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 총재는 현재 정책금리 수준이 "좋은 위치에 있다"고 평가하며 향후 결정은 철저히 데이터 의존적이고 회의별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정 금리 경로에 대한 시장 기대를 차단한 것이다.
관망 입장이 강화된 배경에는 ECB의 경기 전망 개선이 자리한다. 라가르드 총재는 글로벌 무역 긴장을 주요 하방 위험으로 꼽으면서도 유로존 경제가 도전적 환경 속에서 전반적으로 회복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경기 저점 통과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다만 성명서에 '인플레이션 전망과 이를 둘러싼 위험'이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관세 문제 등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ECB가 향후 전망의 위험 평가에 비중을 두고 정책 결정을 신축적으로 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누적된 금리 인하 효과로 신용 경로가 재차 회복되며 내수 지표가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 특히 공급 측 물가 상승 압력이 약화되며 실질 소득 증가도 예상된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등 정책 불안 속에 높아진 미국 실효 관세율에 따른 충격도 우려되지만, 주요국 부양책 속에 불확실성이 제어되며 글로벌 수요 충격은 미미하다.
내수 경기 반등과 함께 제조업 경기도 서비스업에 비해 미약하지만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ECB 스탠스 변화는 시장금리에 즉각적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1.75%로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지만, 관세 불확실성이 증폭되지 않는 이상 2.00%를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하 기대 약화 속에 견조한 경기 회복세가 확인되면 장기금리 반등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독일 국채 10년 금리의 하단은 기존 2.5%에서 점차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관세 협상 결과라는 변수가 남아있지만, ECB가 높은 정책 문턱을 설정한 이상 시장 초점은 경기와 물가 지표 자체로 이동할 것이다. 관세 공급 충격이 미국경제를 강타하더라도 3분기 말과 4분기 초로 예상돼 경기 하방 위험은 관세 협상을 제외하면 제한적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유럽 채권시장은 우호적 경기 흐름과 통화정책 기대 약화가 맞물리며 나타날 금리 반등과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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