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한국 현대미술의 가장 큰 취약점은 유통 이전 단계인 작업 방식, 재료, 보존, 아카이브, 보증 체계의 부실함에 있다. 시장은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으나, 정작 기초가 되는 캔버스의 구조조차 표준화되지 않은 현실에서 디지털 증권화를 논하는 것은 본말전도라는 비판이다. STO의 본질은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대상이 되는 물질적 구조에 대한 인증에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주요 미술관인 루브르나 테이트 모던 등은 작품 수집 시 재료, 제작 방식, 보존 가능성 등을 체계적으로 기록한다. 작품을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보존 가능한 '물질 구조'로 취급하며 제작 기록, 상태 보고서, 이력 관리 등 세 가지 핵심 시스템을 가동한다. 이러한 데이터 축적 과정이 뒷받침되어야만 예술품은 비로소 금융적 가치를 지닌 자산으로 전환될 수 있다.
반면 한국 현대미술은 재료 사용과 구조 설계에 대한 공적 기준이 상대적으로 약한 실정이다. 저가 스트레처 사용이나 건조·수축을 고려하지 않은 장력 조절, 표준화된 보증서의 부재 등은 검증되지 않은 물질을 디지털 자산으로 포장하는 역설을 낳는다. 금융은 명확한 구조를 요구하지만, 국내 미술계는 아직 기초적인 제작 구조에 대한 합의조차 미비한 상태다.
이에 따라 STO 공약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한 제도적 개편이 요구된다. 우선 수집 단계에서 작품의 전·후면 촬영과 재료 명세 공개 등 구조 검증을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QR 코드를 기반으로 제작 영상과 공정 기록, 전시 및 보존 이력을 연동하는 '작업 아카이브 보증서'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작가 교육 과정 역시 재료 공학과 보존 과학, 구조 설계 중심으로 개편하여 예술 철학의 중심을 표현에서 구조 설계로 전환해야 한다.

결국 STO는 단순한 금융 기술의 도입이 아니라 국가 단위의 예술 구조 개혁을 의미한다. 한국 현대미술이 이미지 생산 국가에 머물지 않고 구조 설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재료 선택부터 아카이브 제도화까지 전 과정을 재설계해야 한다. 예술이 금융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견고한 구조가 금융 시스템을 설계하는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와 관련하여 금보성아트센터 금보성 관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일회성 전시가 아니라 국가 단위의 예술 구조 개혁이다"라며, "STO 한국현대미술 지역 순회전에서 만들어지는 기준의 실험이 그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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