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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 설경구 “늘 새로운 이야기를 갈구하죠”(‘하이퍼나이프’)

유병철 CP

2025-04-21 07:00:00

[인터뷰]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 설경구 “늘 새로운 이야기를 갈구하죠”(‘하이퍼나이프’)
[글로벌에픽 유병철 CP] 배우 설경구의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이다.

다양한 작품에서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발휘해 온 대한민국 대표 배우 설경구. 그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를 통해 또 한 번 잊을 수 없는 캐릭터를 선보인다.

‘하이퍼나이프’는 과거 촉망받던 의사였던 제자 세옥(박은빈)과 그를 내쳤던 스승 덕희(설경구)가 다시 재회하며 펼치는 강렬한 대립을 그린 메디컬 스릴러다.

“작품을 공개 전에도 보고, 후에도 봤어요. 공개되기 전에는 걱정하면서 봤어요. 저는 보통의 시청자 입장일 수가 없다 보니까, 보기 편하지 않았거든요. 화면 속 저의 모습도 불편하게 느껴졌어요. 마지막 회까지 공개된 후에는 반응을 많이 찾아보진 않았지만, 나쁘지 않아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나 설정이 아니잖아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인데 너그럽게 받아들여 주신 것 같아서 좋았어요. 배우로서는 이 캐릭터를 시청자에게 끝까지 설득하는 게 목적이니까요. 그건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득당해주셔서 감사하죠.”
극 중 설경구는 세계 최고의 신경외과 의사 최덕희를 연기했다. 뇌종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자 자신이 내쳤던 제자 정세옥에게 수술을 받기 위해 그를 찾는 인물이다. 설경구는 최덕희라는 캐릭터에 자신의 얼굴을 부여하면서도 캐릭터에 최적화된 호연을 보여줬다. 작은 움직임들만으로도 덕희의 다채로운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가 하면 절정의 감정을 강약 조절하며 시청자의 몰입도를 치솟게 하기도 했다.

”영화 같은 경우는 촬영 전에 캐릭터를 딱 잡고 그대로 쭉 밀고 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드라마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까 예전에 ‘돌풍’이라는 드라마에서도 그렇게 했거든요. ‘하이퍼나이프’도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했어요. 차갑고 뜨겁게, 밝고 어둡게, 공격적이고 음침하게. 아주 단순하게요. 그런데 세옥은 이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와 관계가 있고, 저는 거의 세옥하고만 관계가 있어요. 전 양 경감(유승목)이랑 몇 번 말고는 거의 없죠. 이런 설정과 캐릭터만으로 8부작을 끌고 가기엔 무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중간에 변주를 줘야겠다고 느꼈고요. 덕희는 뇌 이외에는 다 바보라고 생각했어요. 사람 관계에서도 되게 모난 사람이고, 어수룩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오히려 변주의 범위가 넓어지더라고요.“

[인터뷰]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 설경구 “늘 새로운 이야기를 갈구하죠”(‘하이퍼나이프’)

어떠한 상황에서도 감정을 컨트롤 하는 덕희가 세옥 앞에서만 유독 무장 해제되는 순간은 시청자들에게 인상적이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덕희에게 이입하여 인물의 호감도를 높이는 건 설경구의 탁월한 표현력 때문이라는 평.

”어느 시점에서 이대로 끝까지 가면 캐릭터가 매력 없겠다고 느낀 위기의식이 있었어요. 그때 세옥이가 마리 식당 남동생 시체를 묻을 때 힌트를 얻었어요. 덕희가 세옥에게 ‘너무 얕게 판 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부분에서요. 그게 이 캐릭터의 틈 같더라고요. 웃기려고 한 것도 아닌데. 거기서 틈이 보였죠. 그래서 첫 느낌만으로는 무리가 있고, 조금 더 이런 식의 느낌으로 가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죠.“

설경구의 주특기는 이번에도 유효했다.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든 감정과 서사를 살려서 그 자체로 개연성을 만드는 설경구이기에 악역인지, 선역인지 구분되지 않는 최덕희라는 복잡한 인물 역시 자꾸 응원하게 되게 되고, 빠져들게 하는 것은 그의 열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불안했던 것 같아요. 보시는 분들이 캐릭터를 따라와야 하는데 정이 떨어져서 놓을 것 같은 거예요. 사실 살인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가 했을 때 답을 못 찾았는데, 세옥을 향해 'DNA가 있다면 한 핏줄'이라고 하는 대사가 슬프더라고요. 후반부에 정세옥이 양 경감(유승목)을 죽여서 얼굴에 피가 떨어지는 장면 있잖아요. 그때 정세옥이 너무 슬프고 아파 보이는 거예요. 진짜 피 터지게 살려고 하는 청춘 같은 모습이었어요. 소통하지 못하는 괴물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한 거죠.”

설경구는 최덕희를 완성하기 위해 체중까지 감량했다. 최고 실력을 갖춘 신경외과 의사가 자신에게 악성종양이 생기면서 나날이 병세가 심해지는 인물의 고통과 아픔을 실감 나게 표현하기 위해 10kg 이상을 감량했을 뿐만 아니라 절식까지 하며 인물을 빚어냈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8회 말미, 오랜 시간 끝에 수술실에서 세옥과 다시 마주하게 된 덕희의 모습을 통해 최덕희 그 자체로 완성 시켰다.

“마지막 장면을 제일 좋아해요. 수술 전에 만났을 때. 세옥이 양 경감을 죽였을 때요. 제일 뜨거운 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야 했던 직전의 상황이니까 얼마나 뜨겁겠어요. 덕희와 세옥이 서로에게 언성을 높이고, 덕희가 세옥을 지팡이로 내리치는 그 장면에서 둘이 쌓아왔던 케미가 잘 우러난 것 같아요. 다만 촬영 시간이 되게 짧아서 좀 아쉽긴 했어요. 저희한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서 마음이 급했거든요. 해가 올라올까 봐. 그럼에도 둘이 싸웠던 케미스트리가 짧은 시간임에도 액기스 있게 찍혔다고 느꼈어요.”

[인터뷰]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 설경구 “늘 새로운 이야기를 갈구하죠”(‘하이퍼나이프’)

박은빈이 연기한 세옥이 충동으로 날뛰며 극을 몰고 간다면, 설경구의 덕희는 철저한 제어로 반대편에 선다. 둘은 마치 서로를 반사하는 거울처럼 서로의 불안을 비추고 균열을 만들어낸다. 이 대조 속에서 설경구의 연기는 더욱 선명해진다.

“현장에서 이렇게 많이 대화한 배우는 처음이에요. 제 성격상 ‘은빈아’ 이렇게 못 하는데 박은빈한테 감사한 게 저한테 자꾸 말을 시키더라고요. 질문 대마왕이었죠. 사소한 것부터 물어보면 저도 ‘너는?’ 이렇게 되니까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편해진 것 같아요. 은빈이가 절 열게 한 거죠. 작품 끝내고 몇몇 배우들에게 문자를 했어요. 은빈이에게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네 덕에 고맙고 감사했다’라고 보냈어요. 은빈이 덕분에 더 겁 없이 연기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저에 대한 칭찬보다 ‘상대역과 케미가 좋다’는 말을 제일 좋아해요. 이번에 그래서 참 좋았어요.”

이렇듯 배역과 촬영 현장에 철저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녹아든 설경구는 극의 중심에서 때로는 이끌기도 하고, 때로는 든든하게 받쳐 주기도 하며 '하이퍼나이프'의 완성도에 힘을 실었다.

“선배가 후배에게 준다는 건 안 맞는 것 같아요. 연기라는 건 개개인 성향이기 때문에 다르게 표현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줄 수도 없는 거고 받을 수도 없는 거 아닐까요. 가르칠 수도 없다고 봐요. 제가 건드려서도 안 되고 다치게 해서도 안 되는 거죠. 오히려 잘한다고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배우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다.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미지 변신이 어렵다. 설경구는 기본이 탄탄한 배우다. 연기력이 뒷받침되기에 이미지 변신에 도전할 수 있다. 연기력을 인정받은 내공의 소유자 설경구는 감수성 풍부한 배우였다.

‘하이퍼나이프’를 통해 또 한 번 자신의 존재감을 묵묵하게 보여준 설경구. 쉴 틈 없이 차기작 촬영을 이어갈 그의 행보와 변신이 기다려진다.

“저는 똑같아요. 늘 새로운 이야기를 갈구하죠. 인생이 얼굴에 보인다는 말이 있는데 그게 맞는 말 같더라고요. 나이를 잘 먹고 싶어요. 저는 그래도 잘 나이 먹고 있는 것 같아요.”

[시진 제공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글로벌에픽 유병철 기자 personchosen@hanmail.net / yb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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