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LS전선에 따르면 구본규 대표는 21일 트럼프 오거니제이션 수석부사장인 에릭 트럼프가 주최한 2조원 규모 리조트 개발 기공식 만찬에 참석했다. 이번 초청은 LS전선의 미국 해저케이블 공장 투자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이뤄진 것으로, 1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가 미국 정계와 경제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 대표는 이 자리에서 리조트 개발에 필요한 전력·통신 인프라 사업 참여를 모색하는 등 적극적인 사업 확장 의지를 보였다. 특히 그가 직접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 LS전선이 미국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설명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킹에 나서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21일 페트로 베트남 본사에서 구본규 LS전선 대표(오른쪽에서 세 번째), 레 만 훙(Le Manh Hung) 회장 페트로베트남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 등 관계자들이 간담회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LS전선
1979년생인 구본규 대표는 LS전선과 가온전선 회장을 맡고 있는 구자엽 회장의 장남이다. 구자엽 회장은 LG를 만든 구인회 창업주의 넷째 동생인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이기도 하다. LS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이끄는 오너 가문의 직계 후손으로서 그룹 경영권 승계에 있어 핵심 위치에 있다.
구본규 대표에게는 2살 차이의 누나인 구은희 씨가 있다. 구은희 씨는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아들인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대표이사와 결혼해 현대가와 사돈을 맺기도 했다. 최근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구은희 씨는 여성 주식 부호 순위 32위를 차지하며 LS그룹 지분 0.54%를 소유하고 있다.
미국서 시작된 경영 수업, 다양한 계열사 경험
구본규 대표는 미국 퍼듀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MBA를 취득한 후 2007년 LS전선 미국 법인에 입사하며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2010년 LS일렉트릭 글로벌전략팀 차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2017년 산업자동화사업본부장 전무를 맡았다.
2019년에는 LS엠트론으로 이직해 경영관리 COO 전무를 시작으로 2020년 부사장, 2021년 대표이사 CEO 부사장으로 연이어 승진했다. 다양한 계열사에서의 경험을 통해 그룹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구본규 대표는 평소 언론 인터뷰 등을 거절하며 경영에만 집중하는 '조용한 경영'을 이어왔다. 하지만 취임 약 3년 만인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밸류업 데이(Value-up Day)' 행사를 통해 공식 데뷔전을 가지며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구 대표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상세한 성장 전략을 밝혔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6조원 규모였던 매출을 2030년 10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LS전선을 '전기화 시대 선도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구 대표는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사전 준비 자료 없이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등 소통의 보폭을 넓혔다. 특히 LS전선 상장 계획에 대해 "반드시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라며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직접 언급했다.

LS전선의 자회사 LS그린링크가 28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시에서 해저케이블 제조 공장 착공식을 개최했다.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왼쪽 셋째)와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왼쪽 넷째) 등 관계자들이 첫 삽을 뜨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해저케이블 사업 중심 글로벌 확장 전략
구본규 대표가 가장 먼저 집중한 것은 해저케이블 수요가 커지는 시장에서 LS전선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부분이었다. 해저케이블 관련 설비 투자를 아끼지 않고 해외 현지 공장 설립을 통한 시장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미국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에 약 1조원을 투자해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 중이며, 벨기에, 덴마크, 영국 등 유럽은 물론 중동까지 입지를 넓히며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공장은 201m 높이의 수직 연속 압출공정(VCV) 타워를 포함해 2027년 3분기 완공, 2028년 1분기 양산이 목표다.
최근에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아세안 전략 워크숍'을 개최해 베트남-싱가포르 초장거리 HVDC 해저 전력망 구축 사업 참여 방안을 논의했다. 베트남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베트남 회장과 만나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 지원 방안을 협의하는 등 아시아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수직계열화 통한 경쟁력 강화
구 대표는 2023년 KT서브마린(현 LS마린솔루션)을 인수하고 LS빌드윈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해저케이블 생산부터 시공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달성한 것이다. 구 대표는 LS마린솔루션의 대표이사직도 겸직하며 해저케이블 시공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했다.
이 같은 수직계열화 전략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LS마린솔루션은 지난해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2배에 가까운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분기 이익을 달성했으며, LS에코에너지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구 대표의 전략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LS전선은 영국 내셔널그리드와 8년간 40조원 규모의 HVDC 케이블 공급 프레임워크 계약을 체결했고, 유럽 최대 전력망 운영사인 테네트에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등 18개월치 유럽 물량을 확보했다.
아시아에서도 싱가포르 전력청으로부터 약 2000억원 규모 초고압 전력 케이블 공급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에서 열린 북미 최대 해양풍력 콘퍼런스(IPF 2025)에서는 한국 기업 최초로 '우수 공급망 업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구본규 대표는 고급 기술 개발에도 차별화를 두어 해저케이블에 사용되는 초고압직류송전(HVDC)의 생산 역량을 강화했다. 해당 기술력은 전 세계적으로 소수만이 갖고 있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LS전선이 유일하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국내에도 집중 투자를 통해 HVDC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을 설립하는 등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HVDC 케이블 공급 경험을 가진 기업이 6개사에 불과한 상황에서 독점적 지위를 활용하고 있다.
실적 개선과 성장 동력 확보
구 대표의 경영 전략은 실적 개선으로 직결되고 있다. LS전선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3조3646억원, 영업이익은 15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8%, 58.5% 늘었다. 같은 기간 수주잔고는 5조6216억원으로 48.1% 증가했다.
구 대표는 AI와 전기화 메가트렌드가 최소 15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초전도 케이블 시스템과 버스덕트, 울트라커패시터 등으로 AI데이터센터 시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발짝 앞서가는 LS그룹 경영권 승계
LS그룹 경영권을 놓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구자은 LS 회장의 임기가 2030년에 끝나는 상황에서, 구본규 대표가 2030년 매출 10조원 달성 목표를 제시한 것도 주목받는 부분이다.
LS전선 관계자는 "3형제 경영으로 시작된 기업이기에 오너들의 논의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면서도 "구본규 대표는 LS전선 경영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구 대표가 보여주는 글로벌 리더십과 성과는 그룹 경영권 승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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