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10.22(목)

상간자 위자료 청구 소송, 이혼하지 않아도 가능할까

김동원 CP

2026-10-22 11:10:28

사진=법무법인 중앙이평 양정은 대표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중앙이평 양정은 대표변호사

[글로벌에픽 김동원 CP]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됐더라도 곧바로 이혼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자녀 양육이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해 결혼생활을 이어가기로 했지만, 외도 상대방에게는 책임을 묻고 싶은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상간자 위자료 청구 소송을 통해 이혼하지 않고도 상대방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상간자소송은 배우자와 부정행위를 한 제3자에게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으로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을 근거로 한다. 여기서 말하는 부정행위는 성관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연인 관계를 드러내는 애정 표현이나 지속적인 만남 등도 두 사람의 관계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부정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입증할 때는 휴대폰 문자나 카카오톡 대화 등이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다정한 호칭이나 늦은 시간에 반복된 연락, 여행·숙박을 계획한 메시지 등이 관련 정황이 될 수 있지만, 일부 표현만으로 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업무상 연락과 사적인 교제를 구별하려면 대화의 앞뒤 맥락과 연락 기간, 실제 만남을 보여주는 사진이나 예약 내역 등을 함께 봐야 한다. 메시지를 주고받은 시점과 대화 상대방이 누구인지도 명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상간자가 '미혼인 줄 알았다'고 주장한다면, 결혼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를 구체적인 정황으로 확인해야 한다. 배우자가 미혼이라고 말했다는 사정만으로 책임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메시지에서 배우자나 자녀 이야기를 나눴는지, 가족 행사에 맞춰 만남을 조정했는지, 주변 지인에게서 결혼 사실을 들었는지 등이 판단 자료가 된다. 다만 교제 기간이 길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이 결혼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외도가 시작되기 전 부부관계도 중요한 판단 요소다. 당시 부부공동생활이 이미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면 상간자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별거하거나 이혼을 논의했다는 사실만으로 파탄을 단정할 수는 없으며, 실제 부부공동생활의 모습과 관계 회복 가능성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대법원은 2024년 판결에서 부정행위 당시 부부공동생활이 이미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는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제3자가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쟁점을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할 때에는 수집 방법에도 주의해야 한다. 배우자의 이메일을 무단으로 열람하거나, 휴대전화의 잠금장치를 몰래 풀어 사적인 대화를 확인하거나, 동의 없이 감시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행위는 별도의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확보한 메시지나 사진의 원본은 보관하고, 언제 어떤 방법으로 얻었는지도 기록해두는 것이 좋다. 추가 자료가 필요하다면 적법하게 확보할 수 있는 방법부터 검토해야 한다.

위자료 액수는 부정행위의 내용과 기간, 혼인기간, 부부관계에 미친 영향, 피해 배우자가 겪은 정신적 고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해진다. 외도 사실을 안 뒤 불면이나 불안 등으로 진료나 상담을 받았다면 관련 기록도 피해를 설명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이때는 진료 기록이 있다는 사실뿐 아니라 증상이 언제 시작됐고, 부정행위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게 된다.

소송을 제기할지 고민하는 동안에도 소멸시효는 진행될 수 있다. 부정행위 자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에는 원칙적으로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일부터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따라서 부정행위가 언제 있었는지, 피해 사실과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언제 알았는지 등을 정리해 청구 시기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혼하지 않고도 상간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지만, 실제 배상 여부와 액수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혼인을 유지하기로 했더라도 상대방에게 책임을 묻고 싶다면, 우선 부정행위의 경위와 관련 자료를 차분히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무엇을 입증해야 하는지 확인하고, 청구 요건과 소멸시효를 검토해 대응 방향을 정해야 한다.

글 : 법무법인 중앙이평 양정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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