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조원 투자, SMR과 수소연료전지가 핵심
두산이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7년까지 3년간 2조6144억원의 설비 투자를 진행한다. 가장 많은 투자를 받는 계열사는 두산에너빌리티로 1조3232억원이 투입된다. 이어 두산밥캣(1조533억원), ㈜두산(1352억원), 두산퓨얼셀(995억원) 순이다.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이유는 탄탄한 재무구조다. 올해 1분기 기준 두산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조166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대비 14.5% 감소했지만, 부채비율이 200% 미만으로 투자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SMR 시장 선점, '원전의 TSMC' 목표
두산에너빌리티는 1조원이 넘는 투자를 통해 SMR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 대비 크기가 10분의 1에 불과하면서도 안전성이 뛰어나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향후 5년간 총 62기의 SMR 모듈 수주라는 공격적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전력원으로 SMR에 투자를 늘리면서 시장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창원 공장에 SMR 전용 생산시설을 구축했으며, 시황에 따라 증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원자력 발전 핵심 기기를 생산하는 일종의 '원전 파운드리' 역할을 하며 글로벌 원전 공급망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를 글로벌 원전업계의 'TSMC'로 평가하고 있다.
두산의 또 다른 성장 동력은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이다. 두산의 전자 사업부문은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으며, 이는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동박적층판(CCL) 수요 증가 때문이다.
CCL은 인쇄회로기판(PCB)의 핵심 소재로, AI 가속기의 대규모 연산 처리에 필수적이다. 두산의 CCL은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에 공급되면서 품질을 인정받았다. 2024년 4분기 엔비디아향 CCL 매출액은 1000억원을 상회했으며, 2025년 1~2월에도 유사한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두산의 전자BG 부문이 운영 중인 김천, 증평, 익산 등 국내 공장 3곳의 평균 가동률은 100%를 넘어설 정도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두산은 엔비디아 차세대 가속기용 블랙웰 CCL도 본격 생산에 들어갔으며, 품질 검증까지 통과할 경우 수요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가스터빈·수소연료전지로 사업영역 확장
AI 성장으로 대규모 전력이 필요해지면서 가스터빈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가스터빈 투자를 통해 2029년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두산에너빌리티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3400억원 규모의 복합발전소 주기기 공급 계약을 연이어 체결했다. 가즐란2 확장 발전소와 하자르 발전소에 스팀터빈과 발전기를 각각 2기 공급하는 내용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글로벌 복합발전용 초대형 스팀터빈 시장에서 33.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도 투자를 확대한다. 두산퓨얼셀은 995억원을 투자해 기존 인산형 연료전지(PAFC) 위주에서 벗어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SOFC는 PAFC 대비 전력 효율성이 높아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전력 부족 문제 해결에 적합하다. 두산퓨얼셀은 SOFC 비중을 2029년 28%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두산 시총 추이_출처 연합인포맥스
주가 급등, 시총 4년새 10배 성장
두산의 놀라운 성장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이달 두산의 주가 상승률은 56.2%를 기록했으며, 현재 두산그룹의 시가총액은 7조8322억원으로 2021년 3월 7800억원 대비 4년여 만에 10배로 증가했다.
증권가는 두산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김장원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두산의 전자BG가 최근 30%에 육박하는 수익성을 보이는 것은 해외 신규 매출처에 고수익 제품 중심으로 납품이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라며 "전자BG에 긍정적인 사업 환경과 고수익 제품 중심의 상품 구성으로 수익 호조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민경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목표 주가를 57만원으로 제시하며 "두산은 현재 전 세계에서 3개 업체만 생산이 가능한 캐스팅 방식의 FCCL(연성동박적층판) 공장이 올해 하반기에 가동될 수 있다"며 "향후 수요에 대비한 추가 증설도 고려하고 있어 중장기적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메가트렌드 수혜, 지속 성장 기대
두산그룹의 성공은 AI 혁명과 원전 르네상스라는 글로벌 메가트렌드를 정확히 포착한 결과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AI에는 원전이 훌륭한 에너지원"이라고 언급한 것처럼,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원자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두산은 원전과 반도체 소재라는 두 축을 통해 AI 생태계의 핵심 공급망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원전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원으로, CCL은 AI 가속기의 핵심 소재로 각각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국내 원전 관련 기업들이 국가 주도 수출 모델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글로벌 기술사와의 직접 협업을 통해 세계 시장에 나서는 흐름"이라며 "두산에너빌리티는 글로벌 원전 공급망의 중심에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는 두산에너빌리티의 2025년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원전뿐 아니라 가스발전 터빈 관련 사업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6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한 두산그룹이 AI 시대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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