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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시민기자단] 자스민과 옷

2023-02-06 20:30:00

[글로벌에픽 이석례 객원기자]
본 기사는 환경부에서 주최하고, 국가환경교육센터, 인하대 문화예술교육원, 글로벌에픽이 공동으로 주관한 ‘2022 환경작가 리더양성 교육과정’에서 나온 시민 환경작가의 기사입니다.

온라인으로 1년 가까이 방글라데시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다 보니 그 나라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특히 히잡을 착용하고 공부하는 몇 명 안 되는 여학생들에게 정이 간다. 재봉틀 앞에 앉아 미소 지으며 옷을 만드는 자스민. 그녀는 한국어를 배우는 방글라데시 직업훈련원, 스물두 살 여학생이다. 방글라데시에 진출해 있는 한국섬유공장에서 일을 했지만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와 돈을 벌기 위해 지금은 한국어 공부를 한다.

방글라데시에는 한국의 여러 기업들이 진출해 있고 그중에 의류공장도 있다. 공장 규모가 커서 생산량도 어마어마하다. 이렇게 저개발국에 진출해 있는 공장은 물론, 선진국에서도 매일 옷이 만들어지고 있다. 시간당 1,000만 벌 넘는 옷이 생산되고, 1년 동안 쏟아지는 양은 무려 1,000억 벌이 넘는다. 티셔츠 한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500ml 물 5,400통이 필요한데 이 물은 한 사람이 3년간 마실 수 있는 양이다. 또 플라스틱 사용과 산업폐기물이 발생한다. 그로인해 수질 오염, 대기 오염까지 일으킨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 옷들이 전부 소비자들에게 팔려나가지는 않는다. 그래서 새 옷, 헌 옷 할 것 없이 버려지는 옷이 엄청나다. 통계에 의하면 매년 버려지는 옷이 330억 벌이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옷장뿐만 아니라 옷방을 집안에 두고 있다. 옷이 많기 때문에 옷 전용 공간이 필요해졌다. 그리고 ‘유행에 뒤떨어진다. 마음에 안 든다. 안 맞는다.’ 등의 여러 이유로 멀쩡한 옷을 거리낌 없이 헌옷수거함에 버린다. 그러면서 그 옷들은 어디로 가는지, 또 어떻게 처리되는지 생각해 보지도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버리는 옷의 95%는 해외로 나간다. 한국이 헌옷 수출 세계 5위다. 이 옷들이 시장에서 새 주인을 만난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옷 쓰레기가 지구를 점점 덮어가고 있다. 아프리카 가나 오다우 강을 옷 쓰레기가 메우고 소들이 풀 대신 그 옷을 뜯어먹고 살며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는 버려진 옷이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다. 게다가 폐기된 의류에서는 강한 화학독성이 배출되는데, 옷이 분해되기까지는 무려 200년이 넘게 걸린다. 그래서 지구 전체를 점점 더 오염시키고 있다.

다행이 요즘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친환경 패션, 옷 구매 자제, 가지고 있는 옷 최대한 활용하기 등을 통해 옷 쓰레기를 줄여나가고자 한다. 얼마 전 국립극단에서 ‘빨간 지붕 나눔장터’를 열었다. 지금까지 공연에 쓰였던 수많은 의상과 소품, 장신구 등을 여러 극단에 나누어 준 것이다. 이를 통해 만들거나 구하기 어려운 옷과 물품을 구하고 제작비도 줄이고 무엇보다 쓰레기를 줄였다. 이런 좋은 행사뿐만 아니라, 환경 캠페인을 벌이는 비영리 스타트업도 있다. 바로 ‘다시입다연구소’다. 설문조사를 통해 옷장 속에 ‘안 입는 옷의 비율이 평균 21%’에 착안하여 의류 교환 행사 ‘21%파티’를 시작했다. 이 파티는 중고의류에 대한 거부감을 체험하며 없애려는 목적도 있다. 그래서 가격표 대신 옷의 스토리를 적어 태그로 단다. ‘잘 가! 내가 널 5년 전에 어디 매장에서 만나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하려고 샀는데, 결국 못 입고 널 떠나보낸다. 부디 너를 소중히 입어 줄 친구를 만나렴.’ 안 입는 옷을 쓰레기로 만들지 않고 순환시키고 옷으로 인한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노력은 아직 부족하다. 더 노력해야 한다. 세계에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산업 2위가 바로 패션산업이기 때문이다. 수요예측을 통한 과잉생산 자제, 패스트 패션보다는 오래 입을 수 있는 슬로우 패션을 지향하면 좋겠다. 또 꼭 필요한 옷은 사야겠지만 옷 과소비를 지양하고 수선하거나 공유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사실, 행사나 모임 등에 갈 때 제일 신경 쓰이는 부분이 옷차림이다. 가끔 친구들에게 ‘패션 테러리스트’란 말을 듣기도 한다. 예의에 어긋나지 않으면 편한 옷을 입고 굳이 유행은 염두에 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친구들에게 옷 선물을 받기도 한다. 옷을 잘 사지 않는 나 같은 사람만 있다면 패션 산업, 섬유산업이 발전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세계 의류 생산 2위 국가인 방글라데시에서 자스민처럼 옷을 만드는 일을 해 가족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갈등이 생긴다. 자스민에게 옷은 무엇일까? 자스민의 옷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것일까, 아니면 가족의 유일한 생계 수단일까? 단순히 옷 구매를 줄이는 것 외에 더 많은 지혜가 나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

참고자료
- 안준철, 「옷을 사라고 얘기하기 전에」, 어패럴뉴스,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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