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한·미 조선협력 전문가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제공=HD현대
정 회장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지만, 앞으로도 여러분과 함께라면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책임과 의무를 완수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임직원들의 신뢰와 협력을 당부했다.
복합적 위기로 규정한 경영환경
정 회장은 현재의 경영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진단했다. 그는 "미중 패권 경쟁과 경기침체, 중국발 공급과잉 등 복합적인 리스크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며 다층적인 도전 과제들이 동시에 HD현대를 압박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산업 내 경쟁이 아니라 글로벌 지정학과 경제 사이클까지 고려한 종합적 위기 인식이다.
정 회장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과 인공지능 기술 활용을 강조했다. 그는 "FOS(Future of Shipyard)라는 우리만의 조선소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 나가면서 중국과의 원가 경쟁력 차이를 줄여갈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정학적 상황을 활용한 MASGA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건설기계와 정유·석유화학 사업의 재구축
건설기계 사업도 미국 관세 문제와 초대형 경쟁업체의 시장 잠식으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합병을 계기로 양사의 자산을 한데 모아 최적의 글로벌 생산 체계(GMF)를 구축하고 있으며, 영업 네트워크와 서비스 역량을 확실하게 구축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동시에 인도, 브라질, 호주 등 신시장 개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정유 및 석유화학 사업도 상반기 유가와 정제마진 하락으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 국내 정유 4사 모두가 올해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 회장은 해외 시장 진출 가속화, 친환경 제품 개발, 윤활유와 발전 등 새로운 사업 발굴, 그리고 공정 전반에 걸친 원가 개선 혁신을 강조했다.
다만 전력기기 사업은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전력 소비 증가로 호황을 맞고 있는 HD현대일렉트릭에 대해 정 회장은 "지금의 기회를 살려 근본적인 체력을 다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더 나아가 "다시 불황이 찾아왔을 때 과거와 같은 엄중한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금 미래를 위한 투자와 준비를 철저히 해두어야 한다"며 호황에 안주하지 말고 미래를 대비한 전략적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현재의 위기 상황이 HD현대에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1972년 울산조선소 기공식 이후 숱한 어려움이 있었고 그때마다 우리는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며 역사적 경험을 강조했다.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 전력을 다해 실행해 "우리만이 해낼 수 있는 것"을 만들어냈다는 점이 HD현대의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경험과 DNA를 바탕으로 정 회장은 "모두가 한 뜻으로 뭉쳐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퓨처빌더'가 되자"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기업의 슬로건을 넘어 위기 속에서 집단의 결속을 강화하고 전사적 실행 의지를 다지려는 리더십 메시지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마지막으로 권오갑 명예회장을 향해 "정말 어려운 시기를 훌륭하게 이끌어 주셨다"며 진심 어린 감사를 표했다. 또한 "회사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임직원 안전"이라며 안전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취임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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