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8.03(월)

한화 3남 김동선, 본격 ‘홀로서기’ 나섰다

테크·라이프 묶은 한화M&S 출범 … 신설 지주사 수장 중책 맡아

안재후 CP

2026-08-03 14:42:23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한화그룹이 8월 1일 테크와 라이프 사업을 통합한 신설 지주회사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한화M&S)를 출범시켰다. 같은 날 김동선 한화비전 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반도체 장비·로봇부터 유통·식음료까지 아우르는 7개 계열사를 직접 이끄는 한화M&S의 경영 수장 역할을 맡게 됐다. ㈜한화는 인적분할을 통해 방산·조선·에너지·금융 사업과 테크·라이프 사업을 분리했다. 존속법인 ㈜한화에는 전통 주력 사업이 남았고, 신설법인 한화M&S에는 한화비전, 한화세미텍, 한화모멘텀, 한화로보틱스 등 테크 계열사와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아워홈 등 라이프 계열사가 편입됐다.

한화M&S는 손자회사를 포함해 총 57개 계열사를 거느리게 됐다. 약 6조원대의 연결 매출액 규모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화비전과 한화갤러리아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다. 한화M&S는 8월 중 상장할 예정이다.

한화 M&S 8월 상장 예정
김동선 사장이 이번 인사로 주목받는 이유는 그간의 전적이다. 그는 2014년 한화건설 해외영업팀으로 입사한 뒤 10년 넘게 유통·레저·식음료와 첨단산업 분야에 집중해왔다. 특히 대담한 인수합병과 신시장 개척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8695억원을 투입해 급식 전문 기업 아워홈을 인수한 뒤 같은 해 말 신세계푸드 급식사업부까지 인수하며 사업 규모를 빠르게 불렸다. 이 결과 한화는 급식업계 2위로 도약했고, 아워홈은 지난해 단체급식 시장 신규 입찰 물량의 약 30%를 수주했으며 재계약률도 85%를 기록했다.

음식 브랜드 발굴에서도 성과를 냈다. 2023년 6월 미국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를 국내에 들여왔는데, 런칭 직후 오픈런 열풍을 일으키며 브랜드 안착에 성공했다. 이후 10개 매장까지 확장한 뒤 사모펀드에 매각하며 초기 투자 성과를 실현했다. 지난 5월 론칭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은 지난달 20호점을 돌파했고 연내 30호점 개점을 앞두고 있으며, 내년 100호점에 도달한 뒤 가맹 사업을 통해 국내 1위 브랜드 배스킨라빈스와의 정면 대결을 노리고 있다.

테크 분야에서도 성과가 쌓였다. 한화세미텍은 지난해 SK하이닉스의 품질 검증을 통과해 고대역폭메모리(HBM)용 서멀컴프레션본더(TC본더)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추가 물량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 개발도 선도하고 있다.


4조 7000억원 투자, 자금 확보가 과제
한화M&S는 2030년까지 설비투자 2조 1000억원, 연구개발 2조원, 인수합병 6000억원 등 총 4조 7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을 제시했다. 연평균 30% 수준의 매출 성장을 목표로 한다. 반도체 장비와 로보틱스, 인공지능, 유통·서비스를 미래 성장축으로 육성해 2030년 매출 14조원 달성을 겨냥했다.

그러나 자금 조달 구도는 녹록하지 않다. 한화M&S 계열사들의 현금성 자산은 6000억원대 수준이다. 핵심 계열사인 한화갤러리아는 압구정 명품관 재건축에만 9000억원을 쓸 예정이고, 최근 서울 중구 순화빌딩과 강남구 신사동 부지를 잇따라 매입하며 약 4500억원 규모의 부동산 투자를 감행했다.

제한된 자원, 선택과 집중의 시험대
업계가 김동선 사장의 첫 번째 실력 검증 무대로 보는 것은 '제한된 자원 속 선택과 집중'이다. 2030년까지 4조 7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 계열사들의 현금성 자산은 6000억원대에 불과하다. 한화비전과 아워홈에서 창출되는 현금을 압구정 명품관 재건축(9000억원)과 부동산 투자에 얼마나 쓰고, 반도체 장비·로봇·AI 분야에는 과감하게 베팅할 것인가. 이것이 핵심 과제다.

시너지 창출 역시 숙제다. 한화비전의 영상 AI와 한화로보틱스의 자동화 로봇을 아워홈 급식사업장에 적용해 '로봇이 음식을 만드는 혁신적 단체급식' 모델을 구현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호텔과 백화점 서빙 로봇 도입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기술 기업과 유통 기업의 사업 모델이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로봇을 갖다 붙인다고 시너지가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포트폴리오의 일관성이다. B2B 중심의 반도체 장비·협동로봇 사업과 B2C 중심의 백화점·급식·호텔 사업이 하나의 지주사 안에서 어떤 명확한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김동선 사장이 10년 넘게 개별 사업에서 쌓아온 경험을 어떻게 하나의 전략으로 통합하느냐가 관건이다.

출범 이틀 뒤인 8월 3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에서 열린 출범 기념식에서 김동선 사장은 "각 사의 청사진을 그리고 잠재력 있는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호를 넘어 구체적인 자금 조달 로드맵과 사업 간 시너지 모델을 시장에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을지가 한화M&S의 성공, 그리고 김동선의 '홀로서기'를 가르는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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