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상진 변호사
군하극상 사건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는 지점은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한 방어권 행사'였는지, 아니면 '고의적인 항명'이었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둘을 가늠하는 잣대는 상관의 명령이 객관적으로 정당했는지 여부다. 만약 상관의 지시가 군법이나 규정에 명백히 위반되는 것이라면 하급자의 거부는 정당화될 여지가 있으나 실무상 사법부는 지휘관의 포괄적 재량권을 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단순한 불만 표출이나 명령 불이행이 '항명'으로 기소될 경우, 피고인은 해당 명령이 군사적 목적과 무관하거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특히 상관모욕의 경우, 발언의 장소와 대상이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된다. 단둘이 있는 공간에서의 항의는 모욕죄 성립이 어려울 수 있으나 다른 부대원이 듣고 있는 연병장이나 생활관, 심지어 단체 채팅방에서의 발언은 '공연성'이 인정되어 즉각적인 처벌 대상이 된다. 최근 대법원 판례는 SNS상의 비하 발언을 군 기강을 해치는 중대한 위해 행위로 규정하며 처벌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상관폭행은 일반 형법과 달리 '벌금형' 규정이 아예 존재하지 않아 유죄 판결 시 곧바로 징역형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피고인에게 가장 큰 법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설령 상관의 폭언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신체적 접촉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방위의 범주 내에 있었는지를 입증하지 못하면 실형을 피하기 어렵다.
많은 피의자가 수사 초기 단계에서 "상관이 먼저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만을 강조하며 감정적으로 대응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오히려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인상을 주어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위험이 크다. 군 사법 절차는 폐쇄적인 조직 특성상 초기 진술이 재판 끝까지 결정적인 증거력을 갖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건 발생 직후, 상관의 부당한 처우나 가혹행위가 있었는지를 메신저 대화, 동료 진술 등 객관적인 기록으로 확보하고 자신의 행위가 지휘 체계를 무너뜨리려는 의도가 아니었음을 논리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공군 군사법원장과 국방부 법무관리관실 송무총괄을 역임하며 수많은 하극상 사건을 다뤄온 로엘 법무법인 권상진 대표변호사는 "군인/군무원 징계항고심사위원장으로서 수천 건의 기록을 검토하며 확인한 사실은 많은 장병이 '부당한 명령에 대한 거부'와 '감정적 항명'의 경계를 혼동한다는 점이다. 법정에서 판사가 주목하는 것은 피고인의 억울함 그 자체보다, 그 대응 방식이 군 조직의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적법한 절차 내에 있었는가 여부”라고 말했다.
이어 권 대표변호사는 “상관의 폭언에 대응하다 발생한 우발적 충돌이라면 이를 단순 폭행이 아닌 상호 갈등 속에서의 방어적 행위로 재정의해야 한다. 군 사법부의 생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재판부가 요구하는 정당한 사유를 서면으로 구성해낼 수 있어야 군이라는 특수 집단 내에서 개인의 목소리가 항명이라는 거대한 프레임에 묻히지 않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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