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4월 저점 이후 불과 9개월 만에 2천 포인트대에서 5천 포인트까지 치솟은 강력한 상승세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아직 두려워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실적 개선에 기반한 상승인 데다 밸류에이션 부담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릴레이형 상승 구조가 만든 5천 포인트
이번 랠리의 가장 큰 특징은 단일 테마가 아닌 '릴레이형' 구조였다는 점이다. 2천 포인트대에서 3천 포인트까지는 금융과 산업재가 반등을 이끌었다. 신정부 출범 기대감과 트럼프 행정부 정책 수혜주가 각광받던 시기다.
4천에서 5천 포인트 구간에서는 구조가 달라졌다. 반도체 상승세는 이어졌지만 조선, 기계 등 산업재와 자동차 같은 저PER 대형주들이 가세했다. 특히 자동차는 전통적 경기민감주에서 벗어나 로보틱스·자율주행이라는 새 프레임을 얻으며 밸류에이션 재평가까지 동시에 받았다.
신한투자증권 노동길 애널리스트는 "5천 포인트 도달은 한 번의 테마로 달성된 목표치가 아니다"라며 "관세 리스크 완화, 반도체 가속, 산업재 확산, 자동차 신규 프레임으로 이어진 구조적 상승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상승의 66.5%는 실적 개선, 밸류에이션은 중간 수준
5천 포인트가 두렵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기 때문이다. 2025년 저점 대비 코스피 로그수익률 77.0% 중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상향에 따른 상승분이 51.2%를 차지했다. 주가수익비율(PER) 상승에 따른 상승분은 29.4%에 그쳤다.
로그 분해 기준으로 보면 지수 상승의 66.5%는 EPS 상향으로, 38.2%만 PER 상승으로 설명된다. 현재 코스피 PER 10.5배는 2023년 이후 분포 기준으로 중간값이다. 과열 구간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는 의미다.
섹터별로는 산업재와 IT, 업종별로는 반도체, 상사·자본재, 기계, 조선이 핵심축을 형성했다. 노 애널리스트는 "이번 강세장은 밸류 부담이 제한적인 전형적 펀더멘털 장세였다"며 "과거에 비해 체감 확산이 약했던 이유는 이익 발생 구조 자체가 특정 업종·종목에 응축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저PER 실적형과 고PER 기대형의 공존
현재 업종 구도는 크게 두 가지 성격으로 나뉜다. 조선, 기계, 상사·자본재, 반도체 같은 저PER 기반 실적 확인형 업종과 IT가전, 헬스케어, 비철, 화학 같은 고PER 기반 기대 선반영 업종이 동시에 존재한다.
저PER 업종들은 실적 가속이 확인됐음에도 밸류에이션은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익이 먼저 움직이고 시장 신뢰는 뒤따르는 '계단식 상승 구조'다. 실제로 반도체와 조선, 기계 등 산업재 PER은 2025년 이후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하락 중이다.
반면 고PER 업종은 기대가 먼저 형성된 구조로 실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조정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크다. 금융과 유틸리티 같은 저PER·저성장 업종은 변동성 완충 역할을 맡고 있다.
6천 포인트로 가는 길, 소외 업종의 재평가가 관건
코스피 6천 포인트 달성 가능성을 계량적으로 점검한 결과, 디스플레이, 유통, 필수소비재, 호텔·레저, 화장품·의류, 통신서비스, 증권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최근 1년간 EPS 개선 대비 주가 반영이 제한적이었던 업종들이다.
노 애널리스트는 "6천 포인트 달성은 구조 성장 업종의 지속에 더해 과매도의 회복을 필요로 한다"며 "이익 개선이 발생한 업종 중 시장의 신뢰가 낮아 밸류에이션이 억제되어 있던 영역의 재평가가 동반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원/달러 환율 상승 수혜를 볼 수 있는 수출주라면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수출주 중심의 필수소비재, 화장품·의류 업종이 주목할 만하다는 조언이다.
결국 지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한 조건은 명확하다. 이익은 이미 발생했지만 신뢰가 부족했던 영역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5천 포인트가 두렵지 않은 이유는 그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이고, 6천 포인트로 가는 길은 그동안 소외됐던 영역의 재조명에 달려 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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