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6일 미국 배터리 팩 제조사 FBPS(Freudenberg Battery Power Systems)와의 약 3.9조원(27.9억 달러) 규모 공급 계약을 해지한다고 공시했다. 2024년 4월부터 2031년 12월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이 계약은 상용차(버스, 트럭 등)향 배터리 모듈 공급 건이었으나, FBPS의 배터리 사업 철수에 따라 양사가 상호 합의로 해지하기로 했다.
수조원대 계약 취소라는 큰 금액에도 불구하고, 실제 재무 및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이 계약은 LG에너지솔루션의 자동차 사업부 내에서도 특정 OEM 팀(Ford, GM, VW 등)이 아닌 '신시장 팀'에서 주도한 프로젝트였다. 승용차가 아닌 상용차 전문 팩커(Packer)를 대상으로 셀과 모듈을 공급하는 비즈니스로, 특정 고객사를 위해 라인을 새로 깔거나 스펙을 맞춤형으로 개조한 '전용 라인' 사업이 아니었다. 기존 보유한 '공용화 라인'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진행된 과제였기 때문에,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라인 가동이 중단되거나 유휴 설비가 발생하는 리스크는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전용 R&D 비용이나 설비 투자가 수반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 해지에 따른 자산 손상 처리나 위약금 등 추가 비용 리스크도 없다. 공시 금액만큼 실제 타격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이안나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리스크가 있거나 불확실한 프로젝트 정리 등 연말 기준으로 추가로 나올 악재성 공시는 마무리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핵심 성장 로드맵은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의 핵심 성장 동력은 흔들림 없이 추진되고 있다. 46파이 배터리의 경우 오창 공장 외에 애리조나 공장의 매출이 2027년부터 본격화될 예정이며, 현재 리비안(Rivian), 벤츠(2개 과제), 포드 등 46파이 수주 과제는 변동성 없이 안정적으로 추진 중이다.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도 순조롭다. 내년 성장의 핵심은 전기차(EV)보다는 소형전지와 ESS가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GM 등 주요 OEM의 물량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이를 비 전기차 부문에서 상당 부분 메이크업할 계획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빠른 ESS 전환(미국 라인 전환 속도 가장 빠름) 및 수주 가능성, 2026년 기업 재편 흐름 등으로 2026년 상반기까지 긍정적 주가 흐름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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