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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성실하게 일한 근로자가 은퇴 후 빈곤의 그늘에 놓이는 역설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 현실이 되고 있다. 임금은 오르지만 기업 이익보다 훨씬 느리게 오르고, 가계 자산은 여전히 부동산과 저금리 예금에 치우쳐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근로자'의 시각을 넘어 기업 성장에 함께 올라타는 '자본가'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1. 뜨거워진 주식시장, 가계자산 형성의 새로운 환경
최근 국내 주식시장은 눈에 띄는 변화를 겪고 있다. 코스피는 2025년 한 해 동안 약 41.9%라는 1999년 이후 26년 만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2026년 5월에는 8,2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간 기준으로 비교하면 작년 같은 시점 대비 20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런 흐름의 배경에는 AI·반도체 수요 폭증, 새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 원화 강세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 상승을 견인했으며, 2025년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약 250조 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주식시장의 성장 자체가 주는 기회는 분명하다. 부동산 중심의 가계자산 구조에서 금융자산 다각화로 이동하는 흐름이 시작됐고, 기업 이익 성장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열려 있다. 현재 불장이었던 국내시장이 조정에 들어갔지만 연금특성을 반영한 장기투자 관점에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2. 평생 일해도 왜 노후가 불안한가
■ 인적자본에서 금융자본으로: 생애자산의 구조
'Are you a Stock or a Bond?' – Moshe A. Milevsky, 2012
경제학자 모세 밀레브스키(Moshe A. Milevsky) 교수는 개인의 생애자산을 '인적자본(Human Capital)'과 '금융자본(Financial Capital)'의 합으로 설명한다. 인적자본이란 평생 노동을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임금의 현재가치다. 젊은 시절에는 생애자산의 대부분이 인적자본으로 채워져 있지만, 은퇴에 가까워질수록 잔여 근속연수가 줄면서 이 인적자본은 빠르게 소진된다. 대신 그 자리를 채워야 할 것이 바로 저축과 투자를 통해 형성한 금융자본이다.
이처럼 개인의 생애는 '근로자에서 자본가로의 전환 과정'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전환을 충분히 이루지 못한 채 은퇴를 맞이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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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실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2024년 소득 기준)에 따르면, 66세 이상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37.7%에 달한다. 이는 은퇴 이후 노인 10명 중 거의 4명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앞서 2024년 조사(2023년 소득 기준)에서도 은퇴연령층 빈곤율은 39.8%로 나타났으며, 같은 조사에서 은퇴부부의 월 평균 최소생활비는 240만 원, 적정생활비는 336만 원으로 집계됐다. 평생 열심히 일하고도 이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은, 단순한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임을 시사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의 2026년 2월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은퇴연령층의 가구소득원 중 근로소득이 여전히 32.4%를 차지한다. 은퇴 후에도 일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현실이 이 숫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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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가? 첫째, 근로소득의 증가 속도가 기업 이익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2016~2025년) 근로자의 실질임금 인상률은 연평균 약 0.9% 수준이었던 반면, 기업이익 증가율은 연평균 약 3.5%에 달했다. 실질임금 인상률이 기업이익 증가율의 약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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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업 성장에 참여하라: 자본가로의 전환 전략
■ 근로소득 중심 vs. 기업 성장 참여: 두 사람의 이야기
구체적인 비교를 통해 이 차이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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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B씨는 월급의 일정액을 장기 적립식으로 국내외 우량 주식에 투자했다. AI 인프라, 반도체, 바이오 등 글로벌 메가트렌드 기업에 분산 투자해 연 5~8% 수준의 복리 수익을 추구했다. 같은 1억 원이 10년 후에는 1억 6,300만~2억 1,600만 원으로 불어날 수 있다. 기업의 성장이 B씨의 자산 증식 엔진 역할을 한 것이다.
단지 숫자의 차이가 아니다. A씨는 은퇴 후에도 일자리를 찾아야 할 가능성이 높지만, B씨는 금융자본이 생활비의 일부를 충당해주는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이것이 근로자와 자본가의 본질적인 차이다.
■ 인적자본의 성격: 나는 주식형인가, 채권형인가
밀레브스키 교수의 통찰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개인의 인적자본도 주식이나 채권처럼 리스크와 수익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정규직처럼 안정적인 고정 급여를 받는 사람은 '채권형' 인적자본을 가진 셈이다. 반면 성과급이 크거나 자영업자처럼 소득 변동이 큰 경우는 '주식형' 인적자본에 가깝다.
여기서 중요한 역설이 등장한다. 안정적인 월급(채권형 인적자본)을 받는 젊은 직장인일수록, 금융자산에서는 오히려 주식 비중을 높일 여력이 있다. 고정된 소득이 생활 기반을 지탱해주기 때문에, 금융자산으로 기업 성장의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퇴직을 앞두고 임금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하면(주식형 인적자본으로 전환), 금융자산에서 리스크를 높이는 것은 이중으로 위험해진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주식 비중을 낮추라는 전통적 조언과 일맥상통하지만, 그 논리적 근거를 훨씬 정밀하게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지금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는 젊은 세대야말로 주식 투자를 통해 기업 성장에 참여하기 가장 좋은 조건에 있다. 일찍 시작할수록 복리 효과뿐 아니라 생애자산 전체의 승수(multiplier)가 극대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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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의 가장 큰 우려는 변동성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이 바로 목표중심투자(Goal-Based Investing, GBI)다. 노후 자산의 목적을 세분화하여 각 목표에 맞는 위험 수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 최소생활비 확보 (포트폴리오의 50%): 원리금이 보장되는 채권형·예금형 안정 자산으로 기본 생활 방어선 구축
▶ 적정생활비 확보 (30%): 채권+주식 혼합형 균형 투자로 물가상승 대응
▶ 여유 있는 노후 (20%): AI 인프라, 반도체, 바이오 신약, 방산·첨단소재 등 글로벌 메가트렌드 성장주에 장기 적립식 투자
이 구조는 '전부 아니면 전무'의 위험을 없애준다. 최소한의 생존 기반은 안전하게 지키면서, 잉여 자본으로 기업 성장의 과실을 추구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분산 투자가 가능해진 지금은 국내 주식뿐 아니라 미국 빅테크, 유럽 에너지, 아시아 바이오 등 다양한 혁신 기업에도 ETF 한 번으로 쉽게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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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주식 투자를 통한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세제 인센티브 논의도 필요하다. 1980년대 우리나라에는 '근로자증권저축'이라는 세제 혜택 제도가 있었다. 현재의 연금저축, 퇴직연금(DC형·IRP), ISA는 훌륭한 노후 준비 수단이지만, 직접 주식 투자는 원칙적으로 제외되어 있다.
퇴직연금 DC형에 편입되는 디폴트옵션 TDF(Target Date Fund)가 확산되며 간접적인 주식 투자 통로가 열리고 있으나, 직접 주식을 담을 수 있는 제도적 공간 확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직접 주식 투자 허용이 실현된다면, 기업 성장에 참여하는 자본가의 저변이 훨씬 넓어질 수 있다.
맺음말: 지금, '자본가'로 첫걸음을 내딛을 때
밀레브스키 교수의 물음, '당신은 주식형인가, 채권형인가'는 단순한 투자 성향 테스트가 아니다. 그것은 '당신은 자산 형성의 주체로 살고 있는가'를 묻는 질문이다.
근로소득은 소중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기업이 만들어내는 부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지난 10년간 기업이익이 실질임금의 4배 속도로 커지는 동안, 근로소득에만 의존했던 가계는 그 격차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해법은 명확하다. 인적자본이 활발하게 작동하는 지금 이 순간부터, 기업의 성장에 참여하는 금융자본을 함께 키워나가야 한다. 목표중심투자로 안정성을 갖추고, 장기 적립식으로 복리의 시간을 쌓아가며, AI·반도체·바이오 등 혁신 기업의 성과를 나눠 가지는 것이다.
'1가구 1기업'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단순한 재테크가 아니다. 그것은 자본주의 경제의 구조 안에서 스스로 자본가로 자리매김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노후 준비 전략이다. 오늘 첫 주식 한 주가, 내일의 당신을 지탱하는 가장 든든한 자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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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의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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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신상근 연금경제연구소장 / pinefield@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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