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8.22% 급등한 42만8천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 시작과 함께 42만6천원으로 출발한 주가는 장중 한때 43만9천250원까지 치솟으며 44만원 고지를 목전에 뒀다. 장 마감 기준 시가총액은 311조5천850억원으로, 창립 이래 처음으로 300조원 벽을 허물었다.
지난 6월 시총 200조원을 처음 넘어선 지 불과 4개월여 만의 쾌거다. 작년 말 126조6천억원이었던 시총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180조원 넘게 불어난 것이다. 2012년 SK그룹 인수 직전 13조원에 불과했던 기업 가치가 10여 년 만에 24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SK하이닉스의 눈부신 성장 뒤에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확보한 압도적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50% 이상의 점유율로 HBM 시장 최대 공급자 지위를 굳힌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빅테크 기업에 대부분의 HBM 물량을 공급 중이다.
최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글로벌 AI 인프라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도 주가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AI 시대를 맞아 메모리 반도체의 핵심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D램 시장 1위를 탈환하는 등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SK하이닉스의 성장 신화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과감한 결단도 한몫했다. 주변의 반대에도 2012년 3조4천267억원을 들여 당시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인수에 나선 최 회장의 선택은 결국 옳았다. HBM의 핵심 기술인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 확보에도 최 회장이 주도적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83년 10월 경기도 이천 부지에 5인치 웨이퍼 규모의 공장을 착공하며 반도체 생산에 첫발을 뗀 SK하이닉스(당시 현대전자)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2021년 3월 시총 110조원까지 올랐다가 메모리 시장 하락기를 맞아 2023년 3월에는 55조원대로 반토막 나기도 했다. 하지만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에 성공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SK하이닉스의 약진은 SK그룹 전체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렸다. 이날 장 마감 기준 SK그룹 전체 시총은 418조6천694억원을 기록했으며, 장중에는 42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2004년 약 25조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0년 만에 16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국내 그룹으로는 삼성이 2017년 3월 시총 400조원을 넘어선 이후 8년 만의 기록이다. SK그룹 시총에서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5%에 달한다.
증권가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4곳의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11조1천5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매출액은 38.1% 늘어난 24조2천715억원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은 확보한 반도체 리더십을 바탕으로 AI 산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반도체와 AI 분야에 8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SK그룹 관계자는 "SK가 추구하는 성장은 단순히 외형만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기여하는 모델"이라며 "기업과 지역사회, 국가 경제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모델을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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