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15개 규모, 차세대 플랫폼 '더현대 2.0' 첫 선
현대백화점은 29일 부산광역시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특별계획구역 내 11만1000㎡(약 3만3000평) 부지에 연면적 20만㎡(약 6만평) 규모의 '더현대 부산' 건설을 본격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오는 10월 착공해 2027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며, 총 투자 규모는 7343억원에 달한다.
더현대 부산의 가장 큰 특징은 한 단계 진화한 '더현대 2.0' 플랫폼이 첫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는 백화점, 아울렛, 쇼핑몰 등 전통적인 유통 경계를 허무는 '빅블러(Big Blur)' 전략을 바탕으로 한 현대백화점만의 새로운 리테일 플랫폼이다.
몰입형 체험 공간에 1만평 할애 … "일상 벗어난 경험" 제공
더현대 부산은 더현대 서울의 성공 공식을 대거 차용하면서도 한 단계 진화한 형태를 띤다. 매장 영업면적(6만9421㎡)의 절반에 가까운 약 3만3000㎡(약 1만평) 규모를 '몰입형 체험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 공간은 미국 뉴욕의 도심 공원 '브라이언트 파크'와 프랑스 파리의 박물관 '그랑팔레'에서 모티브를 따온 특화 공간으로 설계된다.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문화, 예술, 레저 등 다양한 콘텐츠를 함께 제공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 2.0의 핵심 전략은 일상을 벗어난 몰입형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실외 공간에는 1000평 규모의 사각 공원이, 실내에는 400평 규모의 뮤지엄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더현대 부산은 지역성과 세계성을 아우르는 '글로컬(Glocal)' 스토리텔링을 전개한다. 'B. Dynamic(비 다이내믹)'이라는 테마 아래 부산의 젊고 활기찬 도시 에너지를 담은 콘텐츠를 큐레이션하고, 항구도시 부산 특유의 골목 감성과 해양 문화를 공간 전반에 녹여낸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숲속 다이닝, 플로팅 카바나, 야외 미식 부스 등 젊은 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MZ세대를 겨냥한 전시 플랫폼과 브랜드 협업 팝업스토어 등도 상시 운영된다.
더현대 서울 성공 재현 기대 … 외국인 매출 80% 성장
더현대 부산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이유는 더현대 서울의 성공 때문이다. 2021년 개점한 더현대 서울은 팝업스토어와 예술 전시회, 매장 내 정원인 '사운즈포레스트' 등을 내세워 MZ세대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사로잡았다.
더현대 서울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1조1994억원으로 2021년 개점 당시(6637억원)보다 80.7% 급증했다. 특히 외국인 매출 비중이 2023년 2% 수준에서 작년 14.6%까지 뛰어오르며 K-쇼핑 열풍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정지선 회장 지방 확장 전략 … 2조2000억 신규 투자
더현대 부산 개점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지방 확장 전략이 본격 실행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1972년생인 정지선 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의 차남인 정몽근의 장남으로, 2007년부터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28년까지 부산, 광주 등 주요 지방 도시 신규 출점에 2조2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더현대 부산에 이어 2027년 하반기에는 '더현대 광주'를 개점한다. 더현대 광주는 현대백화점의 최대 신규 출점 프로젝트로 투입 예산만 1조1678억원에 달한다.
경북 경산시에도 약 3580억원을 들여 프리미엄아울렛 경산점을 건설할 계획이며, 다음달에는 커넥트현대 청주점 운영도 시작한다.
현재 현대백화점이 운영 중인 16개 매장 가운데 11개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지방 확장은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필수 전략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의 작년 매출은 4조1876억원으로 전년 대비 0.5% 증가에 그쳤다.
에코델타시티 입지 메리트 … 미래형 스마트시티 중심
더현대 부산이 들어서는 부산 에코델타시티는 2018년 정부에서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로 선정된 84만평 규모의 미래형 수변 스마트시티다. 11,770천㎡(약 356만평) 규모로 여의도 면적의 4.1배에 달하며, 총 사업비 6조6051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다.
에코델타시티에는 호텔과 컨벤션센터, 전망대, 미술관 등 다양한 시설이 함께 조성되며, 한국수자원공사, 부산시, 부산도시공사와 LGCNS·신한은행·현대건설·한양·SK에코플랜트 등이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이 올해 안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서부산 지역은 젊은 인구가 계속 유입되는 신도심으로 미래 성장성이 기대되고 있어, 더현대 부산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산 유통업계 지각변동 예고 … 롯데·신세계와 3파전
더현대 부산 개점은 부산 유통업계에 상당한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부산에서는 롯데백화점이, 광주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이 각각 독보적 지위를 유지해왔다. 현대백화점은 2024년 3월 29년간 운영해온 부산 현대백화점을 폐점한 후 업태 전환을 추진해왔다.
이번 더현대 부산은 기존 백화점과는 완전히 다른 차별화된 콘셉트로 부산 유통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MZ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체험형 콘텐츠와 하이브리드 쇼핑 공간은 기존 경쟁사들과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방 거점 도시로 확장해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정지선 회장의 전략이 실현되고 있다"며 "더현대 부산이 성공하면 국내 유통업계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 부산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혁신하는 신개념 문화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부산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 공간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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