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만취 상태에서 타인의 기물을 파손했을 경우에도 해당 혐의가 적용될까. 일단 해당 질문에 대해 답하자면 ‘그렇다’라고 할 수 있다. 술에 만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도 법적인 판단은 증거 등을 통해 이뤄진다.
또, 재물손괴죄는 친고죄·반의사불벌죄(피해자의 고소를 필요로 하는 죄)가 아니므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 만약 혐의가 적용돼 처벌을 받게 된다면, 형법 제366조(재물손괴 등)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필자가 맡았던 사례를 소개해보겠다. 피의자 A씨는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자신의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된 이웃의 차량을 발로 여러 차례 가격했다. 이로 인해 해당 차량은 파손돼 고액의 수리비가 발생했다.
A씨는 다음 날 경찰로부터 관련 연락을 받고서야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현장 CCTV에는 A씨의 범행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이에 A씨는 피해자에게 연락을 취해 사과의 뜻과 함께 수리비를 전달했고, 이렇게 사건이 일단락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고, 재판에 넘겨질 위기에 놓였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피해자와 합의된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A씨에 대한 형사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피해자의 선처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뒤 이를 검찰에 전달했다. 그 결과 A씨는 불기소 처분을 받을 수 있었다.
법무법인대륜 이동근 변호사는 “이처럼 재물손괴죄에서 중요한 것은 ‘합의’다. 피해자와의 합의는 형사절차에서 감형의 양형인자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특히 합의와 관련해서는 당사자 간 대화 내역이나 입금 내역 등과 같은 정확한 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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