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4개 기업 중 53.5%에 해당하는 371곳이 배당을 확대했으며, 15.3%인 106곳은 배당 규모를 유지했다. 배당을 축소한 기업은 152곳(21.9%)에 불과했고, 새롭게 배당에 나선 기업도 65곳(9.4%)에 달했다. 이는 기업 밸류업 정책과 반도체, 조선·방산 등 글로벌 호황 업종의 실적 개선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배당금 조 단위 기업 7곳 사상 최다 … 삼성전자 11조 돌파
배당금 규모 기준 상위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유일하게 10조원을 넘는 11조 1079억원을 배당해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전년(9조 8108억원) 대비 13.2%에 해당하는 1조 2971억원이 증가한 수준이다. 이 규모의 배당은 기업 전체 배당금 시장의 23% 수준으로, 삼성전자가 국내 배당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여실히 드러낸다.
금융지주들도 배당 확대에 동참했다. KB금융은 1조 5812억원으로 전년(1조 2003억원) 대비 31.7% 증가했고, 신한지주(1조 2465억원, 14.6%↑), 하나금융지주(1조 1191억원, 10.2%↑), 우리금융지주(9989억원, 12.1%↑) 등이 뒤를 이었다. HD한국조선해양은 8698억원으로 전년 대비 141.2% 급증하며 처음으로 상위권 톱10에 진입했다.
삼성가 세모녀 상위 6위권에 랭크
개인별 배당 순위에서는 주요 그룹 총수 및 지배주주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3993억원을 배당 받아 전년(3466억원) 대비 15.2% 증가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주목할 변화를 보여줬다. 전년 1747억원에서 올해 1976억원으로 13.1% 증가한 정의선 회장은 처음으로 개인 배당 2위에 올랐다.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1659억원)을 제치고 그룹을 대표하는 배당 수혜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은 전년(1892억원) 대비 12.3% 감소해 상위 10인 가운데 유일하게 배당금이 줄었다. 현대제철의 배당 축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삼성가의 여성 지배주주들도 배당액을 늘렸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1483억원에서 1602억원으로 8.0% 올랐으며,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은 1466억원에서 1522억원으로 3.7% 상승했다.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은 1145억원에서 1211억원으로 5.8% 증가했다. 삼성가 세 모녀가 상위 6위까지 차지하며 부의 집중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반도체·조선이 배당 증가 주도
배당 증가는 산업 구조의 변화를 반영했다. IT·전기·전자 업종(124개사)의 배당금 총액은 12조 6280억원에서 14조 7976억원으로 17.2%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강한 실적이 견인했으며, LG전자, HD현대일렉트릭, 삼성전기 등도 배당금 증가에 기여했다. 특히 반도체 업황의 회복이 이 업종의 배당 확대를 주도했다.
조선·기계·설비 업종(55개사)도 눈에 띄는 성장을 보였다. 총 배당금은 1조 1459억원에서 2조 135억원으로 75.7% 증가했다. HD현대중공업은 1855억원에서 5670억원으로 205.6% 급증했고, 현대엘리베이터는 1986억원에서 5058억원으로 154.7% 늘었다. HD건설기계도 264억원에서 264억원으로 199.0% 증가하며 조선 호황의 수혜를 톡톡히 받았다.
이차전지 업종도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포스코퓨처엠, 성우, 상신이디피 3개사의 배당금이 36억원에서 281억원으로 약 680% 급증했으며, 이는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보여준다.
주주환원 강화, 기업 밸류업 신호탄
이번 배당금 급증은 단순한 실적 개선을 넘어 기업들의 주주환원 강화 기조를 의미한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이 배당 확대를 유도하는 가운데, 글로벌 호황 업종의 수익 증가가 이를 뒷받침했다. 새롭게 배당에 나선 65개 기업도 이러한 흐름을 확인시켜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와 조선 업황의 회복세가 이어지고, 기업 밸류업 정책이 지속되면서 배당 강화 기조는 더욱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 변동성이나 글로벌 불확실성에 따라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주의깊게 봐야 한다.
배당 시장의 이 같은 변화는 투자자들에게 보다 많은 현금흐름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강화를 압박하는 순기능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배당액 변화가 보여주듯, 기업의 경영 실적이 개인 총수의 부에 직결되는 한국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 배당은 여전히 부의 축적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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