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감경배 변호사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조사에 응했다가는 실형 선고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형법 제347조는 사기죄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며, 여기에 공범 규정인 형법 제30조가 적용되면 단순한 가담자도 동일한 형사 책임을 질 수 있다. 특히「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반환에 관한 특별법」은 피해 금액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가중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전달만 했을 뿐이라는 말은 더 이상 면책 사유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대부분의 전달책이 자신이 범죄에 가담한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행동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제 판례에서는 사전에 범죄 가능성을 인식했는지의 여부와 피해 금액의 규모가 형량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현금을 수거하거나 계좌로 자금을 송금한 행위가 피해자와의 직접적인 접점 없이 이루어졌더라도, 반복적이거나 고액이라면 단순한 도움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진다.
보이스피싱 전달책은 텔레그램이나 해외 메신저를 통해 지시자와 연락하며, 수거 위치는 매번 바뀌고 실체를 알 수 없는 총책이나 관리자라는 이름으로만 접촉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수사기관은 반복성과 피해 규모, 전달 행위의 정황만으로 공범으로서 인식하고 실행했다 추정할 수 있다. 그 예로,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이상 현금을 전달했거나, 연락처를 바꾸며 지속적으로 활동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면 단순 심부름이 아닌 반복적인 행위를 통한 가담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실제 범행 구조를 몰랐다는 피의자의 주장은 증거가 부족하면 받아들여지기 어렵고, 수사기관은 이를 ‘묵시적 동의 또는 묵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오해와 확대 해석을 방치하면 결국 재판에 그대로 반영돼 높은 형량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보이스피싱 전달책이라 하더라도 경찰 조사 초기 대응이 결정적이다. 본인이 인지한 정보의 범위, 실제 수행한 행위의 내용, 범죄 조직과의 연결성에 대해 명확하고 일관된 진술이 필요하다. 이때 변호인의 전략적인 조언이 없으면 진술은 오히려 불리한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 단순히 시킨 대로 했다는 식의 진술은 도리어 범행을 인식하고 참여한 정황으로 해석돼 공범 성립을 뒷받침하게 되는 것이다.
감형이나 불기소 처분을 기대한다면 방어 전략은 더욱 정교해야 한다. 먼저, 자신이 범죄에 가담했다는 인식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정황 증거 확보가 필요하다. 연락 경로, 대화 내용, 지시를 받았던 방식 등이 범죄 조직의 전형적인 패턴과 달랐다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어야 한다. 또 피해 금액이 실제로는 일부에 불과하고, 범행의 전모를 알지 못했다는 점도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진술 조서 수정, 참고인 조사 요청, 증거자료 제출 등 전략적인 절차를 밟는 게 중요하다.
법률사무소 가나다 감경배 대표변호사는 “보이스피싱 전달책으로 연루된 경우, 조사 초기 진술 방향에 따라 향후 형량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단순 심부름이라는 인식으로 대응하면 공범으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라고 지적한다. 이어 “정확한 법적 쟁점을 짚고 방어 전략을 설계해야만 무혐의 처분이나 감형을 이끌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초기부터 변호인의 조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됐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변호사에게 연락하는 것이다. 조사나 재판은 단순 해명이 아닌 전략 싸움이다. 잘못된 대응은 형량을 높이고 낙인이 찍히게 만든다. 혐의가 짙어지지 않도록, 현명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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