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가 대표이사 사장 선임 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T&G는 오는 26일 대전 KT&G 인재개발원에서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사장 선임 방법 명확화'라는 명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번에 추진하는 정관 변경안은 사장·이사 선임 방식을 규정하는 정관에 '집중투표의 방법에 의해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대표이사 사장과 그 외의 이사를 별개의 조로 구분한다'라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이 변경안이 통과되면 대표이사 사장 선임 시 집중투표제가 적용되지 않아 소수주주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정관 변경이 이루어질 경우, 사장 후보가 1명이라면 집중투표제가 사실상 무력화된다. 이는 선임해야 하는 이사의 수가 줄어들수록 소수주주 추천 후보는 더 많은 지지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선임 가능성이 낮아지는 집중투표제의 특성 때문이다.
이번 정관 변경에 대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기관투자자들에게 반대 투표를 권고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ISS는 의안분석 보고서에서 "집중투표제의 선별적 적용은 ISS의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는 모든 이사에게 동일한 기준으로 집중투표제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KT&G와 갈등 관계에 있는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이상현 대표는 "대표이사도 엄연히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다른 이사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집중투표제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FCP는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방경만 사장의 지지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FCP에 따르면 "방경만 사장은 2024년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를 통해 50.9%의 득표율로 당선됐으며, 자사주 기부 재단 등 내부 지분 13%를 제외하면 고작 38%의 지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 경영진이 외부 주주들로부터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됐다.
FCP는 또한 KT&G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7.10%)과 기업은행(7.59%)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들에게 해당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반면 KT&G 측은 이번 정관 변경의 취지를 "지배구조 안정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회사는 "사장 선임은 공정하고 독립적인 프로세스로 진행하고 있으며, 사장 후보와 그 외 이사들의 통합 집중투표로 사장 선임이 부결될 경우 사장이 적시에 선임되지 못해 경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해 안건을 상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KT&G는 구체적으로 "회사는 사외이사로만 구성되는 독립적인 지배구조위원회, 사장후보추천위원회 등을 통해 사장후보를 체계적으로 육성 및 관리하고 있으며, 면밀한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주총에서 대표이사 사장을 선임하는 공정하고 독립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KT&G는 또 다른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가 해당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다는 점을 들어 자사의 입장을 방어했다. KT&G는 ISS의 보고서에 대해 "정관 변경의 취지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부재한 상태로 자체 정책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본 안건에 반대를 권고한 것"이라며, "해당 주총 안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부족 및 실질적인 반대 사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공신력 낮은 리포트를 발간한 ISS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KT&G의 정관 변경 시도는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소수주주 보호 문제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과 기업은행과 같은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오는 26일 주주총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금융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의 의사결정은 향후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변화와 주주 권리 보호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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