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준호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6년 코스피 밴드를 3500~4700포인트로 제시하며 이같이 전망했다. 기존 목표 상단인 4000포인트에서 700포인트나 끌어올린 파격적인 상향이다. 반도체 업황 호황과 그에 따른 실적 개선세가 예상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판단에서다.
변 애널리스트가 주목한 것은 최근 지속되고 있는 코스피 기업들의 실적 상향 조정 흐름이다. 최근 코스피 이익조정비율은 2025년 기준 5%, 2026년 기준 6%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실적을 하향 조정하는 기업보다 상향 조정하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더 많다는 의미다.
더욱 주목할 점은 2025년보다 2026년 수치의 상향 조정 폭이 더 크다는 사실이다. 코스피200 기업 중 컨센서스가 존재하는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지난 10월 하순 2026년 코스피 영업이익 증가율(전년 대비) 전망치는 31%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46%까지 확대됐다.
변 애널리스트는 현재 실적 개선 흐름을 2020년 12월과 비교했다. 당시는 코로나 백신 개발이 완료된 직후로 강한 실적 상향 흐름이 2021년 1분기 발표된 4분기 어닝 시즌에 긍정적으로 작용했고, 실제로 2021년 기업 실적은 상당히 양호했다. 지수도 2021년 1월까지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현재 이익조정비율은 2020년 12월 전후 시점에 근접하는 유사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6년을 중심으로 한 실적 상향 흐름은 다음 달 발표될 4분기 어닝 시즌 및 2026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연말 연초에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적은 186% 폭등했는데, 주가는 56% 상승에 그쳐
변 애널리스트가 제시한 수치는 충격적이다. 2023년 대비 2026년 코스피 영업이익은 3년간 약 186% 폭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 대비로도 2년간 84% 급증한다는 전망이다.
문제는 주가 상승이 실적 개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말 대비 현재 코스피 상승률은 56%에 그쳐 실적 개선 속도 대비 증시 상승 폭이 현저히 낮다. 2024년 말 대비로도 코스피 상승률은 73%로 실적 예상 증가율(84%)을 밑돈다.
PER(주가수익비율) 관점에서도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봤다. 현재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는 10배 수준인데, 경험적 밴드 상단 수준인 11.5배까지 시도할 수 있다고 보면 15%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하단은 12개월 선행 PBR 1.05배 수준을 기준으로 설정해 3500포인트로 제시했다. 2026년 상반기 경기 피크아웃 우려가 부각될 경우 고점 대비 20% 이상의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반도체 업황 구조 변화와 주주환원정책 강화 등으로 과거처럼 PBR이 0.8배까지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1분기까지는 실적 하향 위험 낮다"
강력하게 상향되고 있는 2026년 실적 전망이 실제 전개 과정에서 하향 조정될 위험은 있다. 하지만 변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경기 흐름과 반도체 업황, 이익조정비율 추이를 봤을 때 1분기까지는 그 위험이 부각될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향후 코스피 밴드가 추가로 상향 조정될 수 있는 근거로는 ▲강력한 한미 통화 스왑에 따른 환율 급락과 외국인 순매수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대형 기업들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강화 ▲관세 철회에 따른 글로벌 무역 회복 ▲6월 MSCI 선진국지수 관찰 대상국 편입 ▲2027년 반도체 호황 지속 신뢰도 상승 등을 제시했다.
반면 하방 위험 요인으로는 ▲미국 경기 침체 우려 확대 ▲관세 영향에 따른 후행적 인플레이션 ▲AI 투자 모멘텀 둔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크레딧 이슈 등을 꼽았다.
FOMC 리뷰: "매파적이었지만 시장은 이미 반영"
변 애널리스트는 1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 대해서도 분석을 내놓았다. 예상대로 25bp(베이시스포인트)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됐고, 점도표상 2026년 기준금리는 3.4%로 한 차례 인하를 시사했다. 매파적 금리 인하였음에도 시장이 상승한 것은 이미 우려를 선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FOMC 직전까지 4.2% 수준으로 반등하며 매파적 FOMC를 가정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연준이 2026년 미국 성장률을 대폭 상향 조정하고 물가는 하향 조정한 것은 주식시장 참여자들이 생각할 수 있는 베스트 시나리오입니다. 성장률을 상향하면서 금리를 인하했기 때문에 이번 금리 인하를 경기 악화의 재료로 보기보다 내년 성장률 개선 가능성 요인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연준이 단기 국채 매입을 통해 유동성 공급을 시사한 점은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과거 초기 금리 인하 국면과 유동성 공급 국면에서 바이오 업종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바이오 업종이 부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변 애널리스트는 "차기 연준 의장으로 케빈 해셋 국가경제위원장이 유력하게 부각되고 있는데, 그가 상당히 완화적인 성향의 인물이기 때문에 연말연초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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