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사라진 구지은표 플랫폼들
11일 급식업계에 따르면, 아워홈은 지난달 말 식자재 전문 주문 플랫폼 '밥트너(Bobtner)' 운영을 약 2년 만에 종료했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아워홈몰 픽업 서비스 '오투고(OHTOGO)' 역시 운영을 중단했다.
밥트너는 2023년 8월 구지은 전 부회장이 외식 창업자나 소규모 식당 운영자 등을 대상으로 선보인 식자재 주문 플랫폼으로, '밥(Bob)'과 '파트너(Partner)'의 합성어다. 각 식당 메뉴와 운영 조건에 최적화된 식재 상품 추천, 주문 관리, 조리 솔루션 등을 제공하며 아워홈의 B2C 사업 확장을 위한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화 인수 후 급변하는 경영진
아워홈의 급격한 변화는 한화그룹 인수와 직결된다. 한화그룹은 지난 2월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회장이 보유한 아워홈 지분 58.62%를 8694억원에 인수했다. 이로써 연매출 2조원 규모의 국내 급식업체 2위 아워홈은 한화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한화그룹이 아워홈 인수를 통해 단체급식과 레저·식음 분야에서 시너지를 내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인수 완료 후 한화그룹은 김태원 한화갤러리아 미래사업TFT장을 아워홈 대표이사로 앉히는 등 빠르게 경영진을 한화 측 인물들로 교체했다.
특히 아워홈 인수를 이끈 90년생 류형우 한화그룹 상무는 매각측과의 협상과 자금 조달을 총괄하며 한화그룹 최연소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종승 전 한화푸드테크 대표이사 등도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이사회 구성이 완전히 바뀌었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구본성 전 회장이 보복운전과 배임 등으로 법적 처벌을 받자 2021년부터 아워홈을 이끌어왔다. 밥트너와 오투고 등 디지털 플랫폼을 선보이고 헬스케어 시장 진출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주주총회에서 구지은 부회장을 비롯한 사내이사 선임안이 모두 부결되면서 경영권을 잃었다. 이후 구본성 전 회장과 구미현 회장이 보유 지분을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매각하면서 구지은 전 부회장은 완전히 경영에서 배제됐다.
현재 구지은 전 부회장은 아워홈 지분 20.67%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사회가 한화와 구본성 전 회장 측 인물들로 구성된 데다 지분율 면에서도 한화그룹에 밀려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구지은 부회장은 현재 신설 법인 '넥스토'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구지은 지우기 vs 효율화" 엇갈린 해석
업계에서는 아워홈의 플랫폼 철수를 두고 상반된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화그룹이 구지은 전 부회장의 흔적을 지우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특히 구지은 전 부회장이 추진했던 핵심 사업들이 연쇄적으로 정리되고 있어 이런 분석에 힘이 실린다.
반면 아워홈 측은 경영 효율화 차원의 전략적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밥트너와 오투고는 올해 초 B2C 전략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운영 종료를 결정했다"며 "플랫폼 획일화를 위해 이뤄진 전략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급식업계 지형 변화 예고
한화그룹의 아워홈 인수는 급식업계 전체 지형에도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아워홈이 최근 LG그룹 계열사인 LG디앤오(D&O) 구내식당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범LG가 급식 물량이 시장에 풀리고 있다. 아워홈이 한화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기존 LG그룹과의 거래 관계에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워홈이 운영하던 LG 계열사 구내식당 물량을 차지하기 위한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아워홈 인수를 통해 5년 만에 급식사업에 재진출하게 되면서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구지은 전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디지털 플랫폼들의 연쇄 철수는 단순한 사업 정리를 넘어 급식업계의 새로운 질서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아워홈 경영 방향과 구지은 전 부회장의 향후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관련뉴스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