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성비엔날레가 던지는 화두도 여기에 맞닿아 있다. 한국 현대미술의 세계화가 서구미술을 빠르게 익히고 닮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한국 고유의 정신과 미학을 동시대의 조형언어로 전환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적인 소재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한국미술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한지와 먹, 산수, 한글처럼 한국을 상징하는 형식보다 그 안에 어떤 철학과 시각을 담아내느냐가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한국 문화에는 여백과 조화, 상생과 순환, 인간과 자연을 독립된 존재가 아닌 관계로 바라보는 사유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금보성비엔날레는 이를 과거의 유산으로 보존하는 데 머물지 않고 현대적인 미술 언어로 바꾸는 과정에 주목한다.
이 과정에서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에게도 감상의 통로가 열린다. 글자의 뜻을 해독하지 못하더라도 색과 면, 형태와 공간, 여백 사이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보성이 이야기하는 ‘뿌리내리지 않은 언어’ 역시 한국적 뿌리를 부정한다는 의미와는 거리가 있다. 한국에서 태어난 한글을 출발점으로 삼되 특정 국가와 문자 체계에만 머무르지 않는 조형언어로 확장하겠다는 의미에 가깝다.
이 같은 시선은 한국 현대미술의 세계화 방식에 대한 질문으로도 이어진다.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하거나 작품 판매 규모를 늘리는 것만으로 세계화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미술계가 한국미술을 하나의 독자적인 미학과 개념으로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 분야에서 반도체가 세계의 기술과 산업을 연결하는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았다면 문화에서도 서로 다른 감각과 사고를 연결할 독자적인 매개가 필요하다는 것이 금보성의 시각이다. 그 가능성을 지닌 자산 가운데 하나로 한글을 제시한다.
결국 한국 현대미술이 세계에서 마주할 경쟁은 가격뿐 아니라 개념의 경쟁이라는 문제의식으로 귀결된다. 서구 미술과 얼마나 비슷한지가 아니라 한국에서 출발한 미학이 세계 어디에서도 이해되고 경험될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다.
금보성비엔날레의 한글 작업은 그래서 ‘한국적인 것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한국에서 시작된 조형언어가 세계 현대미술 안에서 하나의 새로운 미학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묻는 실험이다.
[글로벌에픽 이성수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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