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호 변호사
사실혼 관계는 단순한 동거나 연애 관계와는 명확히 구별되며, ‘혼인의 의사’와 ‘부부로서의 공동생활 실체’가 존재해야 인정된다. 따라서 일정 기간 함께 거주하며 경제적이나 정서적으로 결합된 생활을 지속해 왔다면,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법원은 이를 사실혼으로 판단할 수 있다. 단순한 변심이나 새로운 인간관계를 이유로 상대방의 동의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실혼 관계를 파기한다면, 이는 불법행위로 간주되어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부당한 사실혼 파기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경우,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 이때 위자료는 법률혼에서의 이혼 위자료와 동일한 성격을 가지며, 파기의 경위, 사실혼의 유지 기간, 피해자의 생활 기반 상실 여부 등이 주요 판단 요소가 된다. 장기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 왔고, 사회적으로도 부부로 인식되어 왔던 상황에서 일방이 제3자와의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했다면, 그 파급력은 상당하다.
‘재산분할’도 놓쳐서는 안 되는 핵심 쟁점이다. 사실혼 관계에서도 혼인생활 동안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 있다면, 법률혼과 마찬가지로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하다. 이는 재산의 소유 명의가 누구에게 있느냐보다는, 그 재산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명의는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으나 상대방이 생활비를 절감하거나 가사·육아를 전담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재산 형성에 기여한 경우, 그 기여도에 따라 분할 비율이 결정된다. 가사노동 역시 경제적 가치가 있는 기여로 간주되기 때문에, 사회적 통념에 반하지 않는 수준에서 적정 분할이 이루어진다.
법적으로 위자료, 재산분할은 각각 독립된 청구권이며, 동시에 함께 주장할 수 있다. 사실혼의 유지 기간, 공동생활의 실질 정도, 파기의 원인과 방식, 각 당사자의 경제력과 재산 형성 기여도 등은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단순히 감정적인 대응이나 법률 지식 없는 주장만으로는 실질적인 보호를 받기 어렵다.
로엘법무법인 이태호 이혼전문변호사는 “실제 소송에서는 입증 자료를 바탕으로 상대방의 귀책 사유에 대한 분석, 관계 기간 중 기여도 산정 등 다각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사실혼의 종료를 앞두고 있다면, 감정적 대응보다는 자신이 가진 권리를 법적으로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을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필요 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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