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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내홍의 중심, 배인규 고문은 누구?

車업계서 30년 잔뼈 굵은 베테랑 … 신동국 회장 추천 제약 불모지 진출

안재후 CP

2025-07-25 11:25:23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한미약품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 출범 이후에도 계속되는 내부 갈등의 중심에 한 인물이 서 있다. 바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추천으로 한미약품 자문위원에 합류한 배인규 고문이다. 1955년 전라북도에서 태어난 그는 울산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현대자동차그룹에서 30여 년간 핵심 경영진으로 활약한 자동차업계의 베테랑이다.

배인규 고문의 이력은 화려하다. 현대자동차 미국공장 구매본부장 상무, 기아자동차 슬로바키아공장 법인장 전무 및 부사장, 현대파워텍 사장을 거쳐 2011년 현대위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현대위아 재임 당시 그는 공격적인 성장 전략으로 주목받았다. "올해는 매출액 8조원 돌파가 목표"라며 "공작기계 부문에서 1조2000억원의 매출 목표를 비롯해, 총 매출 목표를 8조원으로 보고 있다"고 밝힐 정도로 야심찬 경영 목표를 제시했던 인물이다.

"그룹 의존도를 서서히 낮추고 글로벌 경영을 통해 세계 속의 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며 "외형에 걸맞은 내실을 다져 기업 가치를 제고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실용적이고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을 보여왔다.

신동국 회장과의 인연, 한미약품 입성
배인규 고문이 한미약품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추천 때문이다. 신동국 회장은 1985년 설립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한양정밀을 운영하며 지난해 매출 878억원, 영업이익 38억원을 기록하는 등 자동차업계에서 탄탄한 기반을 다져온 인물이다.

현재 신동국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16.43%를 가진 개인 최대주주다. 한양정밀(6.95%) 보유 지분을 합하면 23.38%로 불어난다. 이러한 상당한 지분을 바탕으로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배인규 고문과는 모두 자동차업계에서 활동한 경력으로 업계 내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기존 경영철학과의 충돌, 파격적 제언들

한미약품에 합류한 배인규 고문은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팔탄공장 등에 출근하며 적극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의 제언들은 기존 한미약품의 경영철학과는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어 내부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가장 파격적인 것은 R&D 투자 규모에 대한 그의 견해다. 한미약품 관계자에 따르면, 배 고문은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현재 R&D에 2200억원가량이 투입되는데 그 중 절반 수준으로도 (신약 개발은) 가능하다"며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최대한 줄여야 이익을 늘리고 인원은 줄이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이는 한미약품이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 시절부터 유지해온 '매년 매출의 15% 가량을 R&D에 투입'하는 전통적 경영 기조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한미약품은 '신약개발 하지 않는 제약회사는 죽은 기업'이라는 창업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 명가'로서의 위상을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인력 운용에 대한 그의 관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배 고문은 "일거리가 없는 상황에서 많은 인원을 유지하면 기존 직원들이 경각심을 갖지 못한다"며 "한미정밀화학의 경우 1년 내 전체 인원의 20%를 유급휴직 처리하기로 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 전략 측면에서도 "약국이나 병원에 새로운 인센티브를 더 제공하는 등 베네핏을 주면 한미약품 제품을 쓸 수밖에 없다"는 다소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문경영인 체제와의 갈등 심화

문제는 이러한 배인규 고문의 제언들이 현재 한미약품을 이끌고 있는 박재현 전문경영인 체제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미약품 내부 관계자는 "신동국 회장의 의중이 배 고문을 통해 전달되고, 정작 전문경영인인 박재현 대표가 관련 내용을 사후적으로 인지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며 "일부 내용은 신약 개발 기조나 임직원 소통 강화 등 그간 한미가 중요하게 여겨온 가치와 배치되는 부분도 있어 직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선언한 '뉴한미'의 핵심인 전문경영인 중심 경영 기조가 흔들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1년 넘게 이어진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안정화를 꾀했던 한미약품으로서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셈이다.

특히 임주현 부회장이 지난해 OCI그룹과의 통합 발표 직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통합 결정을 이끈 핵심 배경 중 하나였다"고 밝힌 바 있어, 배인규 고문의 R&D 축소 제언은 더욱 민감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동차업계 경험의 양날의 검

배인규 고문의 자동차업계 경험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자동차부품업체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으로 관리되는 품질 추구, 저비용 고부가가치 이익 실현, 관리표준화로 글로벌 마케팅에 도전하여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비용효율성과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일관된 철학을 보여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자동차업계와는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신약 개발은 장기간의 투자와 높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영역으로, 단기적 비용 절감보다는 지속적인 R&D 투자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산업 특성을 간과한 채 자동차업계의 효율성 중심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한미약품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진실공방과 향후 전망

이러한 논란에 대해 신동국 회장은 "배 고문이 인력 조정이나 투자비용 절감 등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배 고문의 발언이 사실이라는 증거가 있다며 이같은 주장을 부인하고 나선 상태로,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배인규 고문의 한미약품 내 역할 확대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자동차업계에서 검증된 그의 경영 능력과 효율성 중심의 철학이 제약업계에서도 긍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기대와, 한미약품 고유의 신약 개발 중심 문화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 하에서도 실질적인 안정화를 이룰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될지는 배인규 고문과 신동국 회장, 그리고 박재현 대표 간의 역학관계가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달려 있어 보인다. 1년 넘게 경영권 분쟁으로 혼란을 겪었던 한미약품그룹에게는 또 다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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