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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보성, 나주의 문화를 깨우다

- 농협창고에서 시작된 한글비엔날레, 천년 나주의 문화를 깨우다
- 20만 국내 해외에서 찾아 온 송림아트센터
- 200만 구독자가 나주를 기억하다

이성수 CP

2026-08-27 18:47:04

사진=송림아트센터 제공

사진=송림아트센터 제공

[글로벌에픽 이성수 CP] 나주의 문화지형이 달라지고 있다. 변화의 현장은 거대한 문화시설이 아니라 산포면 송림마을의 오래된 농협창고다. 이곳에서 열리고 있는 금보성비엔날레는 한 작가의 전시를 넘어, 지역에서 문화가 어떻게 생산되고 세계와 직접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실험이다.

40년 가까이 한글을 조형언어로 탐구해 온 금보성 작가는 개인전 90회의 작업을 바탕으로 농촌의 유휴공간을 문화공간으로 바꾼 송림아트센터에서 장기간의 개인 비엔날레를 펼치고 있다.

- 전시의 중심은 한글이다.

그러나 한글을 아름답게 쓰는 서예도, 문자를 장식하는 디자인도 아니다. 자음과 획을 해체하고 이동시켜 선과 면, 색과 여백, 회화와 공간으로 재구성한다. ‘읽는 한글’을 ‘보는 한글’로 전환해 한글이 세계 현대미술의 시각언어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 질문이 서울의 대형 미술관이 아니라 나주의 농촌마을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27미터 한글, 나주에서 세계미술을 생산하다

송림아트센터를 채운 길이 27미터, 높이 5.5미터의 대형 한글 작품은 이번 비엔날레를 상징한다. 이 정도 규모가 되면 회화는 벽에 걸린 그림을 넘어 하나의 공간이 된다. 관객은 가까이에서 색과 획을 보고, 뒤로 물러나 전체 구조를 만난다. 한국인에게 익숙했던 한글은 낯선 추상이 되고, 한글을 읽지 못하는 외국인에게는 처음부터 선과 색, 형태의 언어로 다가온다.

중요한 것은 작품의 크기만이 아니다. 이 작품이 나주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문화도시의 경쟁력은 유명한 작품을 얼마나 많이 가져오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 도시에서 무엇을 만들어냈으며, 그것을 어디까지 보낼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금보성 작가는 나주에 머물며 작품을 제작하고 전시하며 관객을 만난다. 전국과 해외에서 사람들이 작품을 보기 위해 송림마을을 찾는다. 나주는 다른 도시에서 생산된 문화를 소비하는 장소가 아니라 한글 현대미술을 직접 생산하는 현장이 되고 있다.

세계적인 문화를 나주로 가져오는 것과 나주에서 세계로 나갈 문화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전자는 예산으로 가능하지만 후자는 창작자와 공간, 시간과 철학의 축적이 있어야 가능하다. 오래된 농협창고가 목적지가 되었다 송림아트센터가 농협창고에서 출발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지역에는 빈 창고와 폐교, 오래된 공공시설과 빈집이 적지 않다. 새로운 문화시설을 짓는 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기 전에 기존 공간을 어떻게 다시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송림마을의 사례는 답의 하나를 보여준다. 어제까지 평범했던 농촌의 창고가 오늘은 전국과 해외에서 관객이 찾아오는 현대미술 공간이 됐다. 결국 중요한 것은 건물의 규모가 아니다. 사람들이 그곳까지 찾아와야 할 이유가 있는가이다.

좋은 콘텐츠가 있다면 농촌도 목적지가 될 수 있다. 문화가 들어오면 오래된 공간의 용도가 달라지고, 사람이 찾아오면 마을의 시간도 다시 움직인다.

지역소멸 시대에 문화가 해야 할 역할이 여기에 있다.

- 금보성,전시와 SNS·유튜브,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기록

금보성비엔날레가 일반적인 지역전시와 다른 또 하나의 이유는 전시장과 디지털 플랫폼이 동시에 움직인다는 데 있다.

전시장에서 작품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작품 제작과 관객의 방문, 나주의 마을과 사람, 음식과 풍경까지 글과 사진, 영상과 음악으로 기록한다.

그리고 그 기록은 유튜브와 SNS를 통해 지역의 경계를 넘어간다.

유튜브 ‘금보성’의 100만 구독자는 이러한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독자적인 문화 플랫폼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한 구독자 숫자가 아니다. 전시와 SNS, 유튜브가 하나의 창작활동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작품을 만들고 사람을 만나며, 온라인에서는 그 과정과 나주의 이야기를 다시 콘텐츠로 생산한다. 물리적 전시장과 디지털 전시장이 동시에 운영되는 셈이다. 이는 SNS 계정 하나를 만든다고 따라 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 오랜 창작의 축적, 작품의 힘, 현장 활동, 기록과 편집, 지속적인 콘텐츠 생산, 대중과의 소통이 함께 움직여야 가능하다. 그래서 금보성 작가의 나주 활동은 단순한 전시 홍보가 아니다. 하나의 전시가 동시에 하나의 거대한 문화 아카이브가 되고 있다.

사진=송림아트센터 제공

사진=송림아트센터 제공


-〈나주야~〉 100만 조회가 던지는 질문

그 힘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노래 〈나주야~〉다.

금보성 작가가 서울에서 나주로 내려오며 느낀 마음을 가사와 곡으로 만들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 여러날밴드가 부른 이 노래는 유튜브 공개 2주도 되지 않아 조회수 100만 회를 기록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조회수가 아니다.

100만 번 ‘나주’라는 이름이 불렸다는 사실이다.

지역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광고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노래를 듣고 다시 공유하면서 나주라는 지명이 자연스럽게 확산됐다.

방송광고는 송출이 끝나면 멈추고 홍보물은 배포가 끝나면 역할도 끝난다. 그러나 좋은 문화콘텐츠는 사람을 통해 계속 이동한다.

한글 작품은 사람을 나주로 오게 하고, 〈나주야~〉는 나주의 이름을 사람들에게 찾아가게 했다.

- 문화가 가진 전파력이다.

기존 언론망을 넘어 세계와 직접 소통하다 이 지점에서 나주의 문화정책도 새로운 질문을 받아야 한다. 지역문화의 홍보가 오랫동안 지역 언론과 방송, 보도자료, 현수막과 행사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면 이제는 그 구조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기존 언론과 방송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지역문화는 그것에만 의존해서는 세계와 경쟁하기 어렵다.

금보성 작가의 활동이 특별한 이유는 기존의 지역 언론·방송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고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자신의 플랫폼을 구축해 나주에서 곧바로 전국과 세계의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이 중앙을 거쳐 세계로 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세계로 직접 연결되는 것이다. 이 변화는 문화정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행정이 모든 문화행사를 직접 기획하고 홍보하는 시대에서, 독립적인 문화생산자가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대로 정책의 중심을 이동해야 한다.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축적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문화의 가장 큰 약점 가운데 하나는 행사가 끝나면 모든 것이 함께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산이 편성되면 축제가 만들어지고, 지원이 끝나면 사라진다. 다음 해가 되면 다시 새로운 행사를 만들고 처음부터 홍보를 시작한다. 이런 방식으로는 문화가 자산으로 축적되기 어렵다. 문화정책의 평가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관람객이 몇 명이었는가만 물을 것이 아니라 무엇이 남았는가를 물어야 한다.

작품이 남았는가. 기록이 남았는가. 지역에서 활동할 창작자가 남았는가. 다시 찾아올 관객이 생겼는가. 그리고 지역 스스로 외부와 소통할 플랫폼이 만들어졌는가.

이제 문화정책은 행사에서 생산으로, 홍보에서 기록으로, 일회성 지원에서 지속 가능한 문화생태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천년 나주의 문화를 오늘의 언어로 깨우다 나주는 문화가 부족한 도시가 아니다. 천년의 역사와 영산강, 나주읍성과 금성관, 영산포와 나주배, 농촌마을과 생활문화까지 수많은 이야기가 축적된 도시다.

문제는 그 오래된 자산을 오늘의 언어로 어떻게 다시 해석하고 세계와 연결하느냐에 있다. 금보성 작가의 나주 활동은 한 가지 가능성을 보여준다. 오래된 한글을 현대미술로 바꾸고, 농협창고를 전시장으로 바꾸며, 지역의 이야기를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고, 나주를 노래로 만들어 대중에게 전달한다.

과거를 보존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과거를 오늘의 문화콘텐츠로 다시 생산하는 일이다.

천년의 문화는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사람이 다시 발견하고 창작하며 다음 세대와 세계에 전달할 때 비로소 현재의 문화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금보성비엔날레는 천년 나주의 잠자는 문화를 현대미술과 디지털 언어로 깨우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 문화 귀농·귀촌, 사람이 머무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문화생산 구조는 나주의 미래와도 연결될 수 있다.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청년에게 떠나지 말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시 돌아오고 싶은 이유, 다른 지역의 사람이 찾아와 살고 싶은 이유가 있어야 한다. 예술가에게 작업할 공간이 있고 작품을 발표할 장소가 있으며, 지역에서 만든 창작물이 전국과 세계로 연결될 수 있다면 농촌은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다. 빈 창고가 작업실이 되고, 오래된 건물이 전시장이 되며, 마을이 레지던시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문화는 도시와 농촌 사이의 가교가 된다.

도시에서 생산된 문화를 농촌이 소비하는 구조가 아니라 농촌에서 문화가 생산되고 도시와 세계가 그것을 찾아오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문화 귀농·귀촌은 바로 이런 조건에서 현실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 나주시민이 자부심을 가져야 할 이유

문화도시의 자존감은 유명한 행사를 한 번 개최했다고 생기지 않는다. 우리 지역에서 새로운 것이 시작되고 있다는 경험에서 생긴다. 나주의 농촌에서 27미터의 한글 작품이 만들어지고, 그것을 보기 위해 전국과 해외의 관객이 찾아온다. 지역에서 만들어진 노래가 100만 번 재생되고, 나주의 사람과 풍경이 독립적인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외부와 만난다. 이것은 나주시민이 자신의 도시를 새롭게 바라볼 이유가 된다.

“나주에도 이런 문화가 있다”는 말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이 문화가 나주에서 시작됐다.” 지역의 자존감은 바로 이 차이에서 만들어진다. 나주가 세계의 유명한 문화를 가져오는 도시로만 머물 것이 아니라, 세계가 주목할 문화를 만들어내는 도시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사진=송림아트센터 제공

사진=송림아트센터 제공


- 작품이 세계로 가면 ‘나주’도 기록된다

금보성비엔날레의 가치는 전시가 끝난 이후에도 이어져야 한다.

나주에서 제작되고 전시된 주요 한글 작품이 해외 미술관에 소장되고 다시 전시와 연구의 대상이 된다면 작품의 기록에는 제작과 전시의 장소가 남게 된다.

NAJU, KOREA. 관광광고는 도시를 홍보하지만 미술작품은 도시의 시간을 기록한다.

작품이 수십 년 뒤 다시 전시되고 연구된다면 그것이 만들어진 장소도 함께 호출된다. 따라서 나주에서 생산된 한글 작품의 국제적 이동은 한 작가의 해외 진출만으로 볼 일이 아니다. 한글 현대미술의 역사 속에 나주라는 지명을 남기는 문화적 기록이라는 더 긴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제 나주는 문화를 생산해야 한다.

금보성비엔날레가 나주에 남기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는 문화를 소비하는 도시로 남을 것인가, 문화를 생산하는 도시가 될 것인가. 대규모 문화시설과 유명 행사를 유치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한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을 만들 수는 없다.

나주에서 작품이 태어나고, 지역의 이야기가 콘텐츠가 되며, 창작자가 머물고, 시민이 참여하고, 그 결과물이 세계와 직접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문화정책 역시 독립적인 창작자와 지역문화인의 실험을 존중하고, 오래된 공간을 창작의 플랫폼으로 전환하며, 일회성 행사보다 지속적인 생산과 기록에 투자해야 한다. 금보성비엔날레는 그 가능성을 현장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 의미는 한 작가의 성공이나 한 번의 전시 흥행에 있지 않다.

나주에서도 세계와 직접 소통하는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데 있다.

이제 질문을 바꿀 때다.

“왜 나주에서 이런 전시를 하는가”가 아니다. “세계가 왜 나주를 찾아와야 하는가.” 그 답을 다른 도시에서 빌려올 필요는 없다.

한글이 나주에서 현대미술이 되고, 오래된 농협창고가 문화공간이 되며, 지역의 이야기가 음악과 영상이 되어 세계로 이동하고 있다.

천년의 역사를 가진 나주가 과거만을 자랑하는 도시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를 생산하는 도시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금보성비엔날레가 남겨야 할 가장 큰 유산도 여기에 있다.

나주의 문화는 밖에서 가져와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주에서 만들고 세계로 보낼 수 있다는 자신감. 그것이 시민의 자존감이 되고, 창작자를 불러들이며, 오래된 마을을 다시 움직이게 할 수 있다.

- 한글이 나주에서 세계로 간다.

그리고 그 한글을 따라 세계가 다시 나주를 바라보게 된다.

NAJU, KOREA. 그 이름이 한글 현대미술의 생산지이자 새로운 문화도시의 이름으로 기록되기를 기대한다.

[글로벌에픽 이성수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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