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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중국차 공세에 꺼낸 4가지 카드는

①자체 개발 배터리 ②신차 100종 출시 ③SW 중심 자동차 ④수익성 방어

안재후 CP

2026-08-27 13:57:36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서울호텔에서 열린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중장기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서울호텔에서 열린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중장기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공세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 2년 사이 중국 전기차 수출은 250만대를 넘어섰다. 2년 전 같은 기간보다 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동남아에서는 130%, 중동에서는 60%, 중남미에서는 55% 각각 늘었다. 중국 업체들이 가격뿐 아니라 지역을 가리지 않고 확산하는 속도는 빠르다. 현대자동차가 2030년 글로벌 판매 555만대 목표를 처음 내건 지 2년. 처음에는 전기차 수요 둔화가 변수였다면, 지금은 중국차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런데도 현대차는 555만대 목표를 유지했다. 현대차가 26일 공개한 '2026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데이' 자료에서 중국차 공세를 "지정학적 위협과 함께 시장 환경을 불안정하게 하는 요소"로 명시한 가운데서다. 이제 중국차는 특정 지역의 가격 경쟁이 아니라 글로벌 사업 전략 자체를 흔드는 변수가 됐다. 현대차는 이에 맞서 네 가지 카드를 꺼냈다. 자체 개발 배터리, 신차 100종 이상 출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그리고 수익성 방어가 그것이다.

배터리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중국 업체들의 가장 큰 무기는 값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다. 현대차는 배터리를 더 이상 단순 조달 부품이 아니라 완성차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술로 직접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가 가장 먼저 시장에 내놓는 것은 고성능 배터리 셀이다.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싼타페·제네시스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에 먼저 탑재된다.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는 작은 배터리로 순수 전기차 같은 주행감을 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가지고 있다. 현대차의 고성능 셀은 기존 하이니켈 배터리 수준의 에너지 밀도를 유지하면서 출력은 2배 이상 높이고, 충전 시간은 40% 단축한다.

대량판매 모델에는 미드니켈 엔시엠(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탑재한다. 중국의 저가 LFP 배터리와 가격으로 맞붙기보다는 원가와 주행거리, 성능의 균형점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이 배터리가 같은 부피의 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을 30% 더 담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3년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제시한 배터리 개발 역량 확보는 3년 만에 실제 제품으로 결실을 맺는 셈이다.

배터리 안전성도 함께 끌어올린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대형 전기 스포츠실용차(SUV) 지브이(GV)90에 배터리 열전이 방지(TRP) 기술을 처음 적용하고, 이후 전차급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클라우드 기반 배터리관리시스템(BMS)도 고도화해 2028년까지 배터리 수명을 평균 20% 향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00종 신차로 공백을 메운다
현대차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신차, 상품성 개선 모델, 파생 모델 등 100종 이상을 출시한다. 이 가운데 18종 이상은 기존에 판매 차종이 없던 신규 차급에 투입하는 완전 신차다. 중국 업체들이 가격대와 차급을 빠르게 넓혀가는 상황에서 현대차도 시장의 비어 있던 곳을 채운다.

생산능력도 2030년까지 127만대 늘린다. 지역별로는 북미 50만대, 인도 32만대, 국내 20만대, 반조립(CKD) 생산 25만대씩 확대한다. 북미에서는 현지 생산과 부품 조달을 늘려 관세와 물류 리스크를 줄인다. 인도는 신흥시장 수출 거점으로 성장시킨다. 중국에서도 현지 전용 전기차 개발, 기술 제휴, 딜러망 재정비를 통해 2030년까지 중국 안팎 판매를 50만대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역별로 다른 전동화 전략
현대차의 전동화 전략은 지역 특성에 맞춰 구체화했다.

북미: 하이브리드차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간다.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신차 10종 이상을 출시하고,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을 50%까지 높인다. 내년 상반기 미국에 출시하는 싼타페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는 충전 부담은 줄이면서 전기차 같은 주행감을 원하는 소비자를 겨냥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기술을 포트폴리오 내 여러 모델로 최대한 확대하고 싶다"며 "미국 시장에서 개척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순수 전기차를 밀어붙인다. 유럽 전기차 판매량을 지난해 11만 6천대에서 2030년 42만대 이상으로 늘린다. 무뇨스 사장은 "환경 규제를 맞추기 위해 전기차를 탈 수밖에 없는 유럽의 경우 캐즘이 없다고 본다"며 "지속적으로 신차를 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로 미래를 점한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와 자율주행 데이터 내재화는 중장기 경쟁력의 열쇠다. 현대차는 2028년 첫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양산 모델에 자율주행 레벨2플러스 기술을 적용한다. 2029년 새만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해 주행 데이터의 수집·학습·배포 과정을 내재화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업체들이 가격뿐 아니라 개발 속도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으로 파고드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차량 판매 이후에도 데이터를 쌓고 기능을 고도화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박민우 현대차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은 "자율주행 인공지능의 성능은 발생 빈도는 낮지만 대응이 어려운 돌발 상황 데이터를 얼마나 충분히 확보하고 학습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2033년경에는 누적 데이터 규모에서 경쟁사를 추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익성을 지키는 구조
555만대 목표는 수익성 확보와 함께 움직인다. 현대차는 2030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 목표를 기존 8~9%에서 '9% 이상'으로 높였다. 올해 영업이익률 가이던스 6.3~7.3%는 유지한다.

매출원가율은 당초 계획보다 3%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차량 전 주기 원가 혁신으로 1.5%포인트, 재료비 절감으로 1%포인트, 현지화를 통한 원가 절감으로 0.5%포인트를 각각 줄인다. 중국차와의 가격 경쟁이 심해질수록 배터리와 부품, 생산비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가 수익성의 좌우명이 된다.


실행이 목표를 결정한다

네 가지 카드가 곧바로 중국차 공세를 막아낼 해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체 개발 배터리는 양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는 데이터 축적과 서비스 수익화라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신흥시장 전략은 현지 생산·판매망의 실질적인 재정비를 요구한다.

현대차가 555만대 목표를 유지한 만큼, 앞으로는 목표 자체보다 이를 뒷받침할 실행 속도가 더 중요해진다. 무뇨스 사장은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전략의 한 요소"라며 "중국에서 기술과 파트너십을 확보할 수 있다면 동남아, 중남미, 중동 등 중국 업체들이 커지고 있는 지역에서도 경쟁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경쟁자가 시장에 있다는 점을 우리가 더 강해지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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