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관열 광주시장
10월 29일은 '지방자치 및 균형발전의 날'이다.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35년이 됐다. 그 사이 지방자치는 분명 성장했다. 그러나 되짚어 볼 대목이 있다. 시민의 목소리가 시정에 닿기까지 지금도 몇 개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가. 민원 창구를 거치고, 담당 부서를 거치고, 결재선을 거치는 동안 시민의 말은 서류가 되고, 서류는 다시 처리 기한이 된다. 소통은 늘 강조되어 왔지만, 그 소통이 결과로 돌아오기까지의 시간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광주시가 '소통'에 더해 '직통'이라는 말을 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통이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라면, 직통은 그 목소리가 결과로 돌아가는 데까지를 행정의 책임으로 삼는 일이다. 취임식에서 "보고만 받는 시장이 아니라 시민과 바로 연결되는 직통시장이 되겠다"고 약속한 것은 행정의 작동 방식을 바꾸겠다는 선언이었다.
취임 후 100일 동안 광주시는 399회 현장을 찾았다. 경안시장과 경기광주역, 초월역에서 직통시장실을 열었고, 시장뿐 아니라 국장·과장·팀장까지 현장에 나서는 '직통현장 100일'을 통해 시민 4,570명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216건의 생활 불편과 정책 건의가 접수됐다. 태전·고산 지역의 교통난, 청소년이 머물 공간의 부재, 오랫동안 멈춰 선 사업의 일정표까지, 시청 안에서는 보이지 않던 광주의 현실이 그 안에 있었다.
직통이 행정의 일방통행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 19일 주민자치위원 350여 명이 모인 역량강화 연수회에서 주목할 장면이 있었다. 광주시 주민자치협의회가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용수관로 문제에 대해 자발적으로 결의문을 낭독한 것이다.
국가 반도체 산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되, 광주를 관통하는 관로에 걸맞은 상생 대책을 정부에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시장이 청와대 앞에 섰을 때 그것은 '시장의 요구'였다. 주민이 결의문을 들었을 때 그것은 '광주의 요구'가 되었다. 주민자치란 바로 이런 것이다. 주민이 지역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것, 그것이 지방자치의 가장 든든한 기반이다.
광주는 1975년 팔당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이래 50년 넘게 수도권의 식수를 지키기 위해 중첩규제를 감내해 온 도시다. 이제 그 희생을 다음 세대의 기회로 바꾸는 일이 남았다. 그 길은 시장 혼자 걸을 수 없다. 시민의 목소리는 행정으로 바로 통하고, 행정의 변화는 시민의 삶으로 바로 이어져야 한다. 그 순환이 끊기지 않을 때 지방자치는 제도가 아니라 일상이 된다.
지방의회 부활 35년, 다음 단계는 '참여'에서 '직통'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난 100일은 방향을 세운 시간이었다. 남은 시간은 그 방향을 결과로 증명하는 시간이다. 10월 29일에도 광주시는 현장으로 간다. 행정의 답은 언제나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에픽 이정훈 CP / smeda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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