차가 20년 뒤 수천만 원대 자산 차이로 나타날 수 있는데도 금융회사는 고객이 저수익 상품에 머물러 있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가입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금융회사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복잡한 상품 구조 때문에 '선택의 피로감'을 느끼는 가입자가 안전한 선택을 하면 금융회사는 그것을 받아들이기만 할 뿐 능동적으로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금융회사 자발적 변화 없이 규제만으로는 한계

현재 금융당국은 가입자 보호 강화를 위해 '최소 수익률 보장' 상품 의무화, 정기적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추천, 수수료 공시 강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더 나아가 '디폴트옵션의 평가 및 개선' 제도로 저성과 상품을 시장에서 자동 퇴출시키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규제 강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다만 이러한 규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금융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금융회사 스스로가 '소비자 중심 경영(CCM)'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입자의 실제 수익률을 높이려는 진정한 노력이 없다면 아무리 많은 규제도 결국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규제-혁신 동시 이뤄야…소비자 보호 없이 시장 성장은 무의미

연금 전문가들은 규제와 혁신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감당국의 규제가 아무리 강화되더라도 금융회사들이 진정으로 변하지 않으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가입자들이 겪는 '선택의 피로감'을 해소하려면 복잡한 상품 구조를 단순화하고 자동으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결국 차별화의 열쇠는 '가입 후 관리'에 있다. 가입을 유치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후 20~30년을 함께하면서 가입자의 생애 단계에 맞는 조언을 해주는 금융만이 신뢰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가 수익 창출 기간을 넘어 가입자의 전 생애에 걸쳐 진정으로 파트너로 돌볼 때, 비로소 500조원 시장이 국민의 안정적 노후를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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