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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한가하시면 오십시오"…83세 박서운 작가의 삶의 위로

결혼 후 62년 자전적 수필 '유달산에서 시작한 나의 인생' 출간
손편지로 가정을, 자개장으로 가족을, 집으로 삶을 풀어 써

유운산 CP

2021-03-10 15:56:01

세 자녀와 희노애락을 함께한 자개장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박서운 저자의 모습. 사진=박서운 저자.

세 자녀와 희노애락을 함께한 자개장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박서운 저자의 모습. 사진=박서운 저자.

[글로벌에픽 유운산 기자] LH투기 의혹으로 나라가 벌집 쑤셔놓은 분위기다. 생존을 걱정하며 살아가는 소시민의 분노가 폭발했다. 소시민에게 집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방편인데, LH 임직원들은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한 것이 역린(逆鱗)이다.

소시민에게 집이 갖는 의미를 자전적 방식으로 엮은 책이 잔잔한 울림을 준다. LH투기 의혹 수습을 위한 임직원 필독서가 될 법하다. 책 제목은 '유달산에서 시작한 나의 인생'.

올해로 83세인 박서운 저자의 글에, 故 노무현 대통령 캐릭터로 만화를 만드는 박운음 화백이 삽화를 곁들였다.

박서운 저자의 책 '유달산에서 시작한 나의 인생'은 21살 새색시가 용봉가족을 이루기까지 기록한 삶의 서정(敍情)이다. 주제는 '집'. 16차례에 걸친 이사와, 집짓기 세 번에서 겪었던 크고작은 사연들을 통해 소시민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지 읽을 수 있다.
저자는 2013년 봄 집짓기를 감행(!)한다. 세 번째 집짓기다. 그간 살고 있던 집을 헐어낸 후 신축하는 대공사. 세 번째 집짓기는 자녀들이 극구 반대했다.

당시 저자는 75세, 남편은 81세였던 까닭에 아파트로 이사하는 게 낫다는 주장. 가족의 반대에도 세 번째 집짓기에 나선 것은 '용봉가족' 때문이다.

앞서 결혼 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빨간 기와집을 지었고, 10년 후인 1982년 전남대 근처에 양옥집을 지었다.

가족들 대부분 전남대에서 공부를 한 데다 하숙생들 역시 시험에 합격하고 결혼하고 유학을 다녀온 뒤 교수가 되는 등 추억이 가득했다.

여기에 집 근처 말바우시장에서 사귄 상인이며, 이웃들과 헤어지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 집을 중심으로 삶이 영근 까닭이다.

박서운 저자는 1998년 여름 자개장을 들였다. 강을 건너는 사공과 나그네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인물을, 십장생이 감싸는 모양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현 상황처럼 당시 IMF(국제구제금융)로 상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저자는 "언제가 됐던 꼭 사고 싶은 민속송학장이었는데, 애국자는 아니지만 지금 사야 상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구나 생각하고 구입을 했다"고 회상한다.

안방에 자리잡은 자개장은 저자를 대변한 '삶의 의미'였다. 큰딸은 1990년 12월에, 큰아들은 1991년 2월에, 그리고 둘째아들은 1992년 8월에 각각 결혼했다. 강물 위를 노저어 가는 '가정'을 꾸민 까닭이다.

십장생 동물들은 과식하지 않고 위(胃)의 80%에만 음식을 채웠다. 제 주장을 고집하지 않는, 화목한 가정의 비밀이다.

박서운 저자의 가정은 첫 손편지에서 비롯됐다. 1959년 3월 봄 약혼한 저자는 그해 7월 약혼자로부터 "새와 벗을 삼아 지내고 있다"는 손편지에, "國無成 月入門 二日二시오"로 답장했다. 풀어쓰자면, 국(國)자에 성(口)이 없으면 혹(或)자가 되고, 문(門)자에 월(月)이 들어(入)가면 한가할 한(閒)자가 되고, 이(二)일은 48시간이며, 여기에 2(二)시간을 더하면 50(오십)이 돼 '혹 한가하시면 오십시오'라는 뜻이다.

결혼한 이후 62년간 살아온 인생경험을 한땀한땀 적어내린 저자의 신중함과 진솔함이 읽히는 대목이다.

박서운 저자는 "삶은 누구에게나 힘들다"면서 "나 역시 파란만장했다. 삶을 이겨내는 모습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희망을 주었으면 한다"고 격려한다.

박서운 저자의 책 '유달산에서 시작한 나의 인생'은 교보문고, 영풍문고,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유운산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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