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광산에서 호주 태양광까지
최 회장이 이번 행사에서 주목할 만한 경험담을 꺼낸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그는 페루 자회사 ICM 파차파키의 사장으로 활동했다. 해발 4,000미터 고지대에 위치한 광산을 개발하는 업무를 직접 현장에서 총괄한 경험이다. 남미의 풍부한 광물자원과 그 개발 과정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갖추게 된 시간이었다.
그 이후의 여정은 더욱 흥미롭다. 호주 자회사 SMC(Sun Metals Corporation) 사장을 맡으면서 최 회장은 예기치 않은 도전에 마주쳤다. 전력요금의 급격한 상승이 제련소 경영의 큰 짐이 되었다.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던 중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기사였다. 칠레가 보유한 대규모 태양광 발전이 세계 최고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내용이었다.
영감은 현실이 되었다
이 경험이 고려아연의 친환경 에너지 사업 태동의 밑바탕이 됐다. 현재 호주 자회사 아크에너지(Ark Energy)는 단순한 태양광 발전사업을 넘어 태양광, 풍력,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그린수소를 포괄하는 그린에너지 종합기업으로 성장했다. 초기의 작은 영감이 산업 생태계 전체로 확산된 사례라 할 수 있다.
두 나라 강점의 만남이 만드는 기회
최 회장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강조한 핵심은 명확했다. "칠레는 세계적인 광물자원 강국인 동시에 풍부한 태양광과 풍력 자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그린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기술과 제련, 배터리, 수소 산업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었다.
칠레가 보유한 것은 자원이고, 한국이 보유한 것은 기술이다. 이 두 축이 만날 때 진정한 협력이 시작된다. 최 회장은 "대한민국과 칠레 양국이 힘을 모은다면 안정적인 핵심광물 공급망을 넘어 탄소중립 시대를 함께 선도하는 가장 모범적인 협력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
고려아연의 현재와 미래
고려아연은 이미 이런 비전을 현실화하는 과정에 있다. 1974년 창사 이래 52년을 축적한 기술력으로 기초금속(아연·연·동), 귀금속(금·은), 희소금속(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 등), 반도체 황산 등을 생산하며 글로벌 공급망 허브로서의 위상을 다지고 있다.
동시에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 아래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자원순환,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주축으로 삼고 있다. 호주 자회사 아크에너지의 성과가 이를 증명한다. 리치몬드 밸리 태양광·BESS 프로젝트는 호주 주정부의 장기 에너지서비스계약(LTESA) 사업자 선정과 연방정부 환경영향평가 승인을 거쳐 전력망 연결 인가까지 확보했다. 보우먼스 크리크 풍력발전소 1단계 사업도 연방정부 환경영향평가 승인을 받고 주정부와 LTESA를 체결했다.
산업통상부와 칠레 외교부가 주최, 양국 경제계의 참석
이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산업통상부와 칠레 외교부가 주최하고 대한상공회의소와 칠레산업협회(SOFOFA)가 주관했다. 양국 정부·경제계의 주요 인사들이 모여 핵심광물, 첨단산업·디지털, 친환경에너지, 교역 확대 등의 의제를 논의했다.
최 회장이 이 자리에서 제시한 협력 모델은 거창한 이상이 아니다. 이미 호주에서 입증된 경험이자, 울산과 테네시에서 추진 중인 프로젝트로 뒷받침되는 현실적 비전이다. "한국을 중심으로 자유 진영의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을 주도하는 고려아연은 핵심광물은 물론 BESS와 그린수소 등 미래 에너지 산업 전반에서 칠레와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는 선언 속에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숨어 있다.
새로운 동반자 관계의 시작
최 회장은 향후 한-칠레 관계를 이렇게 정의했다. "대한민국과 칠레가 함께 만들어 갈 미래는 단순한 자원 협력을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과 청정에너지 시대를 여는 새로운 동반자 관계가 될 것."
이 말은 한 기업인의 희망이 아니라, 칠레의 태양광 사례에 영감 받아 호주에서 실행해낸 경험, 그리고 현재 국내와 미국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 뒷받침되는 약속이다. 칠레의 광물자원과 신재생에너지가 한국의 기술과 만날 때, 탄소중립 시대의 진정한 협력 모델이 탄생할 수 있다는 확신이 배어 있다.
[글로벌에픽 이성수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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