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희대 성주호 교수.
글 싣는 순서
①우리연금제도의 노후생활보장은 글로벌 A등급 수준인가?
②계약형이냐 기금형이냐, 퇴직연금지배구조의 선택
퇴직연금 개혁 논의의 핵심에는 '지배구조'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계약형 구조로 운영되고 있지만, 국회에서는 기금형 도입을 위한 여러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두 방식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퇴직연금 개혁 방향을 가늠하는 출발점이다.
계약형 퇴직연금은 퇴직연금 전문 금융기관(영리재단법인)에 운용관리업무와 자산관리업무 일체를 위탁하여 운영하는 구조다. 현행 한국 퇴직연금제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사용자나 근로자가 운용 지시를 내리면, 이것이 운용관리기관을 거쳐 자산관리기관으로 전달되고, 최종적으로 운용 지시가 이행되며 입출금이 관리된다.
반면 기금형 퇴직연금은 수탁법인(비영리재단법인)을 설립하여 관리 업무를 위탁하는 구조다. 관리 업무의 일부 또는 전부를 위탁할 수 있다는 유연성이 있다. 역사적으로 퇴직연금 지배구조는 기금형에서 출발하였다.
국회에 발의된 세 가지 유형의 퇴직연금 기금형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을 분석하면 기금형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사용자 기금형이다. 사용자가 단독 또는 연합으로 비영리 수탁법인을 직접 설립하여 운영하는 방식으로, 기업형 기금과 산업형 기금으로 나뉜다. 한정애 의원의 대표발의안(2024.11.07)이 이에 해당한다. 단독 또는 복수의 비영리 DB·DC 기업형 기금 설립을 제안하되, 고용노동부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 법안은 연간 적립금 3천억원 또는 누적 가입자 3만명 이상 등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수탁법인 이사회는 노사 동수에 근로자대표 동의를 얻은 전문가로 구성하도록 했다. DC 기금형은 투자일임업자가 집합 운용하고, 자산관리업무는 퇴직연금사업자에 위탁해 운용과 적립금을 완전히 분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둘째, 공기관 기금형이다. 정부 위탁을 받아 특수법인 공단을 설립하고, 가입대상 모든 사용자에게 개방하여 운영하는 방식이다. 박홍배 의원의 대표발의안(2025.07.25)이 이에 해당하며 '퇴직연금공단' 설립을 제안하고 있다.
현 국민연금공단과 유사한 특수법인 구조로, 고용노동부 산하에 퇴직연금공단을 설치하고 퇴직연금연구원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30인 이하 사업장에 적용되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의 전담기구를 근로복지공단에서 퇴직연금공단으로 이전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셋째, 금융기관 기금형이다. 수탁법인의 역할을 전담할 금융기관을 선별적으로 인·허가하여 수탁자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방식이다. 안도걸 의원의 대표발의안(2025년 7월)이 이에 해당하며 '퇴직연금기금전문운용사'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이 법안은 퇴직연기금을 장기적이고 안정적이며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전문운용사를 신설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이는 장기 수익성을 지향하는 경쟁적 자본시장의 조성을 통해, 국내 자산운용 역량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퇴직 이후에도 전문운용사의 자산운용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옵트아웃(opt-out)’ 방식을 도입한 점은 이 법안의 차별적 특징이다
상기의 세 가지 기금형 제도는 모두 기존의 계약형 구조를 인정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계약형과 기금형 간의 수수료 및 수익률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가입자 입장에서 퇴직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데 의의가 있다.
현실적 선택의 기로에서
세 법안 모두 현행 계약형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하지만 접근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사용자 기금형은 대기업 중심의 자율적 운영을, 공기관 기금형은 정부 주도의 통합 운영을 그리고 금융기관 기금형은 시장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를 지향한다.
과연 어떤 방안이 한국 퇴직연금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다음 회에서는 제시된 세 가지 법안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우리 현실에 부합하는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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