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2024년 하반기 하도급대금 결제조건 공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88개 기업집단 소속 1,384개 사업자의 지난해 하반기 하도급대금 결제조건을 점검한 결과, 한국앤컴퍼니그룹이 하도급대금을 법정기한(60일) 넘겨 지급한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집단으로 나타났다.
4연속 1위, 개선 의지 부족 논란
한국앤컴퍼니그룹의 60일 초과 지급 비율은 8.98%로, 2위인 대방건설(7.98%)을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이랜드(7.11%), 신영(3.80%), 글로벌세아(2.86%)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업집단의 60일 초과 지급 비율이 0.13%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지연 지급 비율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하도급법 위반 시 지연이자 부담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하도급법)에 따르면 원사업자는 목적물을 수령한 날부터 60일 이내에 하도급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 기한을 초과할 경우 지연이자 등을 별도로 지급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한 거래관계를 개선하고, 중소 하도급업체의 경영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반면 대부분의 기업집단은 법정 기간보다 훨씬 빠른 시일 내에 하도급대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30일 안에 지급한 대금 비율은 86.68%, 15일 안에 지급한 비율은 68.89%로 나타났다. 특히 LG(81.2%), 호반건설(80.7%), MDM(79.7%) 등은 10일 이내 지급 비율이 70% 이상을 기록하며 모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91조원 규모 하도급 시장, 현금결제율 상승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전체 하도급대금 지급 금액은 총 91조 6,000억원에 달했다. 기업집단별로는 현대자동차(11조 6,400억원), 삼성(10조 9,800억원), HD현대(6조 3,800억원), 한화(5조 4,100억원), LG(5조 2,500억원) 순으로 지급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분쟁조정기구 운영률 여전히 저조
하지만 하도급 관련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분쟁조정기구를 운영하는 기업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업자 중 129개사만이 하도급대금 관련 분쟁조정기구를 운영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의 9.3% 수준에 불과하다. 기업집단별로는 삼성(14개), 현대자동차(11개), 아모레퍼시픽(11개), 현대백화점(9개), 롯데(8개) 등이 상대적으로 많은 분쟁조정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점검에서 공시 기간을 넘겨 지연 공시한 6개 사업자에 대해 각각 25만~8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또한 공시 내용 중 단순 누락이나 오기가 발견된 63개 사업자에 대해서는 정정을 요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하도급대금 결제조건 공시제도는 하도급 대금결제의 투명성과 신속성을 제고해 수급사업자들에게 유리한 결제조건의 하도급 거래가 이뤄지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대기업집단의 하도급대금 결제조건 공시의무 이행 여부와 결과를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지속적인 하도급대금 지연 지급은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에 대한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특히 경제 전반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의 이런 행태는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어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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