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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KAI 인수 잰걸음 … ‘K-록히드마틴’ 만든다

8년만의 지분 매입 연말까지 8%대 확보 … 글로벌 방산기업 도약

안재후 CP

2026-05-06 13:55:03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1월 8일 한화시스템 제주우주센터를 방문, 해상도 15cm급 'VLEO UHR SAR 위성'의 실물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1월 8일 한화시스템 제주우주센터를 방문, 해상도 15cm급 'VLEO UHR SAR 위성'의 실물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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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위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단순 투자자에서 전략적 경영자로 변신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8년전 KAI 지분을 전량 매각한 바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연말까지 5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지분을 8%대까지 다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방산과 우주항공을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 방산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의 일환이다.

지분 보유목적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월 한화시스템 등 자회사와 함께 KAI 지분 4.99%를 확보한 데 이어 4일 주식 10만주(0.1%)를 추가 매입했다. 이로써 보유 지분은 5.09%로 높아졌고 5% 이상 주주 명단에 공식 등재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분 보유목적을 기존의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메시지를 시장에서는 의미 있게 받아들였다. 단순 재무 투자자 입장에서 벗어나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구체적인 경영참여 계획은 검토 중" 이라고 선을 그으며 “주주로서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회사의 경영 목적에 부합하도록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연말까지 5000억원 추가 투입 계획
한화의 야심은 단순하지 않다. 올해 연말까지 약 5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지분율을 8%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 그것이다. 4일 종가 기준으로 이는 약 277만7778주, 즉 지분율 2.85% 규모에 해당한다. 계획이 변동 없이 진행되면 올해 연말께 한화의 KAI 지분율은 6.43%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KAI의 주주 지형을 보면, 최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26.41%)이고 국민연금공단(8.56%)과 피델리티(9.38%)가 뒤를 잇는다. 한화가 목표대로 지분을 확보할 경우 민간 주주 가운데 사실상 최대 주주에 준하는 영향력을 갖게 된다. 업계는 이를 한화의 인수 의지가 공식화된 신호로 평가했다.

2018년 지분 매각 이후 8년만의 재 진출
한화가 KAI를 다시 노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화는 2015년 삼성테크윈을 인수하며 삼성그룹이 보유했던 KAI 지분 약 10%를 한때 확보했다. 그러나 3년 뒤인 2018년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이번 지분 매입은 그 이후 약 8년 만의 재진출이다.

한화가 다시 KAI에 눈을 돌린 배경에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있다. 해양 플랜트 기업까지 확보한 한화는 '육해공' 통합 체계 구축의 야심을 드러냈고, 시장은 곧바로 KAI 인수 가능성을 제기했다. 2022년 정부의 공공기관 자산 효율화 기조 속에서 최대 주주 한국수출입은행의 지분 매각 가능성이 거론될 때마다 한화는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혀왔다.

방산-우주항공 '밸류체인 완결'의 전략적 계산
한화가 KAI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전략적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상방산, 항공엔진, 항공전자, 레이더, 우주 발사체 사업을 보유하고 있고, KAI는 국내 완제기 개발·제작과 위성 개발, 공중전투체계를 담당하고 있다. 둘이 결합하면 발사체(한화)-위성체(KAI)-데이터·서비스(한화)로 이어지는 통합 우주항공 체계가 완성된다.

이는 단순한 제조 기업에서 벗어나 '우주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의미한다. 한화가 강조해 온 '한국형 록히드마틴' 구상의 마지막 퍼즐이 바로 항공우주 분야라는 점에서 이번 지분 매입의 전략적 의미는 크다. 특히 록히드마틴이나 보잉처럼 전투기 설계부터 엔진 공급, 위성 개발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 방산기업으로의 변신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양사 협력 이미 상당수준 진척 돼
흥미로운 점은 양사의 협력이 이미 상당 수준으로 진척돼 있다는 것이다. KF-21 수출 경쟁력 강화와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개발, 특수작전용 헬기 성능개량 사업 등에서 이미 공동 대응을 추진 중이다. 올해 2월에는 방산·우주항공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항공엔진 국산화와 무인기 공동 개발, 글로벌 우주사업 진출 등 중장기 협력체계 구축에 합의했다.

이 같은 협력의 바탕은 기술적 보완성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투기 엔진과 우주 발사체 분야에서 이미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KAI는 완제기 설계·제작과 위성 본체 개발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양사가 결합할 경우 국내 우주항공 산업의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 방산업체들과 경쟁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평가다.

더 큰 맥락에서 보면 글로벌 방산 환경의 변화도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최근 중동전쟁까지 벌어지면서 방산의 중요성이 커졌다. 한화 관계자는 "우주항공과 방산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국가 대표 기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개별 기업들의 각자도생으로는 경쟁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대형화, 통합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점 논란과 정부 정책 방향이 넘어야 할 산
다만 실제 경영권 인수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변수는 독점 논란이다. 한화가 KAI를 인수할 경우 전투기 제조와 엔진 공급을 아우르는 산업 구조가 형성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국가 전략 산업의 민영화에 대한 우려, 조직 문화 충돌, 노조 반발 등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한화 측은 “향후 정부 주도의 KAI 민영화가 공론화될 경우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인수 또는 통합 등 추진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며 정부와의 협력을 강조했다. 결국 한화의 KAI 인수는 기업의 전략만큼이나 정부의 정책 의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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