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사주 취득 후 1년 이내 의무 소각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발의됐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 강진혁 애널리스트는 이를 "한국 증시의 구조적 전환을 이끌 수급 게임 체인저"로 분석했다.
그동안 한국 증시 상승 탄력을 제약했던 핵심 요인은 지속적인 주식 공급 증가였다. 2000년 이후 S&P500 주식 수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KOSPI는 연평균 3.5% 증가했다. 수요가 늘어도 공급이 함께 늘어나면서 주가 상승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동학개미운동 시기가 대표적 사례다. 2020~2022년 개인투자자들이 130조원을 순매수했지만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크래프톤 등 대형 IPO가 43조1천억원, 유상증자가 95조7천억원 규모로 자금을 흡수하며 지수 상승을 제약했다. 하지만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으로 무분별한 IPO나 유상증자에 제동이 걸리면서 공급 속도 둔화는 숨은 지수 강세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세 가지 투자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둘째로 자사주 소각으로 최대주주 지분율은 늘지만 지배력은 감소할 수 있다. 소각 후 지배력이 1/3에 미달할 경우 행동주의펀드 노출 우려로 최대주주의 주식 매수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해당 기업 수는 776개에서 871개로 증가할 전망이다.
셋째, 장기적으로 배당소득 분리과세 논의가 진전될 시 최대주주 지분과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들의 배당 투자 매력도가 부각될 수 있다.
실제 시장 반응도 극적이었다. 법안 발의 당일인 7월 9일 자사주 고비중 기업들이 일제히 폭등했다. 인포바인(자사주 비중 54.2%)이 30%, 신영증권(53.1%)이 17.2%, 일성아이에스(48.8%)가 13.3% 급등했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더욱 압도적으로 인포바인 95.2%, 신영증권 126.7%, 매커스 107.2% 등 대부분이 100%에 육박하거나 초과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단순한 제도 변화를 넘어 한국 증시의 수급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관세 등 대외 이슈보다 자본시장 선진화 같은 대내 정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최근 시장 흐름을 고려할 때, 향후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투자 테마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KOSPI가 연고점인 3,183포인트를 기록한 가운데, 자사주 소각 의무화라는 새로운 변수가 수급 게임의 룰 자체를 바꾸는 이 시점에서 투자자들의 선택적 접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