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9.02(수)

[CEO's Speech] SKT 정재헌 CEO가 말한 AI 시대 인재상은?

졸업한지 40년만에 모교 강의… “가치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은 사람 몫"

안재후 CP

2026-09-02 11:05:05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정재헌 SK텔레콤 최고경영자는 1일 서울대 제1공학관 강단에 섰다. 1987년 공법학과에 입학한 지 약 40년 만의 귀향이었다. 300여 명의 학생 앞에서 그가 꺼낸 첫 말은 기술이 아니었다. "AI 전환의 최전선에 있는 한 기업이 지금 무엇을 고민하는지 나누기 위해 왔다"는 것이었다. 그 고민의 결론은 명확했다. "주도성을 가지고 스스로 방향을 정하는 통찰력과 공감 능력이 곧 경쟁력"이라는 것.

이번 특강은 SK텔레콤과 서울대가 10년째 이어온 AI 공동과정의 첫 수업이자, 정 CEO가 직접 도출한 AI 시대의 실전 방법론을 처음 공식 강단에서 펼친 자리였다.

AI가 바꾼 것들: 시간의 밀도와 기술 확산의 가속화
정 CEO는 강의를 "우리는 지금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AI의 등장으로 누군가의 하루가 240시간, 2400시간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AI가 압축한 '시간의 밀도' 앞에서 기존의 원칙들이 파괴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기술 확산 속도로 본 AI의 위력은 더욱 극명했다. 자동차가 대중화되는 데 60년이 걸렸고 휴대폰은 10년이 필요했지만, 챗GPT는 출시 1개월 만에 사용자 5000만 명을 넘어섰다. 전 세계 AI 투자 규모는 산업혁명 시대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기술 경쟁에서 국가 간 경쟁으로: 소버린 AI의 필수성
정 CEO는 AI 경쟁의 본질을 꼬집었다. 과거 석유와 반도체가 국가 간 전략 자산이었듯 AI 역시 기업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남의 기술에 기대면 가격도, 조건도 스스로 정할 수 없기 때문에 '소버린 AI'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도 이를 실행에 옮긴 상태다. 제한된 GPU 환경 속에서 6880억 파라미터급의 독자 AI 모델 'A.X K2'를 개발한 사례가 그것이다.


'AX의 J커프': 초기 침체에서 가파른 상승으로
정 CEO가 가장 강조한 개념은 'AX의 J커프'였다. AI 도입 초기에는 역설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재교육, 업무 재설계, 데이터와 조직 정비 등으로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 사이에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 후 수출입 물량이 조정되기까지 초기에 상황이 악화하는 것처럼, AI를 도입해도 곧바로 효율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불편함의 골짜기"라고 표현했다. "불편함의 골짜기 앞에서 돌아서면 영원히 곡선의 왼쪽에 머물지만, 이를 견뎌낸 조직은 어느 순간 J자로 꺾여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의 한 개발자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기존 50시간이 걸리던 시스템 수정 업무를 AI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500시간 넘게 투입했지만, 현재는 같은 업무를 1시간 만에 처리하고 있다. 초기의 '극한'을 마주했기에 가능한 성과다.

AI 전환의 세 가지 방법론: 낯설게, 극한으로, 불편하게
정 CEO는 J커프의 골짜기를 건너는 방법론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낯설게 보기'다. AI를 전제로 업무를 다시 설계하는 것이고, 당연하게 여겨온 전제를 의심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과정이다. 둘째는 '극한 마주하기'다. 기존 방식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를 설정해 도전하는 것을 뜻한다. 셋째는 '불편해지기'다. AI 전환 초기 단계의 불편함을 이겨내고 극복하는 것이다.

세 가지 모두 기술이 아닌 조직과 개인의 심리적, 정신적 변화를 요구한다.


인재의 조건: 기술이 아닌, 사람만의 근육
정 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시한 'AI 시대 인재의 4가지 조건'을 인용했다. 본질을 통찰하는 힘인 '생각 근육', 변화에 적응하고 실패해도 다시 배우는 '적응 근육', AI가 끝내 갖기 어려운 '공감 근육', 체화된 경험을 가치로 만드는 '신체 지능'이다.

그는 "네 가지 모두 코딩 능력이 아니다. 기술은 AI가 점점 더 잘할 것이기에 사람만이 가진 근육이 인재의 조건이 된다"고 명확히 했다. 계속해서 "가치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은 끝까지 사람의 몫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AI 시대 '역할의 재정의'를 의미한다. 기술 능력은 AI에 양보하되, 도메인 전문성과 통찰력으로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인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나아가 "도메인 간 경계를 넘어 기술과 산업, 사람을 연결하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10년의 변화: 인간과 AI의 관계 재설정
정 CEO는 마지막으로 10년 전후의 질문 변화를 언급했다. "10년 전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설 수 있는가'를 물었다면, 오늘 우리는 '인공지능과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묻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10년 뒤 이 질문의 답을 만들게 될 여러분과 AI 혁신 현장에서 동료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마무리했다. 약 40년 만에 모교 강단에 선 선배 기업인이 후배들에게 던진 마지막 메시지였다. AI 시대는 기술의 경쟁이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는지를 판단하는 인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라는 뜻이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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