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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s View] 롯데 vs 한화 … 재계 5위 싸움 감상법

방산·조선 호황에 지배구조 공고화 … 성장 속도만 보면 역전은 초읽기

안재후 CP

2026-01-16 09:07:44

[CP's View] 롯데 vs 한화 … 재계 5위 싸움 감상법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2025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에서 한화그룹은 자산총액 125조7,400억 원으로 재계 7위에 올랐다. 두 계단 위인 5위 롯데그룹(143조3,200억 원)과의 격차는 불과 17조5,800억 원. 2년 전만 해도 두 그룹의 자산 격차가 20조 원을 훌쩍 넘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한화의 추격 속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양 그룹의 성장 궤적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러 경제매체 분석에 따르면 2018년 대비 2024년 자산총액 증가율에서 롯데그룹은 3.3%에 그쳐 5대 그룹 중 최하위를 기록한 반면, 한화그룹은 한화오션 인수가 반영되면서 전년 대비 29조 원가량 자산이 증가했다. 성장의 속도만 놓고 보면 한화가 롯데를 역전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한화는 어떻게 이토록 빠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을까. 답은 방산·조선·에너지라는 '삼각 엔진'에 있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글로벌 군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한화가 수십 년간 묵묵히 쌓아온 방산 역량이 폭발적인 성과로 전환되고 있다.

방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퀀텀 점프'
한화그룹 성장의 핵심 엔진은 단연 방산 부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11조2,462억 원, 영업이익 1조7,247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국내 방산업체 중 최초로 연 매출 10조 원과 영업이익 1조 원을 동시에 넘어선 성과다.

2025년 실적은 더욱 놀랍다.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18조2,817억 원, 영업이익 2조2,816억 원을 기록하며 이미 전년 전체 실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총괄 사장은 2025년 연간 매출 30조 원, 영업이익 3조 원 목표를 제시한 바 있으며, 회사 측은 "올해 매출은 30조 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실적 폭발의 배경에는 수출 확대가 있다. 한국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잔고는 2021년 말 약 10.6조 원에서 2025년 9월 말 약 39.2조 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2024년부터 폴란드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등 수출 물량 증가로 실적이 크게 개선되었으며, 별도 기준 수출이 약 4조4,000억 원을 기록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수출 비중이 내수를 넘어섰다.

DS투자증권 강태호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9년까지 연간 4조~5조 원 수주 유지가 가능하다"며 "루마니아 보병전투차, 중동 L-SAM, 미국 K9 자주포 사업 등 초대형 파이프라인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 한화오션의 본업 흑자 정착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출범한 한화오션도 그룹 성장에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10조7,760억 원, 영업이익 2,379억 원을 기록하며 본업 흑자 기조를 확립했다. 2025년 3분기에는 매출 3조234억 원, 영업이익 2,898억 원(전년 동기 대비 1,032% 증가)을 달성하며 분기 실적 기록을 경신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한화오션의 2025년 연간 영업실적은 매출 12조6,948억 원, 영업이익 7,365억 원(전년 대비 209.6% 증가)으로 전망된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 운반선 건조 확대, 잠수함 3척 신조 및 미국 MRO(유지보수·수리·분해점검) 사업 확대 등이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방산(에어로스페이스)과 조선(오션)을 합치면 2025년 기준 연 매출 40조 원 이상, 영업이익 3조 원대의 '방산·해양 축'이 형성된 셈이다. 이는 그룹 전체 외형과 자산을 끌어올리는 핵심 성장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에너지·금융: 글로벌 확장 가속

한화솔루션(특히 큐셀 부문)은 미국 태양광 밸류체인에서 모듈·셀·발전사업까지 확장하며 북미 시장 상위권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IRA(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인센티브를 활용한 미국 공장 증설도 진행 중이다.

금융 부문에서도 한화생명이 인도네시아 노부은행(총자산 약 3조 원)과 미국 벨로시티(총자산 약 1조6,700억 원)를 잇따라 인수하며 해외 금융자산을 확대했다. 노부은행은 2023년 순이익 120억 원에서 2024년 279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벨로시티는 2022~2024년 매출 연평균 성장률 25%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다각적 성장 전략이 맞물리면 2030년 전후 한화의 총자산은 현재 125조7,400억 원에서 150조~170조 원대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 화학·유통 동반 침체의 '이중고'

한화가 방산·조선·에너지 '삼각 엔진'을 가동하며 질주하는 동안, 롯데그룹의 상황은 정반대다. 2025년 공정위 발표에서 롯데는 자산총액 143조3,200억 원으로 재계 5위 자리를 지켰지만, 이마저도 토지자산 재평가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실제 사업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2조 원을 넘어섰다. 중국의 공격적인 석유화학 증설과 중동발 저가 공세로 국내 화학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롯데케미칼의 타격이 유독 크다. 한국신용평가는 "국내 석화 산업은 2022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롯데케미칼의 재무부담을 단시일 내 큰 폭으로 완화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유통 부문도 마찬가지다. 롯데쇼핑은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매출(10조2,165억 원)과 영업이익(3,194억 원)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 2.0% 감소했다.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은 쿠팡, 네이버 등에 밀려 존재감을 잃어가며 출범 후 첫 희망퇴직까지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그룹은 위기에 익숙해졌다"며 "올해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룹 매출과 EBITDA의 60%를 차지하는 화학과 유통이 동시에 부진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성장 엔진의 격차, 지배구조에서도 드러나다

한화와 롯데의 엇갈린 행보는 단순히 산업 사이클의 차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두 그룹이 미래를 준비하는 방식, 즉 지배구조와 승계 전략에서 정반대의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 단 한 사람이 유통·화학·호텔·식품 등 그룹 전 사업을 총괄하는 1인 중심 체제다. 강력한 리더십이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는 장점이 있지만, 화학과 유통이 동시에 침체에 빠진 지금 신동빈 회장 혼자서 모든 불을 꺼야 하는 부담이 고스란히 롯데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무엇보다 의사결정이 빗나갈 경우 그룹 전체 성과와 재계 서열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는 '원맨 리스크'가 상존한다.

승계 구도도 불확실하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이 후계자 수업을 밟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20년 일본 롯데 입사 후 초고속 승진했으나 '은둔형 후계자'로 불릴 만큼 대외 노출을 꺼려온 탓에 경영 능력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는 시선이 많다. 무엇보다 그룹의 양대 축인 화학과 유통이 모두 극심한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기존 사업으로 성과를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고, 바이오·모빌리티 등 신사업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신동빈 회장 이후 신유열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경우, 롯데의 위기는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이유다.

한화는 이와 정반대의 경로를 걷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하며 차세대 체제를 향한 대대적인 구조 재편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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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인적분할과 '3형제 멀티코어 체제' 본격화

한화그룹은 2026년 1월 14일 ㈜한화 이사회에서 인적분할안을 의결하며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방산·조선·해양·에너지·금융 부문이 속하는 존속법인(㈜한화)과 테크·라이프 부문을 담당하는 신설법인(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으로 나뉘는 구조다.

이번 분할의 핵심은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각자의 사업 영역을 명확히 나눠 독립 경영에 나선다는 점이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조선·에너지를, 차남 김동원 사장은 금융을, 3남 김동선 부사장은 테크·라이프를 맡는다. 이는 3형제가 방산·에너지, 금융, 테크·라이프라는 각 축을 나눠 맡는 '멀티코어' 모델의 구체화다.

그룹 모체 격인 ㈜한화에는 김동관 부회장과 김동원 사장의 사업이 남고, 김동선 부사장의 테크·라이프 부문은 신설법인으로 분리된다. 특히 지난해 12월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한화에너지 지분을 각각 5%, 15% 매각하면서 한화에너지 지분 구조는 김동관 부회장 50%, 김동원 사장 20%, 김동선 부사장 10%로 재편됐다. 한화에너지는 ㈜한화 지분 22.15%를 보유한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 회사로, 장남 김동관 부회장 중심의 승계 구도가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 관계자는 "이번 인적분할은 각 사업 특성에 맞는 경영 전략 수립과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 구축을 위한 조치"라며 "복합기업 디스카운트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구조의 강점은 각 형제가 자신의 영역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 호황의 수혜를 극대화하는 동안, 김동원 사장은 금융 부문의 글로벌 확장을, 김동선 부사장은 로보틱스·AI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할 수 있다. 물론 형제 간 이해관계 충돌이나 계열 분리 논쟁이 격화될 경우 성장의 발목을 잡을 리스크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룹 차원의 컨트롤 타워만 제대로 작동하면 리스크 분산과 집중 성장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협력하는 오너 리스크 관리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결국 롯데는 신동빈 회장 한 사람의 판단이 그룹 전체를 좌우하는 1인 체제인 반면, 한화는 세 형제가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성과를 내며 시너지를 창출하는 분업 체제다. 지금 이 순간 방산·조선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한화의 멀티코어 체제가 빛을 발하고 있다.



재계 5위, 더 이상 '공상'이 아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현재 한화그룹의 공정자산총액은 125조7,400억 원으로 재계 7위, 그룹 연결 매출은 약 55조~60조 원 수준이다. 그러나 2027년에서 2030년 사이 그림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방산·조선 부문만 놓고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의 합산 매출은 이미 40조 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은 4조 원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여기에 태양광·수소를 앞세운 한화솔루션의 에너지 사업과, 인도네시아 노부은행·미국 벨로시티 인수로 덩치를 키운 금융 부문까지 더하면 그룹 연결 매출 80조-100조 원대, 공정자산 150조-170조 원대 진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가 신동빈 회장 1인 체제 아래 현재와 같은 정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3형제 분업 체제로 각 사업을 공략하는 한화에 재계 5위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다. 어쩌면 포스코(6위, 134조7,000억 원)에게까지 위협받는 시나리오도 그려볼 수 있다.

1952년 인천의 작은 화약 공장에서 시작한 한화는 70여 년의 세월 동안 묵묵히 기반을 다져왔다. 화약에서 방산으로, 보험에서 종합금융으로, 그리고 조선·에너지·우주항공까지. 한 걸음 한 걸음 외연을 넓혀온 한화가 이제 재계 지형을 뒤흔드는 '빅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방산 호황이라는 시대의 순풍을 타고, 3형제 체제라는 새로운 항해 장치를 장착한 한화호(號)가 재계 5위라는 새로운 항로를 향해 닻을 올렸다. 신동빈 회장 홀로 폭풍우 속을 항해하는 롯데호,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키를 넘겨받아야 할 신유열이라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항해사. 반면 3형제가 역할을 나눠 노를 젓는 한화호. 두 배의 항로가 어디서 교차할지,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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