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목)

디지털 위에 쌓는 아날로그 레이어로 극명한 욕망을 재현하는 극사실의 세계
제품 디자인계의 엘리트, 개념 미술가로 데뷔

[글로벌에픽 김창만 기자]
지난해 여름 젊은 층에서 입소문이 나며 2021년 팬데믹 절정기에도 4만 명이 다녀간 전시 ‘어반브레이크 2022’가 오는 7월 21~24일 나흘간 서울 코엑스 B홀에서 열리는 가운데 더 강력한 아티스트 라인업과 프로그램으로 아시아 최대 어반 스트리트 아트 페어의 위상을 강화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제2의 커즈(KAWS)’라 불릴 정도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멧 곤덱(MATT GONDEK)을 비롯, 뱅크시(BAKSY), 디페이스(D.FACE), 인베이더(INVADER), 로비(ROBY DWI ANTONO)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참여를 확정한 가운데 아티스트 Q.rock(큐록. 송규락)은 오는 7월 21일부터 7월 24일까지 서울 코엑스(COEX)에서 열리는 '어반 브레이크 아트 페어 2022'에서 오픈콜 공모 초대작가로 첫 개인전을 갖는다.

Q.rock 작가는 제품 디자인 영역에서 이미 한 획을 그은 디자이너이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디자인 영역에서의 활동을 활발히 해온 디자인계의 엘리트다.

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디자인을 공예화한 작품 활동을 하던 그가 회화 작가로서 첫행보를 젊고 파격적인 경향을 가진 어반 브레이크 아트페어를 선택한 데에는 교수와 디자이너로서의 모든 경력과 위치를 내려놓고 회화 영역에로의 데뷔를 위한 도전을 스스로 각오하기 위해서였다.

전통적인 회화와 극사실주의 그리고 키치와 디지털을 오가며 사이사이의 차이를 드러내는 그의 작품만큼이나 과정과 전시 방식에서도 차이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하며 이번 페어에서 가장 기대하는 작가라는 어반 브레이크 측의 전언이다.

디지털 회화_캔버스와 물감의 대체물로 더 사실적인 회화에 다가선다. Q.rock의 작품은 아이패드 회화다.
아티스트 Q.rock(송규락) 작품 / 사진=Courtesy of artist
아티스트 Q.rock(송규락) 작품 / 사진=Courtesy of artist


캔버스와 물감 대신 작가가 선택한 재료는 디지털이다. 아이패드의 브러시 앱이나 프로 크리에이터와 같은 드로잉 앱을 이용한 드로잉은 오일페인팅에 나타나는 색감과 주제를 그대로 재현 가능하게 한다.

데이비드 호크니와 같은 거장 역시 자신의 아크릴 물감 작품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형상을 디지털 화면에 그대로 표현하여 전시하고 지속적으로 디지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의 작업은 극사실주의 작가들이 그러하듯, 재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먼저 사진으로 찍고 그 사진을 일명 포토리얼리즘 즉 극사실로 재현한다.

사진보다 더 사진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 스케치를 하고 물감을 입히고 음영을 넣는 과정은 전통 회화의 표현과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패드에 드로잉 펜을 그어 그리지만 드로잉 툴에서 선택해야 하는 펜과 브러시, 색과 질감은 실제 화가들이 사용하는 화구 이상으로 다양하다. 또한 농담과 컬러를 선택하고 음영의 표현을 위해 액정화면에 수 천 번의

붓질을 올리는 것은 모두 데이터화 되어 저장되고 마침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다.

빛을 매개로 한 스크린에 재현된 이미지들은 생동감 넘치는 색과 질감을 고화질로 강렬하고 매끈한 또 다른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아티스트 Q.rock(송규락) 작품 / 사진=Courtesy of artist
아티스트 Q.rock(송규락) 작품 / 사진=Courtesy of artist
아티스트 Q.rock(송규락) 작품 / 사진=Courtesy of artist
아티스트 Q.rock(송규락) 작품 / 사진=Courtesy of artist


극사실주의 키치 디지로그로 환원되다.


아이패드 회화로서 극사실주의 키치(Kitsch)인 그의 회화는 추상미술, 사진은 물론 기존의 미술에 대한 반발이자 일상성에의 주목이다. 아이패드 회화로 극사실을 재현하는 것은 디지털 위에 쌓는 아날로그적 수행과도 같다.

전통적 회화 재료와 표현방식을 벗어난 새로운 디지털 매체를 사용하지만 사진처럼 보여야 하는 작업 자체는 캔버스에 연필이나 물감을 올리는 행위를 위한 연마와 반복적, 신체적 수행은 디지털 매체 위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좀 더 강도 높은 극사실적인 표현을 위해서 쌓아야 하는 레이어는 상상을 불허한다.

그가 말하는 디지로그(digilog) 그 자체이다. 한편 그의 작품은 정교함의 진중함과 키치함의 익살스러움이 공존하는 차이를 만들어낸다.

Q.rock 회화에 차용된 오브제들은 모두 투명 비닐봉지(BONGDARI)에 담긴다.


소위 쇼윈도에 진열된 낱개 포장처럼 소비와 소유를 자극하는 욕망의 기호로 읽히는 투명 베일인 비닐봉지(BONGDARI)는 지각의 영역과 욕망의 영역 모두에서 작동하는 바, 투명함, 반짝거림과 주름의 극사실적 재현은 지각의 영역에서 그리고 포장된 상품의 이미지화는 욕망의 영역에서 따로 또 같이 Play 된다.

원본 이미지의 복제 혹은 복제의 복제를 감행하지만 비닐이라는 투명 장막은 원본과도 혹은 원본의 복제물과도 차이를 생성하는 키치이다.

봉다리 BONGDARI 반가사유상_동시대 미륵보살의 현현顯現

아티스트 Q.rock(송규락) 작품. 봉다리 BONGDARI 반가사유상 / 사진=Courtesy of artist
아티스트 Q.rock(송규락) 작품. 봉다리 BONGDARI 반가사유상 / 사진=Courtesy of artist


그의 작품 중 B83-BONGDARI-L2220과 B78-BONGDARI-L2220은 각각 국보 83호와 78호 반가사유상의 미니어처 굿즈를 재현한 작품이다.

성도(成道) 이전 석가모니 부처님의 인간적인 신체 모습을 재현하려 애썼던 6세기 금동반가사유상을 대담하게 파스텔컬러로 재현한 미니어처는 자체로 모더니티를 보여준다.

더 나아가 Q.rock의 비닐봉지 반가사유상은 비록 원본(국보)의 아우라는 미약해졌지만 극도로 반짝이고 사실적이며 소유욕과 현시적 색 감정이 엉겨 붙은 채로 동시대에 나투어진 미륵보살이다. 정교함의 진중함, 키치함의 익살이 가장 극대화된 작품으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함께 그에 반목하는 진중함의 이색적인 비장미를 사이사이 보여주는 조형미를 갖춘 작품이다.

태자 싯다르타의 생로병사 고뇌에서 비롯된 반가사유상이 페르시아와 간다라 미술의 영향으로 화려한 보관을 쓰고 나투었듯 실제와 가상이 혼재하는 작금에 그의 작품은 백남준의 'TV 붓다'가 그러했듯 혼성적 모습으로 여전히 우리에게 온화한 미소로 나투는 미륵보살이다. 모니터 액정과 실물 작품, 그리고 메타버스와 NFT로도 현현하면서 말이다.

- Qrock 작가노트 -

“ 드로잉은 나의 상상력으로 나만의 디자인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유일한 방편이고 내가 세상을 보는 관점이다.”

디자인과 순수미술 작업은 모두 ‘예술’이라는 범주에 속하면서 근본적으로 인간에게 물리적, 정신적 풍요로움을 부여하고 각각의 이데아를 추구한다는 점은 같다.
그러나 디자인 작업은 순수미술과 비교하여 철저하게 객관성에 기인하고 결과물에 수렴한다는 과정 속에서 나의 드로잉 궤적은 태생적으로 작품으로서의 자유로움을 갖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4-5 년 전, 우연한 기회에 아이패드를 접하게 되었다. 아이패드(iPad)라는 디지털 기기는 오랜 시간 종이에 아이디어 스케치(idea sketch), 렌더링(rendering)을 해온 아날로그analogue 성향의 나에게 많은 변화를 주었다.
이는 단순히 효율적 시간 활용은 물론 조금 더 높은 질의 드로잉 즉, 좀 더 높은 완성도 높은 제품 디자인 드로잉을 가능케 함을 통해 드로잉이라는 행위 자체에 묘한 해방감을 선사하였다.

한편 제품 디자인적 드로잉에서 지금의 극사실화가 되는 데에는 작년에 작고하신 내 아버지의 오래된 시계가 동인이 되었다.
아버지께서 어느 날 이제 외출할 일이 거의 없고 시계가 무거워 찰 일이 없다며 내미신 오래된 금장 시계는 아버지의 여윈 팔목과 반목하며 심장에 와서 박혔다.
이미 유품이 되어버린 아버지의 시계를 그때 그려야겠다는 생각밖에 달리 할 게 없었다. 그렇게 그린 드로잉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올리자 그 이전까지의 반응과는 다른 피드백들이 올라왔다.
사진과 구분이 안 가서 놀랍고 감동이라는 피드백은 단순히 기분 좋은 응원을 넘어 사진과 혼동되는 이미지를 쌓아 올리는 드로잉 행위 즉, 나의 신체 행위에 대한 반응이자 나의 드로잉이 하나의 작품으로 소환된 지점으로서 의미가 컸다.

나는 투명 비닐(일명 봉다리)에 담겨진 모든 자연물, 인공물의 오브제를 극사실로 묘사하려 한다.
투명 비닐에 담겨진 오브제는 마치 쇼윈도에 진열된 낱개 포장처럼 소비와 소유를 자극하는 욕망의 기호로 명시된다. 이것은 사용자에게 유용성과 미적 취향으로 소비되는 지점에서의 제품 디자인적 개념과 키치와 같은 개념미술로서의 현대미술과의 조우이다.
'의미'란 기호에서 직관의 대상에 '자의적으로(willkürlich)' 덧붙여지는 것으로 헤겔의 표현을 빌면 표상이 "외적 현존재로부터 해방"되어 주관화될 때 "외적 현존재와 내적 표상은 서로 다른 것으로서 대항"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아이패드 드로잉은 겹겹이 수많은 레이어로 쌓는 디지털 드로잉 과정을 통해 아날로그적 수행과정을 거친다. 각각의 오브제의 재현을 위해 한 겹 한 겹 전자 물감 레이어를 올릴 뿐이다.
의미는 그것들 대상에 있지 않고 그 사이사이에 주관적으로 존재한다. 내가 극사실 오브제 드로잉을 하는 이유이다.

이제 막 시작된 나의 드로잉 영역은 하나의 미디엄 혹은 미디어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확장 진화해 나가는 것이 시대성이고 나의 예술의 방향성이다.

아티스트 Q_ROCK 송 규 락 / 사진=Courtesy of artist
아티스트 Q_ROCK 송 규 락 / 사진=Courtesy of artist


아티스트 Q_ROCK(큐록, 송규락)

일본 국립동경예술대학교 미술대학원 기기디자인학과 석사 졸업

국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대학 공업디자인학과 학사 졸업

(주)현대전자 산업전자 디자인연구소/선임연구원 일본. D’CODE DESIGN 디자이너

I.F DESIGN 디자인 실장

현. 용인예술과학대학교 리빙디자인과 교수 / NFT Platform All My Precious 전속 작가

전시

-1996 탈 금형 조명디자인전 / 아크리스 백화점 갤러리 1999 전통 한지 문화상품 디자인 전 / 인사동 공화랑

-2000 한지 상품 디자인 전/ 인사동 공화랑

-2009 경기도 디자인 전람회(G-DESIGN FAIR) 초대 작가 전 2010 경기도 디자인 전람회(G-DESIGN FAIR) 초대 작가 전

-SON2011 경기도 디자인 전시회(G-DESIGN FAIR) 초대 작가 전

-2013 KSID(한국 산업 디자인 학회)국제 초대전/CAR TYPE MINI AMP’ DESIGN

-2013 광주 비엔날레(거시기 머시기: FUN 에너지/굴렁쇠) 참가 출품

-2014 동경 예대 재한 동문회 전(SELF-ELECTRIC GENERATION SYSTEM DESIGN)

저서

- 1997 DESIGN SKETCH RENDERING / 도서출판 창미

- 2008 스케치와 렌더링 / 시공 아트

- 2019 DESIGN AND RENDERING / 시공 아트

- Digital Engraving / Realistic Drawing / NFTart

아티스트 Q.rock(송규락)의 첫 개인전은 7월 21일부터 7월 2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어반 브레이크 아트 페어 2022'에서 오픈콜 공모 초대작가 전으로 만날 수 있다.

김창만 글로벌에픽 기자 chang@asiaart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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