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의장은 회사 상장 과정에서 투자자를 속인 혐의로 금융감독원으로 본격 수사를 받는데 이어 경영권 확보에 실패한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전량을 시장에 내놨다.
방 의장에 불어닥친 이런 역풍은 K-팝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넘어 국내 자본시장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방 의장의 물불 안가리는 비즈니스 관행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선 방 의장은 2020년 회사 상장 과정에서 기존 투자자들을 속여 약 4000억원에 달하는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로 금융감독원의 본격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금감원은 패스트트랙(긴급처리)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며, 조만간 방 의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방 의장은 2019년 하이브(당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를 내부적으로 추진하면서도 기존 주주들에게는 ‘”IPO 계획이 없다”고 허위 발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발언이 정보 비대칭성을 악용한 사기적 거래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방 의장의 발언을 믿은 벤처캐피털(VC) 등 기관 투자자들은 보유 중이던 하이브 지분을 시장 가격보다 저렴하게 매도했다. IPO가 없다는 말을 믿고 장기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특히 레전드캐피털 등 기존 투자자들이 2019년 방 의장과 하이브 측에 상장 준비를 촉구하는 공식 이메일을 보낸 직후, 하이브 측은 같은 해 9~10월 경영진이 참석한 내부 심의위원회를 열어 "현재 기업가치 수준에선 상장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같은 시기 하이브가 IPO를 위한 필수 절차인 지정감사인으로 한영회계법인과 계약을 맺는 등 상장 준비를 계속 진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했다.
지정감사를 신청할 때는 대표 주관계약서나 이사회 의사록 등 상장 추진을 입증하는 서류 제출이 필요해, 방 의장이 의도적으로 IPO 추진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측근 사모펀드와 이익 공유 계약의 치밀한 구조
금감원은 방 의장이 이 과정에서 자신과 친분이 있는 인물들이 설립한 사모펀드(PEF)를 통해 기존 투자자들의 지분을 매입하게 만들고, 이후 이들 펀드와 지분 매각 차익의 30%를 공유하는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방 의장은 2020년 10월 하이브 상장 이전 스틱인베스트먼트,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이스톤PE), 뉴메인에쿼티 등과 순차적으로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이들 PEF는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LB인베스트먼트, 알펜루트자산운용 등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총 23.8%의 하이브 지분을 약 2339억원에 매입했다.
특히 이들 사모펀드 운용진은 방 의장의 측근들로 구성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스톤PE는 설립 당시부터 방 의장 지인이 이사회 과반을 차지했으며, 방 의장이 가장 신뢰하는 자본시장 인사로 꼽히는 김중동 전 상무와 하이브브랜드시너지본부를 이끄는 이승석 대표 등이 번갈아 임원을 맡았다.
이러한 구조는 방 의장이 단순히 개인적 이익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조직적 범행의 성격을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PEF 설립부터 지분 매입, 상장 후 매도까지 일련의 과정이 하나의 시나리오 하에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상장 직 후 42만원 ... 공모가 대비 160% 상승
하이브의 IPO 당시 공모가는 13만5000원이었으나, 상장 직후 주가는 최대 42만원을 넘어서며 공모가 대비 160% 상승했다. BTS의 폭발적 인기와 함께 K-팝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급등을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방 의장이 사모펀드들로부터 정산받은 금액은 약 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모펀드 키맨(핵심 운용인력) 3명도 성과 보수로 약 20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중동 전 상무가 절반인 1000억원가량을, 양준석 이스톤PE 대표와 김창희 뉴메인에쿼티 대표가 각각 500억원가량을 수령했다.
문제는 이 같은 주주 간 계약 내용이 상장 과정에서 공시 의무가 있는 증권신고서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이브가 상장되자마자 이들 PEF에서 매도 물량을 쏟아내면서 주가는 1주일 만에 최고가 대비 70% 하락하는 급락을 기록하기도 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관련 위반으로 인한 이익이 50억원을 넘을 경우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방 의장이 얻은 이익이 4000억원에 달해 최고 수준의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의 규모와 조직성을 고려할 때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까지도 가능하다"면서 "다만 실제 선고에서는 피고인의 사회적 기여도와 자수 여부 등이 참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M 지분 텐센트 매각으로 마무리된 복잡한 행보
이번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하이브는 지난 27일 보유하고 있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전량을 중국 텐센트 산하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매각 조건은 주당 11만원으로, 총 거래 금액은 약 2433억원 규모다.
하이브는 2023년 2월 SM 경영권 인수 경쟁에 뛰어들면서 대규모 지분을 확보했으나, 카카오가 SM 경영권을 획득하면서 투자 목적을 상실했다. 하이브는 지금까지 SM에 약 5550억원을 투자했는데, 이번 텐센트뮤직과의 거래로 기존 지분 매각 대금을 합쳐 약 5600억원을 회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SM 측은 텐센트뮤직의 지분 취득에 대해 "텐센트뮤직과의 협업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텐센트뮤직은 이번 거래로 카카오·카카오엔터에 이어 SM의 실질적인 2대 주주가 된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방 의장이 수사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자산을 정리하고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업계에서는 "SM 지분 매각으로 얻은 현금을 향후 법적 대응 비용이나 배상금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사건 규모와 조직성 감안 무기징역도 가능”
현재 금감원뿐만 아니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도 동일한 사안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는 금감원 조사와 별개로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라는 후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안이 자본시장에 미치는 파급력과 상징성을 고려해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공모시장에서 비상장사 대주주와 PEF 간 공시되지 않은 계약을 통해 막대한 이익이 배분되는 구조가 묵인되면 시장 신뢰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이브 사례는 IPO 과정에서 이면 계약과 사익 추구가 복합적으로 얽힌 전형적인 사기적 거래 의혹이 짙다"며 "당국이 이번 사안에서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않으면 유사 사례가 빈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들어 IPO 시장에서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간의 이면 계약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이번 사건의 처리 결과가 향후 시장 질서 확립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 “모든 거래 법률 검토 거쳐 합법적으로 이뤄져”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29일 하이브 주가는 장초반 6.81% 급락한 후 3%대 하락세를 지속했다. 오전 9시 18분 현재 하이브는 전장 대비 3.94% 내린 26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이브 주가는 이미 BTS 멤버들의 군 입대와 신규 그룹의 성과 부진 등으로 부진한 상황이었는데, 이번 수사 소식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 하락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이브 측은 이에 대해 "모든 거래는 법률 검토를 거쳐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금감원 측은 개별 기업에 대한 조사 여부에 대해 "확정된 바가 없다"며 "특정 기업에 대한 조사실시 여부와 조사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사모펀드와 이익공유 계약로 4000억 벌어
한편, 방 의장이 사모펀드와의 이익 공유 계약으로 벌어들인 4000억원 중 상당액을 경영권 강화를 위한 지분 취득과 미국 진출용 주택 매입, 세금 납부 등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에 따르면 방 의장은 해당 소득의 절반가량을 종합소득세 최고세율로 국세청에 납부했으며, 나머지는 하이브 경영권 강화에 약 10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방 의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에 150억원 상당의 대저택을 매입하는 등 해외 자산도 확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하이브의 글로벌 확장 전략과 맞물린 것으로 보이지만, 수사당국은 자금 도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M 인수전과 연결된 복합적 의혹
이번 사건은 2023년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주가 조작 의혹과 함께 방 의장을 둘러싼 또 다른 법적 논란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서울남부지법은 SM 인수전 당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회동한 방시혁 의장에게 다음달 20일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소환장을 발송한 상태다.
SM 인수전 과정에서 카카오와 하이브 간의 담합 의혹이 제기되면서, 방 의장의 일련의 행태가 단순한 개별 사건이 아닌 구조적 문제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대주주로서의 신의성실의무를 위반하고 시장을 교란한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방 의장의 행위가 전형적인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으며, 금감원의 수사 결과에 따라 국내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자본시장 참여 방식 변화 불가피
K-팝 업계의 대표 인물이자 BTS를 키워낸 '히트메이커'로 평가받던 방시혁 의장의 이번 사건은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상장을 준비 중인 다른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에게는 IPO 과정에서의 투명성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방시혁 의장의 사건이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면서 "다른 기업들은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거버넌스 구조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결과에 따라 하이브뿐만 아니라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자본시장 참여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의 엄정한 수사와 처벌이 이어진다면, 향후 유사한 사례의 재발 방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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