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선임된 5명은 평균 3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정통 한화맨들이다. 단순한 승진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이미 구체적인 성과를 증명한 실무형 리더들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도전과 현장에서의 혁신을 동시에 추진할 그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방산·해외사업, 이부환의 'R&D형 리더십'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신임 대표이사 이부환은 1995년 입사 이래 약 30년을 방산 부문에서 보냈다. 정통 기술 엔지니어의 경력을 걷다가 경영진으로 전환한 인물이다.
부산대 생산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현장 R&D 부서에서 굵직한 기술적 성과를 주도하며 한화 내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 2016년 기동화력연구소 팀장에서 시작한 그의 경력은 2020년 종합연구소장으로 정점을 이루었고, 2022년에는 해외사업본부장을 거쳐 유럽법인장으로 나아갔다.
이부환의 핵심 성과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기술력으로 뒷받침하는 능력에 있다. 현재 PGM(정밀타격)사업부장(전무)으로서 다연장로켓 천무 등 주력 유도무기 사업을 총괄해왔고, 특히 지난해 폴란드 방산업체 WB그룹과 천무 유도탄의 현지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주도한 것이 주목된다. 이는 K-방산의 국제 경쟁력을 현실로 입증한 사건이었다.
이번 대표 선임은 지난 6월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사망 5명 등 7명 사상) 이후 안전경영 강화 요구가 높아진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기술력으로 구축한 신뢰를 안전 경영으로 이어갈 차기 리더로 이부환이 선택된 의미는 분명하다.
우주·방산 글로벌 확대, 양기원의 '전략형 리더십'
한화시스템의 신임 대표이사 양기원은 다른 유형의 리더다. 1994년 입사한 그는 화학·에너지·솔루션을 거치며 사업개발과 전략기획 분야를 깊이 있게 쌓아왔다.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그룹 전체의 사업 생태계를 이해하는 경험을 축적한 인물이다.
특히 2022년 (주)한화 글로벌부문 대표, 2025년 前 한화임팩트 대표를 거친 그의 경력은 '사업을 읽고 실행하는 능력'을 입증한다. 한화임팩트에서는 내수 기반을 다지면서 동시에 수출 시장 확대를 견인해왔다.
더 주목할 점은 양기원이 김동관 수석부회장과 함께 (주)한화 전략실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는 것이다. 방산·우주 사업을 총괄하는 김동관 부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만큼, 한화시스템의 글로벌 확장은 그룹 차원의 전략적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 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방산 신사업을 어떻게 선점할 것인가가 양기원 대표의 첫 번째 과제다.
한화임팩트 사업부문 신임 대표이사 강정훈은 조직 내에서 가장 현장에 가까운 리더다. 석유화학 생산 현장에서 경력을 쌓았고, 한화토탈 방향족1공장장을 거쳐 2023년부터 대산공장장으로 현장을 이끌어왔다.
임원 사무실에서 경영 이론을 배우기보다 화학 설비 앞에서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경험을 축적한 인물이다. 이는 한화임팩트의 현 상황에서 정확히 요구되는 역량이다. 수익성 개선과 안정적 현금흐름 창출이 급선무인 가운데, 현장의 목소리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리더가 필요했던 것이다.
강정훈 대표의 등용은 원가혁신과 수익구조 개선이라는 명확한 신호를 보낸다. 그의 현장 운영 노하우가 직접 경영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형 김동관이 주도하는 방산·에너지 축 강화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금융·글로벌투자, 임동준의 '글로벌 금융형 리더십'
한화자산운용의 신임 대표이사 임동준은 금융·글로벌 투자 영역의 전문가다. 2008년 한화생명으로 입사한 뒤 신사업본부장, 베트남담당, 베트남법인장 등을 거치며 글로벌 금융 시장을 몸으로 배웠다.
특히 2022년부터 2025년까지 한화자산운용 미주법인장을 역임하며 글로벌 자산운용 시장을 직접 경험했다. 올해 초 전략사업유닛장으로 선임된 이후로는 벤처·대체투자 플랫폼을 구축하고 관련 펀드를 조성하는 일을 주도해왔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융 생태계에 대한 그의 이해도는 깊다.
임동준 대표의 선임은 한화자산운용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향한 명확한 신호다. 유가증권 운용 경쟁력과 대체투자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국내 자산운용사의 한계를 글로벌 투자 플랫폼으로 넘어설 차기 리더로 기대되고 있다.
반도체장비·시장선점, 김기철의 '전략통형 리더십'
한화세미텍의 신임 대표이사 김기철은 전략과 해외사업 재편의 전문가다. 1995년 입사한 뒤 (주)한화 경영진단팀에서 시작해 한화비전의 경영기획팀장, 미주법인장, 전략기획실장을 거쳤다. MBA 학력과 함께 전략 부서에서의 장기 경험이 그의 강점이다.
2025년 5월 한화비전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해외 중심 사업 재편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동시에 한화세미텍 대표를 겸직하며 반도체 장비 사업을 주도해왔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의 이중 역할이 단순한 겸직이 아니라, 영상보안과 반도체 장비라는 테크 영역의 통합 경영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한화세미텍은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TC(열압착) 본더 양산에 성공했으며, SK하이닉스향 구매계약(PO)을 체결했고,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을 공식화했다. 이는 단순한 사업 확대가 아니라 K-반도체 장비 산업이 글로벌 무대에 본격 진출한 신호다. 김기철의 선임은 이러한 성과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핵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그리고 현장의 책임 경영
이번 5개 계열사 대표 교체는 한화그룹의 명확한 전략을 반영한다. 각 대표는 다양한 배경과 역량을 갖추었지만, 공통점이 있다. 모두 글로벌 시장을 직접 경험했으며, 현장에서의 실적으로 검증된 리더들이라는 점이다.
방산(이부환)에서는 K-무기체계의 국제 판매를 기대하고, 우주(양기원)에서는 신성장동력 발굴을, 화학(강정훈)에서는 수익성 개선을, 금융(임동준)에서는 글로벌 투자 확대를, 반도체 장비(김기철)에서는 K-반도체 생태계의 완성을 각각 기대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책임 경영'을 증명한 리더들이라는 점이다. 3세 경영의 시대, 이부환, 양기원, 강정훈, 임동준, 김기철 5인의 신 리더들이 얼마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지가 향후 한화그룹의 경쟁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첫 경영 성과는 이미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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