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계 거목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별세 소식에 세계 각계 인사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29일(현지시간) 고인에 대해 "생전에 자주 강하게 이견이 있었으나 지성과 전략적 초점은 심오했다"면서 애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별세한 지 하루가 지난 30일 성명을 내고 "저는 키신저 박사를 처음 만났을 때를 잊지 못할 것이다. 나는 젊은 상원의원이었고 그는 국무부 장관으로 세계정세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경력 전반에 걸쳐 우리는 자주 의견이 맞지 않았으며 자주 강한 이견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첫 브리핑 때부터 그의 맹렬한 지성과 심오한 전략적 초점은 명백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직에서 은퇴한 후에도 여러 세대에 걸쳐 가장 중요한 정책 토론에 자신의 견해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키신저 전 장관은 전날 100세 일기로 별세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23년 독일에서 태어나 1938년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중 수교의 기틀을 놓았으며 미소 데탕트의 물꼬를 트는 등 탈냉전을 설계한 미국 외교의 거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칠레 사회주의 정권 전복을 지원한 일과 미(未)참전국인 캄보디아를 베트남전 중 융단 폭격한 일 등과 관련, 미국 진보 진영 내에서 강한 비판을 받았다.
한편 고인의 별세 소식에 세계 각계 인사의 추모가 이어졌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미국이 외교 문제에서 가장 신뢰할 만하며 뛰어난 목소리 가운데 하나를 잃었다"며 애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키신저 전 장관에 대해 "어린 유대계 소년으로 나치를 피해 달아나 미군에서 그들(나치)에 맞서 싸운 남자를 오랫동안 존경해왔다"며 "난민이었던 그가 나중에 국무장관에 임명된 것은 미국의 위대함만큼이나 그의 위대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대서양을 넘어 미국과 독일의 우정을 위한 그의 헌신은 매우 컸고 그는 항상 조국 독일과 가까이 있을 것"이라며 "세계가 특별한 외교관을 잃었다"고 추모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렘린궁 홈페이지에 올린 애도문에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에서 존경받는 권위를 누렸던 뛰어난 외교관이자 현명하고 선견지명 있는 정치가가 세상을 떠났다"고 애석해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키신저 전 장관은 역사의 거인"이라고 적으며 "그의 사상과 외교는 그의 시대뿐 아니라 우리 시대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쇼셜미디어에 애도를 표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키신저 전 장관의 업적에 대해 "미국과 중국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포함해 지역(아시아) 평화와 안정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높이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