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5.12.05(금)

“HMM을 인수하라” … 김재철의 마지막 도전은 성공할까

원양어선 선장의 ‘꿈’ 이룬다 … 동원그룹 10조 마련 TF팀 구성

안재후 CP

2025-12-05 11:09:19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동원그룹이 대형 해운사 HMM(현대상선) 인수에 다시 도전한다. 2023년 1차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지 약 2년 만의 일이다. 동원그룹 창업주인 김재철 명예회장이 최근 경영진에게 HMM 인수 재추진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양어선 선장으로 바다에서 사업을 시작한 김 명예회장의 해운업 인수 의지는 지난 2년간 식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1차 인수전의 아쉬움, 2000억원의 격차

지난 인수전에서 동원그룹은 얼마나 가까운 거리에 있었을까. 1차 매각 당시 하림그룹과 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제시한 매입 가격은 6조 4000억원이었다. 동원그룹은 이에 불과 2000억원 안팎 차이인 6조 2000억원대를 제시하며 최종 국면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하림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지만, 지난해 채권단과의 주주간 협상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매각 협상은 최종 결렬되었다. HMM은 다시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채권단의 관리 체제로 돌아갔다.

3조원 상승한 몸값, '10조원 대어'로의 변신
그 사이 HMM의 몸값이 크게 올랐다. 주가 상승과 영구채 전환으로 인한 채권단 지분 확대 등으로 HMM의 현재 평가액은 8조원에서 최대 10조원대로 뛰어올랐다. 1차 당시 6조 4000억원과 비교하면 최소 3조 6000억원 이상 상승한 것이다. 이제 HMM 인수전은 단순한 인수 의지만으로는 넘볼 수 없는 '머니 게임'의 장으로 변모했다. 현금 10조원을 쥔 자만이 왕관을 쓸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숨겨진 자산 여력, 동원그룹의 강점

그렇다면 동원그룹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을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자산 여력이 핵심이다. 동원그룹의 공정자산 총액은 8조 8940억원으로, 재계 순위 57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부산신항의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DPCT)과 전국 냉동물류망 등 알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보유 중인 선박이나 생산설비 등 유형자산을 보수적으로 감가상각해 장부가가 실제 가치보다 훨씬 낮게 잡혀 있다"며 "자산 재평가 등을 거치면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숨은 여력'이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 동원은 1차 인수전에서도 하림그룹과 큰 가격 차이 없이 최종 경쟁을 벌인 경험을 가지고 있다.

김재철 명예회장의 강력한 의지

인수 가능성을 높이는 또 다른 요소는 김재철 명예회장의 강력한 의지다. 그는 2023년 한양대 명예공학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HMM 인수는 꿈의 정점"이라며 "동원그룹은 바다와 함께한 기업인 만큼 잘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1969년 원양어선 한 척으로 창업한 동원산업을 재계 50위권 그룹으로 성장시킨 김 명예회장은 구순의 나이에도 글로벌 무대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김 명예회장의 인수·합병(M&A) 성공 경험도 배경이 된다. 동원은 2008년 적자에 빠져 있던 미국 참치 브랜드 '스타키스트'를 전격 인수해 단기간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실패 없는 M&A' 신화를 썼다. 이번 HMM 인수를 통해 그 신화를 다시 이어가려는 각오로 보인다.



물류 종합기업으로의 도약 전략

동원그룹이 HMM 인수에 다시 공을 들이는 것은 종합 물류기업으로의 도약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동원그룹은 이미 수산·식품 사업에 동원로엑스(물류),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항만)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HMM의 해운 경쟁력을 더하면 육해공을 아우르는 통합 물류 밸류체인이 완성된다. 이는 단순한 규모 확대를 넘어 동원그룹의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동원은 1차 인수전 당시 실사를 통해 HMM의 내부 사정과 리스크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며 "무리한 추격매수로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일은 피하겠지만 조건이 맞는다면 언제든 베팅할 준비가 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발 물러선 포스코, 눈치보는 다크호스들

유력 후보였던 포스코그룹은 이번 레이스에서 한발 물러설 공산이 크다. 최근 미국과 호주 등 해외 투자에 조 단위 자금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홀딩스는 미국 2위 철강사인 클리블랜드 클리프스 지분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호주 리튬 광산 지분 투자(약 1조 1000억원), 현대자동차그룹과 공동으로 추진 중인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 사업(규모 8조 2000억원) 등 굵직한 투자가 겹쳐 있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주주 반발과 해운업계·정부의 부정적 시선까지 고려하면 10조원에 달하는 HMM 인수전에 뛰어들 물리적·심리적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면 최근 오너 3세 체제로 본격 전환한 HD현대와 한화그룹은 잠재적 다크호스로 꼽힌다. 둘 다 조선·방산 호황으로 현금 흐름이 좋아졌지만, 불확실한 해운 시황에 10조원을 베팅하기엔 리스크가 크다는 게 내부 기류다. 다만 한국산업은행이 본격 매각을 공식화하면 상황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1차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하림그룹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재무적투자자(FI) 의존도 높은 구조와 파이시티 등 대규모 자금 투입 사업으로 인해 재도전 동력이 약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2라운드 인수전의 또 다른 변수는 HMM 본사 부산 이전 이슈다. 정부가 내년 1월 HMM 본사 이전 로드맵 발표를 예고하는 가운데 노조가 "강행 시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새 주인이 누가 되든 노사 갈등과 인력 이탈 리스크를 떠안아야 할 처지인 것이다. 이는 인수가격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다.

결국 이번 인수전의 핵심은 10조원이라는 몸값을 감당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동원그룹이 먼저 행동에 나선 만큼 눈치만 보던 다른 대기업들이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하면 예상 밖의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 한국산업은행의 본격적인 매각 추진 시점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동원의 '참치 신화'가 '해운 제국'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 한국 재계의 최대 규모 인수전이 2라운드를 본격 개시하려 하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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