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4.13(월)

[심층분석] 포스코 협력사 7000명 직고용에 환영-우려 교차 왜?

일자리 창출 명분 불구 노-노 불만 … 인국공 사태 반면교사 삼아야

안재후 CP

2026-04-13 14:44:00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포스코가 포항·광양 제철소 협력사 현장 직원 약 7000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산업계 안팎에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정치권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며 환영했지만, 정규직은 형평성을 내세워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하청 노조는 실질적인 후속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만에 나온 대기업 최초의 대규모 직고용 결정이 과연 상생의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인국공 사태처럼 '선발표 후수습'의 전철을 밟게 될지 주목된다.

15년 불법파견 소송과 노란봉투법이 만든 결단?
포스코는 지난 4월 7일 포항·광양 제철소에서 조업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협력사 현장 직원 약 7000명을 순차적으로 직접 고용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포항·광양 제철소 내 약 80~100곳의 협력사에서 근무하는 전체 하청 인력은 약 1만6000명이다. 이 가운데 조업 지원 업무를 맡는 인력이 약 1만 명이며, 포스코는 그중에서도 조업과 직접 연관된 현장 업무를 수행하는 7000명을 직고용 대상으로 확정했다. 나머지 약 3000명은 운송·포장 등의 업무를 담당해 이번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직고용 대상 7000명은 현재 포스코 정규직(약 1만8000명)의 약 40%에 달하는 규모로, 단일 기업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15년에 걸친 불법파견 소송이 자리하고 있다.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11년 처음으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7월 대법원이 광양제철소 사내하청 노동자 59명에 대해 포스코의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직접고용을 명령하면서 사태가 본격화됐다. 이후 2024년부터 2026년 초까지 진행된 후속 소송에서 법원은 8차에 걸쳐 포스코의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고, 누적 소송 참여 인원만 2000명을 넘어섰다. 현재도 28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며, 일부 대규모 소송의 대법원 선고가 오는 16일로 예정되어 있다.
여기에 지난 3월 10일 시행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이 법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까지 '사용자'로 인정하고,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법 시행 첫날부터 다수의 하청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청해 3주 만에 268건의 이의신청이 접수될 정도로 산업 현장의 변화 속도가 빨랐다. 포스코의 직고용 결정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대기업이 협력사 직원을 대규모로 직접 고용하기로 한 첫 사례다.

장인화 회장의 의지도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 회장은 지난 3월 24일 주주총회에서 "2022년 대법원 판결 이후 직고용이 이뤄졌지만 직군 차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장기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당사자 부담이 커지는 만큼 방향성을 정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역사회·정치권은 환영... 회사 내부는 온도 차
발표 직후 지역사회와 정치권은 즉각적인 환영 분위기를 형성했다. 포항 일대에는 시민단체가 내건 환영 현수막이 등장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포항북구)은 "포스코의 협력사 직원 직접고용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고,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포항남구·울릉)도 "이번 결단은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포항 경제의 근간을 단단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포스코 협력사 상생협의회 직원 측도 "장기간 소송으로 인한 내부 갈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포스코의 결정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회사 내부의 온도는 사뭇 달랐다. 발표 다음날인 4월 8일, 포스코 정규직으로 구성된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공감대 형성이란 절차를 무시한 일 처리"라고 비판했다. 대다수 정규직 직원은 채용 과정의 난이도 차이와 직무 성격의 차이를 근거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 직원은 "입사하려고 많은 자격증을 따고 여러 가지를 준비한 노력이 무용지물이 됐다"며 "직원 99%는 이번 조처에 불만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단순 업무만 하는 협력사 직원과 달리 포스코 직원은 복잡한 업무를 다루는데 하루아침에 같은 회사 소속이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등 직장인 커뮤니티에도 "힘들게 입사 시험 준비를 왜 했나"라는 자조적인 글이 이어졌다.

이러한 정규직 내부의 반발은 2020년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보안요원 직고용 당시와 유사한 양상이다. 당시 인국공이 하청업체 소속 보안검색 요원 약 1900명을 직고용하겠다고 발표하자 기존 정규직(약 1480명)의 반발이 터져 나오며 '노노(勞勞) 갈등'이 촉발됐다. 공사 정규직 노조는 엄격한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입사한 직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고,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도 거센 반발이 일었다. 포스코의 경우 직고용 대상(7000명)이 기존 정규직의 약 40%에 달해 인국공 사례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와 포스코사내하청광양지회가 4월 13일 오전 전남 광양제철소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광양지회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와 포스코사내하청광양지회가 4월 13일 오전 전남 광양제철소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광양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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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노조 "조건 없는 온전한 정규직 전환" 촉구

직고용 대상인 협력사 직원들도 단순한 환영 일색은 아니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 광양지회와 포항지회는 13일 오늘 광양제철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의 일방적 직고용 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그동안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해 온 당사자인 포스코사내하청지회와 어떤 합의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며 "노조를 배제한 채 발표하는 것은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불법파견 문제를 축소·왜곡하려는 기만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이번 직고용 안이 오는 16일로 예정된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을 앞두고 사법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경영상 포석이라고 규정했다.

노조 측이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지점은 '별도 직군(조업시너지(S) 직군)' 신설 방침이다. 포스코는 2022년 대법원 확정판결로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은 사내하청 직원 55명을 직접 고용할 당시에도 기존 정규직과 분리된 별도 직군으로 편입한 바 있다. 노조는 이 방식이 임금·승진 등에서 구조적 차별을 고착화하는 '제도화된 차별'이라고 비판한다. 임용섭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광양지회장은 "포스코는 대승적 결단인 양 홍보하고 있지만, 실상은 노동조합과의 합의 없는 강행 조치"라며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한 공식 제시도 없이 소송 취하 등을 조건으로 내거는 것은 법 이행이 아닌 법 회피"라고 주장했다.

박근서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장은 "전체 1만6000여 명의 하청 노동자 중 일부만 선별해 직고용하는 것은 노동자 갈라치기"라며 "지난 수십 년간의 불법파견에 대한 사과와 함께 금속노조를 교섭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병용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장도 "과거 현대차가 시행했던 특별채용 방식과 유사하다"며 "차별적 직고용은 결국 극심한 노노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청 노조 측은 정규직 전환 특별교섭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상경 투쟁을 포함한 단체 행동 수위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철강 불황 속 재무 부담, 산업계 확산 가능성도 변수
포스코의 재무적 부담도 주요 쟁점이다. 포스코는 2025년 별도 기준 매출액 35조110억원, 영업이익 1조78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6.8% 감소했지만 원가 혁신으로 영업이익은 20.8% 증가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철강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7000명 규모의 대규모 직접 고용은 고정비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포스코 정규직의 평균 연봉은 약 1억1000만원대다. 직고용 인력의 처우 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업계에서는 추가 인건비 부담이 연간 수천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황이 가라앉고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고정비 급증은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포스코의 이번 결정은 다른 대기업에도 적지 않은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제철은 올해 초 고용노동부로부터 당진공장 협력업체 직원 1213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 지시를 받은 상태이며, 세아제강 등 다른 철강사들도 직고용 요구 확산에 대비해 내부 노무 리스크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조선·건설 등 주요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잇따르고 있으나, 업종별 대응 방식에는 온도 차가 뚜렷하다. 조선업은 비교적 유연한 접근을 취하는 반면, 자동차와 건설 업계는 사용자 책임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 하청 인력 규모가 약 31만7000명에 달하는 만큼, 포스코의 선택이 산업계 전반의 고용 구조 변화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 포스코센터 전경. 사진 제공=포스코

서울 포스코센터 전경. 사진 제공=포스코


남은 과제, 인국공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포스코는 아직 구체적인 채용 전환 기준, 임금 체계, 직군 편입 방식 등의 세부 로드맵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포스코 관계자는 "직접 고용에 따른 여러 쟁점을 지금부터 협의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직고용된 직원들의 직무역량 향상 교육과 화합 프로그램 운영 계획을 밝혔으나, 기존 정규직과의 형평성 문제, 별도 직군에 따른 구조적 차별 우려, 하청 노조와의 교섭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지역 노동위원회는 최근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가 제기한 원청 교섭 요구에 대해 긍정적인 판단을 내린 바 있어, 노사 간 교섭 구도가 본격적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오는 16일 예정된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 결과에 따라 직고용 규모와 비용 부담이 추가로 변동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국공 사태가 기존 직원과의 협의 없는 '선발표 후수습'으로 거대한 내부 균열을 만들어낸 전례를 감안하면, 포스코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기존 직원들과의 충분한 소통, 직무·성과 기반의 투명한 채용 기준 마련, 그리고 재무적 부담을 상쇄할 구체적 방안 발굴이 직고용 추진보다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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