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11일 베트남 북부와 남부를 대표하는 국립병원들로부터 뎅기열 임상시험약 '제프티(Xafty, CP-COV03)'의 제형 변경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북부 하노이의 국립 열대병 병원과 남부 호치민의 티엔지앙 종합병원 윤리위원회가 기존 캡슐형에서 과립형으로의 제형 변경을 승인한 것이다.
이번 승인의 가장 큰 의미는 베트남 전역을 대상으로 한 다기관 임상시험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이다. 북부와 남부를 대표하는 국립병원에서 동시에 승인을 받음으로써 지역적 제약 없이 임상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변경 신청 이후 단 열흘 만에 승인을 받은 것도 제프티에 대한 현지 의료진의 높은 기대감을 보여준다.
과립형 제형 변경은 임상시험의 실용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뎅기열 환자들은 고열, 구토, 연하 곤란 등의 증상으로 캡슐 복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과립형은 물에 녹여 복용할 수 있어 이런 환자들도 쉽게 투약받을 수 있다. 현대바이오는 기존 캡슐과의 용출 동등성을 확보해 별도의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없이 제형 전환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의 '질환별 개별 임상'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이다. 전통적인 신약 개발에서는 하나의 약물을 하나의 특정 질환에 대해서만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하지만 바스켓 임상은 약물의 작용 기전을 바탕으로 효과가 예상되는 여러 질환을 동시에 타겟으로 삼아 개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배병준 현대바이오 사장은 "북부와 남부 대표 병원에서 최단기간 내 동시 승인을 받은 것은 제프티가 베트남 전역에서 임상을 수행할 기반을 단기간에 확보했다는 뜻"이라며 "세계 최초 항바이러스제 바스켓 임상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범용 항바이러스제 개발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제프티는 현대바이오가 개발한 항바이러스 물질로, 바이러스의 RNA 복제를 억제하는 기전을 통해 작용한다. 이 같은 광범위한 작용 기전 덕분에 뎅기열뿐만 아니라 지카바이러스, 치쿤구니야, 황열병 등 다양한 바이러스 감염질환에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베트남은 뎅기열을 비롯한 모기 매개 바이러스 질환의 유행 지역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특히 열대 기후로 인해 연중 환자가 발생하며, 다양한 바이러스 변이주가 공존해 바스켓 임상시험의 효과를 검증하기에 적합하다.
이번 성과는 국내 바이오벤처가 글로벌 신약 개발에서 혁신적인 접근법을 선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팬데믹 이후 범용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현대바이오의 바스켓 임상 성공 여부는 업계 전체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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