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법무법인 빛 제공
혼인 기간이 긴 부부에게 명절 갈등은 단순히 차례나 양가 방문, 가사 분담 문제에 그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오랜 고부갈등이나 장서갈등, 배우자의 폭언과 무관심, 경제적 통제, 한쪽에 치우친 가사와 가족 부양 부담 등이 누적된 상황에서 명절을 앞두고 가족 행사에 대한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이다.
고령층의 이혼도 증가하는 추세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4년 65세 이상 남성과 여성의 이혼 건수는 전년보다 각각 8.0%, 13.2%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이혼 건수가 전년보다 1.3%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명절을 앞두고 부부가 크게 다퉜거나 배우자와 오랫동안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재판상 이혼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한쪽 배우자가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민법 제840조가 정한 재판상 이혼 사유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배우자나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나 그 밖에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특히 오랜 기간 이어진 폭언이나 모욕, 배우자의 부모로부터 받은 부당한 대우 등을 이혼 사유로 주장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중요하다. 문자메시지와 메신저 대화, 적법하게 확보한 녹음자료, 진료기록, 경찰 신고·출동 기록 등이 대표적이다. 갈등이 오래전부터 이어졌다면 개별 사건만 제시하기보다 언제부터 어떤 문제가 발생했고 이후 비슷한 일이 어떻게 반복됐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고부갈등이나 장서갈등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시댁이나 처가와 사이가 나빴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이혼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배우자나 그 직계존속의 폭언이나 모욕 등 부당한 대우가 지속됐는지, 그 과정에서 배우자가 갈등을 중재하려 했는지 또는 이를 방관하거나 동조했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
황혼이혼에서는 재산분할도 주요 쟁점이다. 혼인 기간이 길수록 부동산과 예금, 보험, 주식, 퇴직금·퇴직연금 등 검토해야 할 재산의 종류가 많고 재산 형성 과정도 복잡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재산이 배우자 한 사람의 명의로 돼 있다고 해서 반드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재산의 취득 시기와 경위, 혼인 기간, 부부가 해당 재산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기여한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오랫동안 가사와 자녀 양육을 담당해 별도의 소득이 없었던 배우자도 마찬가지다. 재산분할에서 기여도를 판단할 때 직접적인 소득활동만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장기간 가사와 자녀 양육을 맡아 배우자의 경제활동을 뒷받침하고 공동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기여했다면 이러한 사정도 함께 고려될 수 있다.
이혼 사유와 관련한 자료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간의 혼인생활에서 발생한 갈등을 모두 기억에만 의존하기보다는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고 주요 사건을 시기별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다만 이혼을 준비하거나 증거를 확보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휴대전화를 몰래 열어보거나 금융계정에 무단으로 접속하는 등 위법 소지가 있는 방법은 피해야 한다.
황혼이혼은 단순히 혼인관계를 끝내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혼인 기간이 긴 만큼 혼인 파탄의 원인과 책임을 비롯해 재산분할과 위자료 등 이혼 이후의 생활 기반과 직결되는 문제가 함께 얽혀 있을 수 있다. 특히 명절을 앞두고 오랜 갈등이 다시 불거져 이혼을 고민하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결정을 내리기보다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과정과 현재 확보할 수 있는 자료, 부부의 재산관계를 먼저 정리한 뒤 자신의 상황에 맞는 대응 방향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말 법무법인 빛 김경수 변호사
[글로벌에픽 김동원 CP / epi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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