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s View]국민연금 수익률의 허상...달러 기준으론 세계 최하위 수준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2024년 기금 운용 성과를 발표하면서 “15%라는 경이적인 수익률로 전 세계 주요 연기금 중 1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연 수익률 15%면, 노르웨이 정부연기금 7.6%, 네덜란드 연기금(ABP) 8.6%와 비교하면 압도적인 성과다. 국민연금 관계자들은 "기금운용본부 설립 이래 최고 수익률"이라며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수치 뒤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국민연금의 놀라운 성과는 상당 부분 원화 약세라는 외부 요인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2024년 원·달러 환율은 14.01% 상승했다. 국민연금이 해외 자산에 대해 원칙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100% 환노출' 전략 덕분에 이 환율 상승 효과를 고스란히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진정한 투자 실력을 가늠하려면 달러 기준 수익률로 비교해야 한다는 게 글로벌 투자업계의 상식이다. 환율 변동 효과를 제거해야 순수한 운용 역량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기준으로 보면 국민연금의 실제 순위는 크게 달라진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은 2024 회계연도 9.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 Investments)도 9.3%를 달성했다. 일본 정부연기금(GPIF)은 2023년 18.1%라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환율 효과를 제거하고 보면 국민연금의 실질 수익률은 한 자릿수, 그것도 낮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높다.
구조적 허점도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채권 비중이 50% 이상으로 과도하게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캐나다 CPP의 채권 비중은 19%에 불과하고, 네덜란드 ABP도 30% 수준이다. 해외 투자 비중도 문제다. 수익률이 높은 캐나다 연금의 경우 해외 투자 비중이 85%에 달하는 반면, 국민연금은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민연금의 환헤지 정책이 정부의 외환정책에 휘둘리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22년부터 정부 요청에 따라 원·달러 환율 1350원대에서 환헤지를 시작했다. 하지만 환율이 1400원을 넘나들며 약 7000억원 규모의 수익 기회를 상실했다.

한 연기금 전문가는 "국민연금의 화려한 수익률 발표는 환율 효과로 포장된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며 "달러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글로벌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연금의 10년 평균 수익률을 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 4~5%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캐나다 CPPI의 8.3%, CalPERS의 6.2%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국민연금이 진정한 글로벌 연기금으로 거듭나려면 환율 요동에 의존하지 않는 실질적 투자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 안전자산 위주의 보수적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고, 정치적 간섭으로부터의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 한 자산운용 전문가는 "허상의 수익률에 도취될 시간에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