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4(토)
[글로벌에픽 조혜영 객원기자]
본 기사는 환경부에서 주최하고, 국가환경교육센터, 인하대 문화예술교육원, 글로벌에픽이 공동으로 주관한 ‘2022 환경작가 리더양성 교육과정’에서 나온 시민 환경작가의 기사입니다.

재개발로 이웃에서 함께 거주하던 주민들이 하나둘 제각기 다른 곳으로 이사를 떠났다. 아침저녁 오가는 길에 인사를 나누며 정들었던 사람들이 나간 빈집 앞에는 주인의 손때 묻은 물품과 가구들이 무더기로 자리를 지킨다. 버려진 물건들이 초록과 황색 폐기물 딱지를 이름처럼 붙이고 담벼락에 기대어 처리되기를 기다리는 모습에 환한 가로등 빛이 스며들었다. 기온 떨어지고 적막감이 감도는 골목길엔 얼마 전까지의 복잡하던 주차 자리도 몇 대의 차량 외엔 모두 빈 곳으로 남아있다.

마당과 텃밭 있는 주택으로 이사를 온 지 어느새 십수 년을 보내고 다음 주 이사를 해야 한다. 오래전부터 끌어오던 물건 중 재활용이 가능한 책이나 옷들은 따로 분류하고 폐기물은 모아 황색 봉투에 담으며 조금씩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장독대가 있고 마당 공간이 넓은 주택이라 정리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고 챙길 물건보다 버려야 하는 것들이 많다 보니 골라내기도 정말 어려운 문제다. 쓰레기양을 최대한으로 줄이려고 신경을 써 보지만 끝없이 나오는 많은 분량의 잡다한 쓰레기들이 나를 부끄럽게 하고 살아온 날들을 반성하게 한다.

환경을 이해하거나 자연을 사랑하지 못한 무지함에서 벗어나 지구와 함께 공존하는 세상, 자연이 평화롭게 숨 쉬고 나와 우리의 후손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호흡하며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데 작은 힘이 되고 싶다.

[환경부×시민기자단] 있는 그대로가 좋은


간혹 가까이에 있는 문학산을 산책하면서 느끼는 것은 산도 많이 지쳐있다는 생각이었다. 커다란 소나무며 여러 가지 초목들이 제 향기를 잃은 지 오래고 찾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하여 조성한 산책길은 주인 격인 산보다 객인 사람이 우선이었다. 자연도 잠시 쉬어갈 시간이 필요하며 치유의 기간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지금도 떠나질 않았다. 이렇게 산이 숨 가쁜데 내 호흡이 어찌 편할까... 도시 근접보다 사람의 발길 조금 덜한 교외의 산책길을 걸어보면 진단할 수 있으리라.
완전히 다른 공기와 온갖 생명들이 품어내는 치유의 향기를 누구나 금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하게 살아있는 지구 환경이 나도 살리고 서로를 상생시키는 위력임을 체험하며 그동안 가족같이 살아온 수목들과 꽃나무들을 자주 살피며 눈도장을 찍는다.

아침마다 시원한 산소를 공급해주던 단풍나무를 비롯하여 무성하게 자란 향나무와 친정어머니께서 심어주신 젠피나무, 앵두나무 그리고 남편이 심은 엄나무와 오월이면 마당 가득 향기로 머물던 탐스러운 모란꽃을 바라보며 장대같이 자란 곰취가 피워낸 하얀 잔꽃 무리 씨앗을 받았다.

개발의 목적 속에 이들은 모두 어디로 갈까? 어쩌면 한순간 사라질지도 모를 생명체들을 생각하니 너무 아쉽고 마음이 아프다. 인간의 편리한 삶과 이득 앞에 희생되는 생명들이 많다는 것을 이렇게 경험하기 전에는 몰랐었다.
[환경부×시민기자단] 있는 그대로가 좋은


조혜영 글로벌에픽 객원기자 epi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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