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5.06.04(수)

한국지엠(GM) 철수설, 왜 다시 불거졌나?

미국은 1조 투자, 한국은 자산 매각 ... 엇갈린 행보가 의심 키워

안재후 CP

2025-06-02 11:28:39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한국지엠(GM) 철수설, 왜 다시 불거졌나?
한국지엠이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와 부평공장 유휴 자산 매각을 결정한 가운데 '한국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회사 측은 운영 효율화를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미국 본사가 동시에 발표한 대규모 투자 계획과 대조되면서 업계와 노조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28일 운영 효율화를 이유로 국내 직영 서비스센터와 인천 부평공장의 일부 시설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루머'로 일축됐던 철수설이 다시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고 보도됐다. 매각 대상은 서울, 동서울, 원주, 인천, 대전, 광주, 전주, 부산, 창원 등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 전체와 부평공장 내 유휴 자산 및 활용도가 낮은 시설과 토지다.

부평공장 유휴자산 등 매각 결정

헥터 비자레실 GM 아태지역·한국사업장 사장은 "유휴 자산의 가치 극대화와 적자 서비스 센터 운영의 합리화가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며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과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지엠은 매각 후 고객 서비스를 386개 협력 정비센터를 통해 제공하고, 직영 서비스센터 근무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차량 생산프로그램은 아직 수년이 남아 있고 이번 조치는 회사의 비즈니스 효율성 확보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지엠의 자산 매각 결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모회사인 GM의 엇갈린 행보 때문이다. GM은 같은 날 뉴욕주 토나완다 엔진 공장에 8억 8800만 달러(약 1조2천억 원)를 투자해 차세대 8기통 엔진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제너럴모터스가 운영 효율화를 이유로 국내 직영 서비스센터와 인천 부평공장 일부 시설 매각을 결정한 가운데 모그룹인 GM은 미국 내 생산설비에 대해 대규모 투자를 발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미국 투자는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사용되는 6세대 V-8 엔진을 지원하게 될 것으로,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이로 인해 870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GM의 미국 현지 엔진공장 투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및 친환경차 후퇴 기조와 더불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에 따른 전동화 속도 조절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GM

한국GM



대미 수출 84.8% ... 트럼프 관세 직격탄

한국 시장 철수설은 트럼프의 25% 수입차 관세 부과 예고로 촉발됐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지엠으로선 치명적인 정책 리스크가 발생, 한동안 잠잠했던 철수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양상이다. 실제로 한국지엠의 2024년 총 생산량은 49만4072대였는데, 이 중 84.8%인 41만8782대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한국지엠의 국내 총 생산량은 50만대 언저리로, 부평공장에서 트레일블레이저, 창원공장에서 트렉스를 각각 생산해 90% 안팎을 미국으로 수출한다. 국내 내수 점유율은 10년 전 10% 안팎에서 현재 1~2%대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49만 대를 판매했지만 이 중 국내 판매는 2만 대에 불과했다. 사측은 올해 판매 목표를 1만5500대로 제시했다고 보도되어 내수 시장 축소가 더욱 심각해진 상황이다.

GM은 사업 계획 조정으로 해외 생산기지를 철수한 사례가 많다. 2013년 호주, 2015년 인도네시아와 태국, 2017년 유럽과 인도에서 현지 공장 매각 등의 방식으로 철수했다. 한국에서도 2018년 경영 악화를 이유로 전북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이듬해 매각했다. 약 130만㎡(약 39만 평) 규모의 군산공장은 쉐보레 크루즈와 올란도 등을 생산하는 한국지엠 핵심 공장 중 하나였다.

2019년 경영 악화로 군산공장 매각도

당시 철수설이 제기되자 한국지엠은 2018년 4월 26일 산업은행을 통해 8100억 원(7억 5000만 달러)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앞으로 10년간 국내 공장을 유지하기로 정부와 합의했다. 그런데 이 국내 공장 의무 유지 기간 만료가 2027년 말로, 불과 3년 앞으로 다가왔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사측의 자산 매각 공지 직후 성명서를 발표하고 부평공장 회사 본관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었다. 안규백 한국지엠지부장은 "2001년 인수 이후 종합 자동차회사로서의 위상을 단순 하청생산기지로 만든 것도 모자라 이제는 사측이 경영 실패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지엠지부는 성명에서 "GM은 2001년 대우자동차를 헐값에 인수한 후 종합 자동차회사의 위상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구조조정을 자행해왔다"며 "디자인과 개발 등 열거할 수 없이 많은 자산을 분리했고, 본사(GM)가 힘들 때마다 조합원 동지들의 노동으로 일군 한국지엠의 성과를 본사로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더는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며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때부터 정치권과 함께 GM의 한국 철수를 막기 위한 입법 마련에 착수했으며, 2대 주주(지분 17.02% 보유)인 한국산업은행과 정부의 관리·감독 권한 행사를 촉구하는 등 총력 대응에 돌입한 상태다.

한국지엠이 자산 매각 결정을 사내에 공지한 지난달 28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가 부평공장 본관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있다. /한국지엠지부

한국지엠이 자산 매각 결정을 사내에 공지한 지난달 28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가 부평공장 본관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있다. /한국지엠지부



노조 "전면 투쟁" 선언 ... 정부·협력사 비상

창원공장 내 창원서비스센터 한 직원은 "과거에도 서비스센터 매각이 거론된 적이 있어서 60여 명 직원 모두가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자동차는 보증수리 등 고객들께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한데 직영서비스센터를 매각해버리면 소비자들이 어디 가서 보증수리와 고난도 수리를 받겠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한국지엠이 국내 직영 서비스센터를 모두 매각하는 것은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영업, 마케팅, 판매 등을 하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고객 신뢰와 직결되는 직영 서비스센터를 매각하는 건 내수 시장 확대에 대한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행보"라며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차원이라기보다는 단계적 철수 시나리오의 시작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고객과의 오프라인 접점인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에 나선 것은 국내 시장 확대 의지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한국지엠은 불과 두 달 전인 3월 서울 영등포구 'GM 직영 서울서비스센터'에서 미디어 행사를 열고 한국 고객에 대한 서비스 품질 강화 의지를 강조한 바 있어 행보가 일관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 "철수 전조일 수 있다"

한국지엠의 철수설은 협력사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지엠과 거래하는 협력사는 1차, 2차, 3차를 포함해 약 3000여 곳에 달한다. 이들 협력사에서 일하는 근로자만도 수만 명에 이른다. 한국지엠이 철수할 경우 이들 협력사들의 생존도 위험해질 수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지엠은 생산량 90% 이상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등 지금도 사실상 미국을 위해 존재한다"며 "서비스센터 축소에다 공장 일부까지 팔겠다는 건 내수 포기"라고 말했다.

해외 언론에서는 GM의 한국 철수설을 단정적으로 보도하지는 않고 있지만, 한국 내 영문 매체를 통해 해외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들에게 한국지엠의 구조조정, 미국 관세, 본사 투자 전략 변화 등이 상세히 전달되고 있다. 특히 자산 매각과 미국 내 투자 확대 등 일련의 조치들이 해외에서도 '철수의 전조'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주요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GM 본사와 GM Korea는 공식적으로 철수설을 부인하지만, 시장 구조 변화와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사업 구조를 조정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한국지엠의 위상 약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해외 언론도 주목...신중한 관측 지속

한국지엠의 이번 자산 매각 결정은 노동조합과 임금협상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노조와 정부 압박용 등 여러 가지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29일 열린 임금협상 노사 상견례를 겸한 1차 교섭에서 비자레실 사장은 "한국지엠의 수익성 증대를 위한 결정"이라며 "모든 고용이 보장되고 향후 생산 능력에 미치는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노조는 여전히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내수 판매 비중이 5%를 밑돌 정도로 국내 시장의 위상이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모든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 등은 사실상 국내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라는 판단에서다.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지엠이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놓였다. 2018년 트럼프 정부 1기 당시 군산공장 폐쇄라는 아픈 기억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관세 정책을 실현할 경우 한국지엠의 실적 약화는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지엠 노사의 힘겨루기는 6월 이후 본격화할 한·미 자동차 관세 협상의 예고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발 관세정책에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 중국 전기차 업체의 약진, 부진한 전동화에 따른 수익 구조 악화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GM의 대응이 한국지엠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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