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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상륙작전 ⑥ 동원] 배 타며 시작하는 3세 경영승계

김남정 회장 장남 김동찬 공채로 입사 ... 원양어선에서 경영수업

안재후 CP

2025-05-15 11:00:59

[보스상륙작전 ⑥ 동원] 배 타며 시작하는 3세 경영승계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동원그룹 오너가의 3세 경영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찬(25)씨가 지난해 12월 공개채용을 통해 그룹 모회사인 동원산업에 입사해 해양수산사업부 소속 사원으로 근무 중이다. 이는 단순한 취업이 아닌 김재철 명예회장부터 이어온 동원그룹의 경영 철학과 승계 전통을 잇는 중요한 행보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김씨가 입사 6개월도 되지 않아 원양어선에 승선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약 한 달간 남태평양 적도 인근에서 참치잡이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원양어선에서 먹고 자며 어군 탐지, 투망 등을 직접 보고 실습할 예정이다. 이는 동원그룹의 핵심 사업인 수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현장의 실무를 익히는 중요한 과정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경영 수업 방식은 동원그룹 창업주인 김재철(90)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과 교육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명예회장은 1958년 우리나라 최초의 원양어선인 '지남호'를 타고 3년 만에 국내 최연소 선장이 된 인물이다. 그는 8년간의 선원 생활 중 수차례 폭풍을 만나 죽음의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이러한 험난한 경험이 이후 동원그룹을 일구는 원동력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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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 교육방식 따라

김 명예회장은 "어제 물고기를 많이 잡았다고 오늘도 많이 잡는 것이 아니며, 어제 못 잡았다고 오늘 못 잡는 것은 아니다. 매일매일이 다른 바다고, 다른 전투"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바다에서의 경험을 통해 그는 "경영은 현장에서 배워야 한다"는 신념을 강조해왔으며, "자식에게 주고 싶지 않지만 줘야 하는 것이 고생"이라며 "온실 속 화초는 강해질 수 없다. 단련을 거쳐야 강한 사람이 되는 것은 자연의 이치"라고 강조해 왔다.

이러한 철학에 따라 장남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1986년 고려대 4학년 재학 시절 북태평양 원양어선에 탑승해 4개월간 하루 18시간에 달하는 고된 조업을 견뎠다. 김 명예회장은 "자식 교육에 대해선 역경의 조건을 만들어 주기 위한 교육이었다"며 "편안하게 호강한 사람은 저항력, 인내력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원양어선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업무 체험이 아닌 인내와 끈기, 리더십을 기르는 중요한 경영 수업의 일환으로 여겨져 왔다.

차남인 김남정 현 동원그룹 회장 역시 1996년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동원산업 창원공장에서 참치캔 생산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김 명예회장은 "주변에서 '첫째는 배 태우고, 둘째는 참치 배 따는 일부터 시켰다'고 하는데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는 자식들에게 편안한 환경보다는 어려움을 극복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 그의 교육 철학이 담겨있는 대목이다.

김남정 회장은 창원공장 근무 이후 청량리 영업사원, 마케팅팀, 기획부서를 거쳐 미국 미시간대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스타키스트 최고운영책임자(COO),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 등 주요 계열사 요직을 두루 거친 후 2014년 부회장에 오르고 지난해에는 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그는 포장재 기업 테크팩솔루션, 종합물류사 동부익스프레스, 이차전지 부품사 엠케이씨(MKC)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며 그룹을 수산 중심에서 종합생활산업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 자녀 모두 그룹 계열사 지분 없어
2000년생인 김동찬씨는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김남정 회장과 신수아 여사 사이에서 태어난 2남 1녀 중 장남이다. 현재 김씨를 포함한 세 자녀 모두 동원그룹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는 아직 경영 승계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은 수립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김씨의 원양어선 승선이 첫 경영 수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입사한 동원산업은 동원그룹의 실질적인 사업 지주사로, 원양어업과 수산물 가공·유통을 총괄한다. 참치로 잘 알려진 동원산업은 참치선망·참치연승·트롤·운반 선단을 합쳐 총 40여척의 선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8조9442억원, 영업이익 5013억원을 기록했으며, 김남정 회장이 지분 59.88%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최근 동원산업은 글로벌 식품 사업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사업 구조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계열사인 동원F&B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고, 국내외 식품사 4곳을 사업군(Division)으로 묶기로 한 바 있다. 이처럼 변화하는 기업 환경 속에서 김동찬씨의 경영 수업은 더욱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김남정 회장

김남정 회장



김남구 회장 장남은 한국투자증권서 수업

한편 동원가(家)의 3세 경영 수업은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도 진행 중이다. 김남구 회장의 장남 김동윤씨(32)는 2019년 한국투자증권 평사원으로 입사해 영업 현장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영국 워릭대를 졸업한 김동윤씨는 동원그룹 계열사, 카카오,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 등에서 인턴 경험도 쌓았다. 김재철 명예회장은 일찌감치 장남은 금융업, 차남은 제조업으로 그룹을 재편했으며, 이에 따라 손자들의 경영 수업 역시 각각의 사업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 3세가 영업 일선 말단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대개는 전략기획실이나 해외법인 등 본사 요직에서 중간 간부급으로 경영 수업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재철 명예회장은 손자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지만 '고난과 역경이 강함을 만든다'는 철학에는 예외가 없다"며 "김동찬씨의 현장 경력은 향후 지배구조 변화나 승계 전략과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김동찬씨의 원양어선 승선은 단순한 실무 체험을 넘어 3대에 걸친 동원그룹의 경영 철학과 전통을 이어가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바다에서 시작된 동원그룹의 역사가 3세대를 거쳐 어떻게 새롭게 써내려갈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동원산업의 원양어섭이 조업을 위해 선망 작업을 하고 있다. 동원산업 제공

동원산업의 원양어섭이 조업을 위해 선망 작업을 하고 있다. 동원산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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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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